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7.7 | [문화저널]
화해와 치유의 능력
옹기장이 이현배(2004-02-12 15:27:26)
옹기전 첫 날 갤러리 손님들과 친구들이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뭔가 알 수 없는 답답함 때문에 밖으로 나왔더니, 평소 세상을 참 맑고 건강하게 산다고 여겨지는 이가 애들 데리고 이미 나와 있었다. ‘아 참 그게 좀 그렇네여…’ 다음날 갤러리 안선생께서 “어제 친구분들 고향 친구세요?” 하시길래 “아녜요. 사회친구에요. 어찌 물으세요?” 했더니, “왜 그런거 있잖아요. 묘한 분위기, 어찌 좀 무서운거…” 그러고보니 친구들의 면면을 보니 대개가 운동권 출신들이고 갤러리 손님 중에는 전·현직 장관 사모, 무슨 무슨 그룹 회장 사모…이랬다. 그 가운데 옹기그릇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 묵은 신문을 변소에 들고갔을 때는 읽을거리로 가져갔던건데 점차 밑닦이로 쓰였다. 야금야금. ‘오에 겐자부로’라고 일본사람인데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며 인터뷰를 한 기사였다. 그 기사가 최후로 남았다. ‘예술은 화해와 치유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그 말에 그 양반의 사진이 박힌 걸로 도저히 밑을 닦을 수 없었다. 예술이다. 아니다 그런게 아니어도 우리가 만든 물건 또한 그랬으면 하는 맑은 욕심과 이 세상이 뭔가 뒤틀렸다는 말에 공감해 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불 앞에 앉아있다. 잠을 이겨내야 하기에 라디오를 틀어 놨는데 좋은 말이 나온다. 늘상 좋은 말만 해대니 맨날 그게 그것처럼 들리던데 오늘은 확 들어오는 말이었다. ‘부부사이에는 애정보다 이해가 앞서야 한다’, ‘사랑해’보다 ‘미안해’하는 화해의 능력이 앞서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본사람 말이나, 라디오에서 한 말이나 옹구쟁이한테는 그런 물건을 만들라는 소리로 들렸다. 우리가 만드는 물건이 화해와 치유의 능력을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