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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0 | [문화저널]
우리 곤충 이야기 결국은 다시 돌아오는 방랑자 왕나비
글■김태흥 전북대■농생물학과 교수 (2004-02-12 12:46:16)
나비라는 명칭은 나불 나불 나는 모습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한다. 과거에는 나비, 나뵈, 남이로도 불리웠고 지금도 지방에 따라서는 나부, 나베이라고도 한다. 알려진 대략 20.000여의 종 중 한국에서는 8과에서 252종이 보곡되어 있다. 이중 북한에만 분포하는 49종을 제외하고 남한에서는 203종이 발견되었는데 이동성이 강하여 외국에ㅐ서 우연히 날아드는 중류를 빼면 196종 뿐이다. 전북의 곤충을 소개하는 첫 번째로 왕나비과(Danaidae)의 왕나비(Parantica sita)를 택하였는데 지리산, 내변산에서 목격한다. 본 종외에도 왕나비과에는 끝검은 왕나비, 별선두리왕나비가 보고되어있으나 남쪽 열대지방에서 날아드는 종류로 토착종은 왕나비뿐이다. 날개의 편 길이는 10cm 정도로 대형종이며, 앞, 뒷날개 모두 바탕이 은회색이고 바깥쪽으로 검정색을 띄는데 날개맥도 검다. 단, 뒷날개에는 날개 변두리를 따라 두 줄의 작은 흰 얼룩무늬가 나있다. 내륙지방에서는 년 2회, 제주도에서는 3회 출현하는데 성충은 5~9월에 볼 수 있다. 아주 느리게 날면서꽃을 찾아 다니는데 상당히 먼 곳까지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왕나비과로 한국에서는 보고되어 있지 않으나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며 현재는 남태평양,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도 서식이 확인되었고 심지어는 홍콩에서도 채집이 된 대왕나비(Danaus plexipus)는 나비 중의 방랑자로 유명하다. 철새와 마찬가지로 한쪽 방향으로 해마다 장거리 이동을 하고 다음해 같은 경로를 따라 귀소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기에 얻는 명성이다. 여름철 카나다, 미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가을이면 무리지어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남하하면서 무리는 늘어나 수 천마리가 넘는데 저녁에는 나무에서 쉬고 아침이면 이동을 한다. 맥시코까지 날아들어 겨울을 나는데 해마다 같은 나무(주로 전나무)를 택하여 겨울을 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관광명소로 여겨져서 많은 여행자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월동장소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봄이 되면 다시 북상하면서 산란하는데 이때에는 무리가 아닌 각자가 행동하기 때문에 눈에 쉽게 뜨이지 않는 편이다. 여름 동안 2~3세대를 지내면서 북상은 계속되고 6월이면 카나다까지 올라가는데 비행거리는 3.200km에 달한다. 유충은 흰색, 노란색,검정색이 줄무늬로 요란하게 치장하고 있고 앞, 뒤 한쌍씩의 검정색 부속가지가 길게 튀어 나와있어 쉽게 알아본다. 박주가리과의 식물, 큰조롱, 나도큰조롱 등을 먹고 사는데 이들은 모두 독성을 지니고 있고, 이로서 왕나비는 두가지 이득을 본다. 첫째, 독으로 인해 박주가리는 초식동물이 먹지 않기 때문에 유충이 이들에게 우연히 먹히게 되는 법이 없다. 둘째, 식물이 지니는 독을 유충의 혈약, 성충의 낼개맥 속에 지니고 있어 자체가 독성이 있다. 성충 나비의 색상도 밝고 날개 아랫면, 윗면이 모두 채색이 되어잇어 날때, 쉴 때 모두 손쉽게 눈에 뜨인다. 대부분의 나비는 아무리 색이 밝다해도 뒷면만 채색이 되어 있어 날 때에만 눈에 띄고 앉아서 쉴 때는 숨느라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왕나비는 성충, 유충 모두 경계색을 지니는 좋은 예가 된다. 감추기 보다는 눈에 손쉽게 띄게 하여 포식자가 바로 자기를 알아보고 먹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왕나비과의 나비는 하나같이 먹이식물인 박주가리 덕에 새나 포식동물에 독성을 나타내는데 주성분은 cardenolide로 심장에 독성을 나타낸다. 포식자 몸속에 들어가면 치명적으로 새가 잘못알고 먹으면 대체로 10분쯤 후 토하게 되어 추후로는 이들을 피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줄나비류가 있다. 조류에 대해 독성이 전혀 없으나 색상, 모양이 왕나비와 유사하고 키기도 조금 작을 뿐 비슷하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둘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경험이 없는 여치는 처음 한두번 왕나비를 먹어보지만 독을 경험한 후 왕나비는 물론 이 줄나비도 다시는 손대지 않는다. 포식자에게 히생된 한 두개체 덕에 나머지 동료들은 안전을 보장받는 셈이다. 그리고 줄나비가 왕나비를 닮는 것은 진화상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고 하는 선택압력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김태흥 / 건국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곤충학의 권위자로 많은 연구성과를 냈으며 지난해에는 전북일보의「숨쉬는 땅, 숨쉬는 문화」기획에 참여했다. 문화저널과는 오랜 인연을 맺어왓으며, 이번 연제 제의에 기꺼이 응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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