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3 | [세대횡단 문화읽기]
‘97전주한지축제
깨어나라 한지여, 천년 고향 전주에서
문화저널(2004-02-12 15:14:00)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와 솜씨로 옛부터 명성을 날렸던 전주한지.
그 명성을 다시 살리기 위해 전주풍남제전위원회와 전주예총이 주최한 ‘전주한지축제’가 도민의 관심과 애정 속에 성황리에 열렸다. 타지역에서 구경 온 관람객들까지 가세해 전주한지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한지축제는 6월 7일부터 12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전시실 곳곳에서 열렸다.
제3회 한지공예대전은 섬세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성을 살린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으며 특히 현대부문의 작품들이 관심을 모았다.
‘오색한지공예 제작 시연’은 오색한지공예품의 제작과정을 기초부터 완성까지 매일 시연했다. 시연자는 김혜미자 (제 1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 김종원(제 2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 유영숙(제 2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동상)씨.
시연자 김종원씨는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아주 좋았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어서 우리 한지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한지제조과정 사진전’은 전통한지 제조과정을 담은 사진 20여점이 전시되었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를 찌고, 다듬고, 삶고, 건조시키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 한지를 만드는 전과정을 알 수 있었다.
‘한지전시’는 조선시대의 한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지변천사를 볼 수 있었던 자리로 150년 전 서한지, 시선지, 장지를 비롯, 상기호씨 소장품인 조선시대 오색한지, 450년 전 스님들이 서민들에게 나누어준 순한지, 100년 전 제조된 편지지와 봉투, 송지방(宋紙房)생산품인 한지, 지리산 한지 생산품, 전라북도 지정 원광한지산업기술연구소 생산품, 일중한지 특산 생산품들이 전시되었다.
‘전통연 전시’ 에서는 청꼭지연, 청반달연, 액맥이연, 호랑나비연, 기오리연, 먹동이연, 치마꼬리연, 수리당가리연, 머리연 등이 전시되어 잃어가는 전통놀이에 대한 향수와 사랑을 불러 일으켰다.
참여작가는 조충익(전북 공예품 경진대회 최우수상, 은상 수회)씨.
한편 이번 전주한지공예대전은 예년보다 작품수도 증가하고 작품의 질도 나아졌다는게 심사위원들의 전반적인 평이다. 대상은 전통부문의 박희경(35·서울시 강남구 도곡1동 럭키APT 110동 1401호)씨의「색실상자」, 현대부문은 김희자·엄경숙(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3가 797-6)씨의「동물형태를 이용한 문구디자인」이 차지했다.
시상식은 6월 7일 전북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있었으며, 입상 및 입선작은 6월 7일부터 6월 12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되었다.
’97문화유산의 해 기념특강
전라북도의 전통음악 강연
“우리의 전통음악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잇는 부문이 남도악이고 남도악중 전라도가 실제 중심지이고 그중 전북이 남도악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6월 5일에 열린 ‘전라북도 전통음악’의 강연의 강사로 나선 이보형(문화재 전문의원)은 서두에서 전북의 전통음악 비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열린 이번 강연회에서 이보형 위원은“조선 창극사에서 나타난 판소리 명창을 각 도별로 추려보면 전북이 가장 많다.”고 설명한 뒤 판소리 명창인 권삼득, 송흥록, 신만엽, 박유전, 박만순, 김세종, 김창록, 장자백, 진채선, 김수영, 김차업, 전도성, 유공열, 정정열, 장판개, 김정문, 신영채, 김여란, 김소희, 강도근 등에 대해 일일이 출생에서부터 되집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밖에도 산조, 시나위, 농악, 줄풍류, 삼현육각 등에 대해 의미정리에 이어 각 부문별 전북지역 명인 발굴과 함께 전통음악에 대한 계승발전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줄풍류에 대해 이보형 위원은 “ 전통사회에서는 전국에 수많은 줄풍류 연주단이 있으나 지금은 익산과 정읍에서만 겨우 전승되고 있을 뿐”이라며 “그나마 익산향제줄풍류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는 실정으로 이에 대한 계승발전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판소리계의 유파 발표회에 대해서는 “판소리 유파 발표회는 자칫 판소리판에 잘못된 관행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계보잇기에 바쁜 판소리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강연에 앞서 이일주명창이 송재영 고수와 호흡하여 ‘흥보 박타는 대목’을 불러 장내에 흥을 돋구었다.
한편 전주박물관은 7월에 청소년을 위한 문화강좌와 8월에 전통문화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전북청년문학회 창립 5주년 기념집 발간 및 기념식
이 시대, 청년문학인들의 건강한 사랑노래
92년 패기만만한 청년문학인들이 의해 창립, 격월간 『청년문학』발간, 대중문학 강좌 「문학, 버릴 수 없는 내 꿈」, 지역문인들을 초청해 정기적으로 열리는 「문학까페」, 창작기금 조성을 통한 회원의 창작 지원 등, 부단한 노력과 열정으로 삶과 사회와 호흡하는 건강한 지역문학운동의 활로를 모색해온 전북청년문학회(이하 전청문)가 창립 5주년을 맞아, 기념특집 28호 『청년문학』을 발간했다.
특히 이번 호에서는 회원들의 작품 외에 「창립 5주년 기념 특집 좌담」, 「문학을 하는 후배들에게」등 그간 전청문의 활동이력과 고민들을 총화해 눈길을 끌었다.
좌담에는 소설가 김한수, 시인 이대흠, 평론가 방민호씨가 참석, 전청문 회원들과 ‘문학인들의 건강한 문학적 자세’, ‘현 문단의 상황과 흐름’, ‘지역대중문학단체의 역할과 회원들의 문학적 성장’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방민호씨는 일상성의 공간이 주된 문학적 소재가 되고 있는 90년대 문학에 대하여 “문학이 현실을 문제삼는다 할지라도 문학인 내부의 절실한 필요와 맞딱드려지는 지점에 의해서만 문학이 절실해지고 일상적인 사소함을 벗어날 수 있으며, 그럴 때 시대가 요구하는 문학의 지평을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흠씨는 “문학인이 자기를 규정하는 순간에 이미 경직성의 굴레에 씌워진다”고 주장, 자신이 끊임없이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수씨는 “지역문학회의 역할은 문학하고 싶어하는 사람 등단시키는 좁은 개념이 아니라, 문학활동을 통해 주변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사회를 폭넓고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청문 회원들을 격려했다.
또 전청문의 활동에 ‘비판적 지지’를 보내 눈길을 끄는데, 안도현 시인은 한번도 건너뛰지 않고 발간된 『청년문학』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냈고, “건강한 생각이 건강한 문학적 형식 즉, 신선한 틀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천씨는 소설작품들이 주제에 너무 집착하여 극적 흥미를 감한다고 보고, 참신한 소재의 발굴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회장 박은정씨는 “앞으로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쓸쓸하고 애잔한 이 시대, 우리들의 삶을 노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청문은 6월 21일 동학혁명기념관에서 창립 5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정양(전북작가회의 회장)시인의 격려사, 김용택 시인의 문학강연, 진주청년문학회 회원들의 시낭송에 소리꽃의 노래 공연, 고양곤씨의 판소리가 어우러져 흥을 더했다.
‘한국미래춤 학술 심포지움’ 개최
한국무용사 정립의 새로운 계기
실기위주로 진행되어 온 무용계에 이론적 틀을 정립할 수 있는 한국미래춤 학술 심포지움이 지난 21일 우석대 무용관에서 개최되었다.
미래춤연구회의 송순남(단국대)교수는 “실기의 과대평창과 더불어 이론적 바탕을 같이하기 위하여 이루어졌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무용에 대한 이론가, 평론가를 배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움은 ‘우리춤의 선구자를 말한다’와 한국발레의 미학적 지향점에 대한 문제‘을 통해 실기위주의 무용에서 이론을 겸비한 무용으로 한층 발돋음한 계기를 마련한 자리다는 평을 받았다.
여성무용수 김미화를 조명한 ‘우리춤을 말한다’에 기조발제로 나선 손정자(우석대)교수는 “일본의 무용수 石井漢으로부터 현대무용, 최승희로부터 조선춤을 사사받아 활동하던 주 다시 도일하여 발레리나에게 수학하는 등 학구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소유자였다”며 “최선, 육정림, 조원경 등의 후학을 육성하고 발레사에 금자탑을 세운 임성남에게 공헌한 인물이다”고 평가했다.
김미화는 전북에 신무용의 뿌리를 내리게 했던 인물로 전북여자고등보통학교시절부터 본격적인 무용공부를 하기시작, 일본무용가 문하에서 춤을 배웠으며 일본 동경 최승희 무용단에서도 공부했다. 귀국후 몇 차례의 공연을 치룬 후 전주 전동에 무용연구소를 개설, 후진양성에 힘을 쏟았다.
이 심포지움에는 김미화의 동생 김덕순씨와 딸 정소애가 참석 당시의 김미화의 활동에 대해 상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M.포킨 서거 55주년을 맞아 마련한 ‘한국발레의 미학적 지향점에 대한 문제’에 대해 김태원(동아대)교수는 한국발레의 클래시시즘 집착에 대해 비판하여 “발레적 틀 안에서 새로운 표현성과 창의성의 획득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런 가능성들이 여러방향과 기법으로 창의성있게 시도되어야 한다”며 발레안무의 창의성을 지적했다. 또한 “1945년 최초의 서울발레단의 창단 이후 50년 동안 예술적 질과 차원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이 흘러왔다”고 진단했다.
미래춤 연구회는 93년 창립이후 학술심포지움 등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제심포지움개최, 미래춤 비엔날레, 근대무용사 발간 등을 할 예정이다.
국악판 새롭게 빛낼 명창과 고수
전국고수대회 대명고부 대상 방기준씨
고수는 소리판에서 흥을 돋구는 역할이 중요
전국고수대회에서 대명고수부의 대상을 차지한 방기준씨는 7전8기 끝에 대명고수부의 반열에 오른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고수를 하면서 어려움과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제야 그 어려움이 결실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후진을 발굴 육성하여 국악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지난 88년 일반부로 참가해 대상을 차지했던 그는 다음해 명고부의 대상을 차지, 고수로서의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90년 대명고수부 출전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뼈아픈 8년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현재 서울 봉천동에 자리하고 있는 판소리 보존 연구회 봉천동 지부에서 후진양성을 하고 있는 방기준씨는 북과 소리에 재능을 두루 겸비한 사람이다. 오늘의 대명고수부 대상을 차지하기 앞서 판소리 명창의 반열에도 이미 오른 그는 국악계에서 유일한 명창이자 명고수인 셈이다.
북을 치려면 소리를 배워야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조상현 명창으로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지난 95년 서울 판소리 보존회에서 주최하는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심청가중 ‘심청이 배에 실려가는 대목’을 불러 대상을 수상했다.
고수로서 20여년을 걸어온 그는 “고수는 모름지기 추임새 등 소리판에서 흥을 돋구는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며 “앞으로 후진들이 소리와 장단을 고루 갖출 수 있도록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대통령상 수상 전인삼씨
젊은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판소리 개발
“판소리가 우리민족음악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 23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전인삼씨는 대학 3학년 때 84년 춘향제 전국판소리명창대회 일반부 장원과 95년 같은 대회 판소리 명창부 최우수상을 차지한 경력의 소유자다.
최근 여성화 되어가고 있는 판소리계에 우려의 소리가 깊은 가운데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스물세명의 명창 중 일곱 번째 남자명창이다.
소리의 본고장인 남원출신인 그는 어릴 적 자연스럽게 귀동냥으로 소리를 흉내내다가 열일곱살에 동편제의 거목인 고 가도근명창의 수제자로서 본격적으로 동편제 소리를 배우기 시작, 소리꾼의 길에 접어들었다. 또 명창 성창순명창과 이일주명창 등으로부터 심청가와 춘향가를 사사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후배 고수 조용안씨와 장단을 맞춘 전씨는 남자명창으로서는 갖추기 힘든 상·중·하청의 고른 음폭과 감정표현이 뛰어난 장점을 살려냈다. 전씨는 이날 흥보가 중 세 번째 대목인 ‘박타는 대목’을 불러 귀명창으로부터 추임새를 불러 일으키는 등 관객들로부터 이미 ‘장원감’이라는 평(?)을 받았다.
전주 도립국악원 단원, 대전 시립국악원 강사, 광주 시립국극단원 등을 거치면서 산공부에 들어갔다가 주위의 권유로 1년만에 하산, 현재 남원 국악원 국악장으로 있으면서 후학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민족음악인 판소리가 젊은 세대들에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연구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정갤러리 이전
전문화랑으로의 새로운 모색
장기적인 불경기 속에서 미술 향유층의 감소, 그로 인한 작가들의 전시회 기피 등 도내 화랑계가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움직임이 있어 화제.
93년에 개관, 그 동안 전북지역 미술 발전에 한 몫을 해 온 정갤러리(관장 정병표)가 고려상호신용금고 4층(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 685-44)으로 이전, 새 단장을 했다. 전체 120평에 60여 평의 전시실, 아트샵 및 휴게실 20평, 사무실·상담실 10평, 작품보관실 10평을 갖춘 정갤러리는 도민의 새로운 문화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관장은 “전시장 대관, 전시 기획 등 기존의 화랑개념에 부채, 소품액자, 판화, 조각 등 아트상품 개발과 판매, 미술관련 이벤트 및 세미나, 미술품 상담 및 대여, 신춘건축물 미술품 상담 및 설치 사업 등을 통해 미술 전문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4월 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사설 화랑으로 미술 인구의 저변확대와 문화발전에 앞장서 온 갤러리 고을(관장 박재승)이 재정난 속에서 화랑을 내놓아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갤러리 고을 측은 인수할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당분간 전시회를 열 예정. 그 밖에 대부분 사설 화랑들도 기획전보다는 상설전을 열고 있는 사정이다.
도내 화랑계의 침체 분위기에 한 서양화가는 “불황탓 만을 할 것이 아니라, 정갤러리처럼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화랑업자와 작가, 도민 모두가 화랑을 전주의 문화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갤러리는 지난 7일 김세견 수채화전으로 시작으로 이번 첫 전시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