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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3 | [문화저널]
옹기장이 이현배의 이야기 옹기그릇은 깨진다.
문화저널 옹기장이 이현배 (2004-02-12 14:58:41)
옹기그릇을 두고 ‘이거 깨지죠?’한다. 참 민망한 질문이지만 틀림없는 얘기인지라 ‘얘, 깨져요.’한다. 그러면 그 손님은 그냥 간다. 왜 깨지냐고 묻는 걸까. 안 깨지는 옹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까? 셋째 이바우는 툭하면 ‘아빠, 내가 크면 엄마가 되고 아빠는 할아버지는 되지이? 그라고 내가 또 더 크면 아빠는 죽지이?’ 틀림없는 얘기인지라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만 두고두고 괘씸하다. 세상이치라는 게 당연한 게 너무 당연하면 그게 또 막연한 법인가 보다. 옹기그릇을 두고 ‘이거 깨지죠?’한다. 참 민망한 질문이지만 틀림없는 얘기인지라 ‘얘, 깨져요.’한다. 그러면 그 손님은 그냥 간다. 왜 깨지냐고 묻는 걸까. 안 깨지는 옹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까? 언젠가 어떤 도자기 회사에서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도 안 깨지는 그릇이라고 자랑했던 적이 있다. 그게 아니래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어떤 그릇이 그렇다고 지금도 자랑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걸 보구서 옹기그릇을 두고 깨지냐고 묻나보다. 옹기그릇은 깨진다. 분명히 깨지는 물건이다. 우스게 소리로 ‘깨져야죠. 더 잘 깨져야죠. 그래야 옹기쟁이가 먹고 살죠.’한다. 그게 우스게 소리만 아닌 것이 그릇이 깨져야 평소 그릇을 쓰면서 조심성이 생기고 그게 몸에 익으면 그릇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도 남에 대한 배려가 생기는게 아닐까. 안깨지는 그릇을 쓰면서부터 우리의 마음이 더 강팍해진게 아닐까. 요새 안깨진다는 쇠그릇이나 플라스틱 물건들이 생긴 것은 멀쩡해도 버려지는 것을 보면 깨진다는게 안깨지는 거고 안깨지는게 깨지는거 아닌가. 그렇다. 이게 결코 다르지 않다. 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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