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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3 | [서평]
중남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송기도·강준만 지음-
글·김정원 전북대 대학원·사회학과 (2004-02-12 14:55:23)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는 우선 최근 다변화되고 있는 단지 우리의 관심사를 중남미에까지 그 지평을 확장하여 관심의 주류에 편입되어 있지 않던 지역을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그리고 철저히 대중용으로 서술이 되어 있어 초보적인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중남미의 시각에서 중남미를 보려하는 저자들의 시도가 새로운 시각을 통해 중남미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에게 중남미는 어떻게 인식되어 있을까? 한 번 떠올려보자. 콜럼버스에게 발견된 신대륙, 펠레와 마라도나로 기억되고 있는 축구의 땅, 잉카와 마야, 그리고 아즈텍으로 얼핏 떠올려지는 잘 모르는 문명이 있었던 곳, 독재자 피노체트,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이라는 세계적인 외채대국, 게릴라들이 판치는 곳, 마약의 나라 콜롬비아, 화제의 영화 에비타, 그리고 최근 있었던 페루 대사관의 인질 납치극, 그리고 또 무엇이 있었던가? 이렇듯 이 지역에 대해서 우리는 단편적으로 떠올려지는 분절된 지식으로만 이해를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정반대 쪽에 위치해 있는 이 지역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이 지역에 대해 잘 알아야할 그 어떤 의무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우리를 잘 알지 못하면서 왜곡된 시각으로 재단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아마도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리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잘 알지 못하면서 왜곡된 시각으로 이 지역을 재단할 자격은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우리가 중남미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왜곡된 시각을 갖지 않기 위해서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만한 책이 송기도·강준만 공저의,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이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취사되고 선택된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래서 우리는 승자에 의해 덧칠해진 창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게 된다. 중남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실 우리 대부분은 저자들의 말처럼 중남미를 보는 눈이 알게 모르게 승자인 ‘백인중심의 시각’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중남미는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 당한 것이고, 미국의 눈엣가시인 쿠바의 카스트로는 우리에게도 독재자 이상이 아니다. 또 한 멕시코의 독립영웅 판초비야는 서부영화의 악당일 뿐이며, 미국이 그라나다를 침공해도, 피나마를 침략해서 일국의 수반을 잡아가도 그럴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백인들과 외세에 저항하며 자기정체성을 찾기 위한 그들의 투쟁의 역사는 우리의 인식 속에 존재하지 않고, 비슷한 경험을 한 우리에게도 그들에게 느끼는 연대의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는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총 9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 제 1부는 우선 중남미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왜 라틴아메리카일까?’ ‘라틴아메리카에 사는 사람들’ ‘콜럼버스가 정말 최초인가?’ ‘정복과 수탈의 역사’ ‘독립의 영웅들’ ‘중남미에서의 전쟁들’ ‘멕시코혁명과 불간섭원칙’ ‘진정한 독립을 향하여’ ‘미국과 중남미의 관계’ 등이 1부에 실려있는 글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지역의 지명에 대한 기원과 그 의미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인적구성, 침략과 수탈로 인해 파괴된 그들이 문명과 정체성, 중남미의 독립투쟁, 독립 후 지역 패권을 둘러싼 지역 간의 전쟁, 그리고 그들이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할 수 있다. 총 12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 제 2부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정치적 인물들을 통해 현대 중남미의 정치와 사회를 재구성하고 있다. ‘콜로게이트라는 드라마’ ‘종속이론가 카프도소의 변신’ ‘살리나스와 세디요’ ‘제2의 체게바라 마르코스’ ‘지금도 살아 있는 에비타 페론’ ‘카를로스 메넴의 마이웨이’ ‘칠레의 황제 피노체트’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신독재’ ‘아비마엘 구즈만의 빛나는 길’ ‘마리브해의 반항아 피델 카스트로’ ‘혁명을 위해 대어난 체게바라’ ‘오르테가와 차모로’ 등이 2부에 실려있는 글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리되지 않은 채 우리의 인식 속에 흩어져 존재하는 중남미 지역의 정치적 인물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만남을 통해 우리는 해방과 민주화 그리고 경제 성장을 위한 그들의 지난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기실 저자들의 말처럼 중남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정말 어렵다. 나라마다 인종적, 지리적, 경제적 차이가 매우 크다. 그나마 미국(또는 백인)의 시각을 통해서 바라보았던 것이 지금까지 중남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는 우선 최근 다변화되고 있는 단지 우리의 관심사를 중남미에까지 그 지평을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하겠다. 그리고 철저히 대중용으로 편집과 서술이 되어있어 초보적인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중남미의 시각에서 중남미를 보려하는 저자들의 시도가 새로운 시각을 통해 중남미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적은 분량에 많은 내용을 대중적으로 담아내려 하다 보니 글의 깊이나 폭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 전체적으로 단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2부의 경우 각 인물이 등장하는 국가가 극히 적어 전체 중남미의 정치와 사회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감을 주고 있다. 물론 이의 대중적 지명도를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편집을 하다보니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일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와 풍속, 그리고 제도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지역을 이해하지 위한 통로의 한 쪽이 막혀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문제점들은 대중용 저서답지 않게 많은 분량이 게재된 ‘참고문헌 및 자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흥미를 유발하고 새로운 시각 형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초기 입문서로서는 무난한 편이 아닐까? 김정원 /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지금은 사회학과 조교로 있으며, 전북지역의 재구조화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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