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불혹(不惑), 미혹되지 아니함. 일찍이 공자께서 마흔 살부터는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마흔 즈음에 직장에서 퇴직을 준비하며 세상에 나올 4년간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7~8년간 손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접하면서 이미 이 시기를 겪었을 사람들은 어떤 느낌으로,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길을 헤쳐 나갔는지 그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안함은 단지
기우일 뿐이라는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담담하게 적어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되면서 받았던
느낌은 70여권의 책들에 대한 서평모음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다양한 책들을 접하면서 저자가 느꼈던 감정이
오롯이 나의 느낌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특히 저자 역시 마흔의 강을 건너며 혹독하게 ‘마흔
앓이’를 했던 이였기에, 이 시대의 마흔들에게 필요한 책을 매우 현실적인 시각으로 엄선했다.
마흔 살들은 386세대에도 수능세대에도
끼지 못하는 일명 ‘끼인’ 세대를 살아왔다. 대학을 졸업할 시기에 닥친 IMF의 영향으로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당하였고, 후배들은 수능세대라며
선배 대접도 받지 못하는 세대였다. 특히 선배 문화가 가득했던 80학번
세대의 끝자락을 잡으면서 90년대 들어서면서 컴퓨터의 발달로 족보로 대변되는 선배문화의 상실시기에 접어들어
위로는 선배만 있고 아래로는 후배는 없는 불행한 세대를 살아왔다.
이들이 이제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서른 즈음에 꿈꾸었던 일들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초조해질 시기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려고 해도 현실이라는 굴레가 발목을 잡아 계획만 하다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저자는
‘나이는 못 속인다고, 나도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50에 가까워지면 직장인으로서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상한 공식이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물론 포기는 쉽다. 그리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소중한 나 자신에 대한 기망이자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절반을 향해 달려가야 할 독자들에게 저자는 책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다양한 시각에서 알려주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변화를 보더라도 시니어층이 두터워지면서 이들을 위한 정책들이 많아짐을 알 수 있다. 이곳이 이 땅의 마흔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거대한 시장이자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살아오는 동안 가슴 속에 쌓인 아픔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하며 진정성, 공감, 배려, 욕망, 사랑, 행복,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고 한다. 선택은 항상 포기를 동반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를 바탕으로 선택한다면 실패의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3부에서는 충만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책들을 통해 임사체험자, 고령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진정한 삶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몇 년전 유행했던 자기개발서의
주제 중 하나가 ‘1만시간 법칙’이었다. 자기 영역에서 전문가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면 내가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사십대가 되면 한번쯤 꿈꾸는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부에서는 미래의 삶을 준비할 때
기본이 되는 것, 즉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책들을 만나며
나는 누구이고 나만의 강점과 재능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약점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을 배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남들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경쟁우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남들과 다른 차별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를 부정하지 말고 새롭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5부에서는 두려움에 대해 다룬 책들을
통해 두려움의 실체를 알고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두려움은 우리의 본능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기 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 6부에서는 남은
삶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런 말로 이 땅의 사십대에게 힘을 주고 있다.
“퇴직 후의 삶은 제 3의 삶이다. 그 삶은 직업의 형태도, 수입을 얻는 방식도, 인간관계도 내가 주인이 되어 이끌어가는 삶이다. 나를 오랫동안 괴롭혀왔던
것은 과거의 삶을 미래에 연장시켜 ‘나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해’라고 못 박는 고정관념이었다. 그것
때문에 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토록 힘들지 않았던가.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래에는 다른 삶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세상을 향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후 나에게 과거는 미래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라 그것을 구상할 때 사용할 도구가 담긴 연장통이 되었다.” (본문 256쪽)
인생은 마라톤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사십대는
마라톤에서 만나게 되는 반환점과 같다. 이제 경우 절반을 달려온 것이다. 지금까지 달려온 페이스를 유지하여 인생완주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였다.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부터라도 다시 나머지 마라톤 코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