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8 | [문화저널]
서로 부족한 울림과 빈 곳을 채워주는 네 개의 악기·최상화
최상화
(2004-02-12 15:48:12)
꽹과리·장고·북·징 4가지 타악기 연주를 ‘사물(四物)놀이’라고 한다. 이 네가지 악기는 농악을 연주하는 주요 악기인데 이때는 흔히 ‘풍물놀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1978년에 창단된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이 네가지 악기만을 따로 떼어내 음악 위주로 공연하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사물놀이’란 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사물놀이는 범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타악 음악으로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이다. 국내적으로는 전통음악의 발전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장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사물놀이인 것이다.
그러면, 사물놀이의 근원적인 힘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사물놀이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사물놀이의 특징은 한국음악만의 독특한 리듬, 그리고 네 종류의 악기가 연출해 내는 음악적·음향적 어울림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음악에서의 리듬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고, 독창적이며,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깊이를 담고 있다. 따라서 흔히, 서양음악은 화성이 발달한데 반해 한국 음악은 리듬이 발달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물놀이에서 징이 정월 초하룻날 한 번 울린다면, 북은 사계절에 한번씩 소리내며, 장고는 열두달에 한번씩, 꽹과리는 삼백 예순 다섯날을 잦게 넘나든다. 따라서 사물놀이는 각 악기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로 잘 어울리도록 조직된 훌륭한 음악미학적 계층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물은 쇠(金-꽹과리, 징)한 쌍, 가죽(鼓-장구, 북)한 쌍으로도 구분되는데, 이때 꽹과리의 시끄러움은 징이 포근이 감싸주고, 가볍게 울려대는 장구 소리는 북이 너그럽게 보듬어 준다. 쇠와 가죽의 구성악기 간에도 서로 부족한 울림과 빈 곳을 채워주는 것이다.
한국 음악의 독특한 리듬, 그리고 네 개의 악기가 빚어내는 독특한 어울림이야말로 사물놀이가 지구촌의 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