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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 | [저널초점]
지역문화,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했다 문화저널이 뽑은 1996년 문화예술계 화제
정리·편집부 (2004-02-12 14:39:31)
민서 지방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섰지만 지역문화는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했던 한해였다. ‘지역문화의 침체’ 논쟁이 몇 년째 거듭되고 있고, 지방자치제가 가져온 문화적 변화는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전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도제 100주년 기념사업은 소문만큼 내실 있게 치러지지 못했고 ‘자랑스런 전북만들기’ 운동은 올해 들어 현저히 힘을 잃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적인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96년보다는 약간 부진했던 것으로 집게되었고, 내용적으로는 지역문화의 리더쉽 부제라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장르별로는 문학의 해를 맞아 문학부문이 상당한 기대를 모았으나 높았던 기대치에 비하면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고, 이밖에 다른 장르의 경우 대체로 평년작 수준을 유지했다. 상반기에는 국립전주박물관의 김흥도전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하반기에는 도제 100주년 기념사업과 연결된 전북연극협회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장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문화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문화예술인의 무대와 대중적 참여의 차이가 크게 좁혀지지 못했으며 역시 20대의 젊은 연령층이 적극적으로 견인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전북예총이 비교적 안정되면서 ‘전라예술제’가 지역문화예술의 축제로서 미미한 것이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전체적으로는 지역 문화인구의 진지함이 유지되었다. 다음은 문화저널이 96년 한해를 돌아보면서 자체 선정한 전북 문화가의 뉴스 및 화제작들이다. 정리된 순서는 공연이나 사업이 열린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 동학농민군지도자 유해봉환 지난 5월 31일 일본의 북해도 대학에 방치되어 있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해가 봉환되어 전주를 거쳐 황토현 기념관에 임시 안치되었다. 지난 95년 7월 한국에 처음 유해 발견 사실이 알려진 지 근 일년만에 이루어진 90년만의 환국이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이사장 한승헌)는 5월 31일 전주덕진종합회관에서 유해봉환 진혼제를 열고 동학농민혁명 지도자의 정신을 기리고 넋을 위로했다. 이 90년만의 우울한 환국에는 일본 북해도대학 문학부장 今西順吉 교수와 그 일행이 동행하여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해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95년부터 수차례의 현지 방문을 통해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북해도 대학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하고 유해 봉환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협의해 왔다. 유해 봉환의 과정에서는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식민학 또는 인종학 연구의 의혹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으며, 국내적으로도 유해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그리고 왜 유골이 일본의 대학에 가 있는가를 두고 학계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 한국의 흙·불전과 대한민국 환경조각대전 올 한해 전북 미술계는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내용면에서는 여느 해와 뒤지지 않는 의미 있는 대형기획들이 잇따라 열렸다. 특히 전반기의 흙·불전과 하반기의 환경조각대전은 그 규모와 내용 모두에서 알찬 수확을 거두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흙·불전은 조각과 도예,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간의 화합과 이해의 공동체 의식을 이끄는 공동창작 생활을 통해 한국의 조각과 도자기 예술을 선보이고 환경예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난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97 동계U대회기념 국제조각·도예공동심포지엄을 비롯해 8월부터 익산 황등의 대형가마에서 땀흘려 작업한 작가들의 열정과 노력은 뜨거웠다. 또한 금마 저수지관광지에서 열린 환경조각대전은 지방에서 열린 가장 규모가 컸던 야외전시로서 각 지역의 우수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대 모아 조각의 흐름을 가늠하고 비교·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들 전시는 2월까지 계속되며 동계U대회가 끝난 후 일부 작품은 환경조각공원에 영구 보존될 계획이다. 이밖에 국립전주박물관의 김홍도전이 지역 전시사상 가장 많은 관객동원에 성공했고, 오궁리 국제조각전은 전북도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개운치 않은 뒷마무리로 구설수에 올라 명암이 엇갈렸다. 󰋐 창작극회와 중국 강소성 경극단의 교류 이 지역의 최장수 극단인 ‘창작극화’(대표 신중선)와 중국 강소성 경극단과의 정기 교류의 길이 열린 것은 올 전북연극계의 큰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전북의 연극이 지역성이라는 한계속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부분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이 교환공연은 지방민간극단으로서는 야심찬 기획이었고, 이에 상응하는 호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중국의 전통연극인 경극이 도내 순회공연을 통해 소개됨으로써 중국 이해의 폭을 넓히는 문화적 기여도 만만치 않았다고 평가되었다. 많은 도민들이 당초 우려와는 다르게 경극 공연에 높은 관심과 호감을 표시했으며 앞서 열린 ‘창작극회’의 〈꽃신〉(곽병창 작, 류경호 연출) 강소성 공연 역시 현지 중국인들의 찬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격년으로 정례적인 교환공연을 약속한 한·중 두 극단은 가까운 인근의 두 나라가 더욱 활발한 문화교류를 추진하는데 든든한 기여를 하겠지만 교환공연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기획이나 관의 지원을 둘러싼 갈등 등이 옥의 티로 남았다. 민간극단 최초의 기획이라는 점에서 이해되고 넘어갔던 점이지만 추진 주체의 명확한 일처리와 갈등의 봉합 솜씨 등이 아쉬웠던 행사였다. 󰋑 전라북도 문화관광국 신설 전라북도가 지난해 10월 전북도의 직제를 개편하면서 문화관광국을 신설한 것은 민선 지방정부가 출범한 뒤 내놓은 가장 적극적인 문화정책의 변화로 평가받았다. 선거때부터 지역문화의 가능성과 발전방향을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민선지방정부의 첫 번째 작품인 셈이었다. 전북도는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관광자원의 개발 및 홍보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는 개편의 취지를 밝혔다. 이같은 문화행정 체계의 변화는 그동안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염원이 되다시피 했던 문화전문관료의 발탁과 양성 등 문화행정의 전문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문화관광국의 신설이 문화와 관광객의 본질적인 차이보다는 외형적인 유사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자칫 관광자원의 개발이라는 단기적인 흐름에 지역문화가 오히려 위축되고 행정적으로 배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의 신설보다는 올해의 구체적인 사업에 관심이 모아지는 문화관광국의 초대 국장은 김제 부군수에서 자리를 옮겨온 임성택 씨가 임명되었다. 이밖에 전북도에서는 97년부터 도문예진흥기금의 운영방식을 대폭 손질하여 현실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 전북예술회관 신축, 난항 거듭 전북대학교 부지내에 건립터를 잡으면서부터 난항을 거듭해온 전북문화예술회관 건립이 일단 가시권에 들어왔으나 또다시 미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 문화에술회관 건립의 결정적인 장애요소가 되었던 전북도와 전북대의 부지교환 문제가 지난해 11월 27일 전북대 장명수 총장에 의해서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올해 7월 착공, 99년 완공게획이 확정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북대의 발표 이후 총동창회가 결정과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여기에 전북대에 지원하기로 했던 대학특성화 자금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예술회관 신축문제는 한층 복잡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전북대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현재 전북도가 예정한 전북대 내 부지가 과연 최적지인가에 대한 회의가 계속 제기되었고, 문화예술회관 신축이 급박한 지역문화의 현실에 비추어 문제를 더 이상 안고 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어쨌든 다시 한 해를 넘기게 된 문화예술회관 신축이 올해 과연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문화예술인들과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뮤지컬 〈서울로 가는 전봉준〉 11월 말부터 12월 초에 걸쳐 정읍, 전주, 군산 지역 순회공연을 가졌던 도제 100주년 기념 공연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전봉준이라는 인물이 갖는 상징성을 관에서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전북의 자부심으로 끌어올려 이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것은 물론 그동안 끊임없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성을 확인해 온 이 지역의 학자, 문화예술인의 노력이 토대가 되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안도현 시인의 원작시에 연출가 곽병창 씨가 직접 극본을 쓴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무대공연이었지만, 마당극적 요소를 가미한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의 음악은 90년대 들어 전북 연극에 뮤지컬이라는 갈래를 가능케 한 유장영 씨가 맡아 그동안 축적된 역량을 재삼 확인 시켰다. 97년 9월 과천에서 열리는 세계마당극축제에 참가가 결정된 이 작품을 모처럼 연극협회전북지회라는 이름 아래 이 지역 배우들이 모였다는 의의와 함께 아직 인력면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열악하기만 한 극단간의 인력교류에 있어 파생되는 여러 갈등들을 노출시키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전북연극제나 소극장 연극제를 포함하여 협회의 지나치게 의욕적인 사업추진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다. 󰋔 건축물 미술장식품 심의-도 미술위원회로 이관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실시해 온 건축물에 대한 미술 장식품 설치 운영이 바뀌어졌다. 지난 9월 5일 전라북도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조례가 개정됨에 따라 그동안 시군 건축위원회에서 맡아왔던 심의작업이 도로 이관된 것. 앞으로 건축물에 대한 조형물 심의는 건축주들의 신청서를 각 해당 시군이 접수받아 이를 도에서 구성한 미술위원회의 심의를 의뢰, 미술작품에 대한 심사를 받게 된다. 또한 그동안 건축물 총공사비의 100/1로 되어 있던 미술장식품의 비용이 공동주택의 경우 1000/1로, 기타 건축물의 경우 1000/5로 낮아졌다. 조형물 심의는 그동안 각 해당 시군의 건축위원회가 맡아왔으나 대부분이 비전문인들인데다 조형물을 조각품으로만 한정해놓는 잘못된 관행으로 적잖은 문제를 노출시켜 왔었다. 󰋕 「그림으로 읽는 전라도의 땅, 전라도의 시」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렸던 문화저널 창간 9주년 기념 기획시화전은 저물어가는 ‘문학의 해’에 독특하고 뜻깊은 기획으로 기록되었다. 이번 기획은 그동안의 시화전이 그림에 시를 써넣은 형식이었던데 반해 그림을 통해서 시의 주제를 승화시키는 새로운 양식으로서 전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시화전에서 보여진 작품은 24점, 전시장에서는 작품과 시를 함께 붙여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번 기획전은 그동안 문학의 해를 기념하는 취지에서 열렸던 기왕의 시화전들이 일관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나 그림이 가지는 독자적 의미를 살려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온데 반해 새로운 형식에 의한 감동으로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이다. 전북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는 이 지역 중진 화가인 김윤진, 김치현, 나종희, 박민평, 소기호, 유휴열, 이철량, 하수경 씨 등 8명 작가들이 참여했고 24편의 시가 그림에 담겼다. 이 기획전과 함께 문화저널의 통권 100호 발간도 지역문화계에 값진 수확으로 평가되었다. 󰋖「신인 춤꾼, 그 생동감과 희망」 12월 19일에서 21일까지 3일동안 열렸던 「신인 춤꾼, 그 생동감과 희망」은 이 지역 무용계에 신선한 움직임으로 평가받았다. 그 동안 지역 무용계는 중진 안무가와 30대의 선 굵은 춤꾼들의 개인 무대가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자의 나는 법을 조용히 터득해 가고 있는 20대 기대주들을 모은 것이 이번 춤판이다. 한국무용 3명과 현대무용 3명 등 모두 6명의 20대 춤꾼들이 각자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가늠하고 앞으로의 예술적 방향을 탐색하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들이 흘린 도전과 가능성의 땀은 이 지역 무용계의 건강하고 확고한 위상을 이어갈 연결고리가 됐다는 점에서 지역 무용계에 값진 자산으로 평가됐다. 이밖에 올해 무용계에서는 문정근 무용단이 전국무용제에서 〈아버님 전상서〉로 안무상을 수상, 성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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