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8 | [문화저널]
컴퓨터 수제자가 되는 법·정영원
정영원
(2004-02-12 15:53:18)
항상 나를 수제자라며 사랑해 주시는 선배 한 분이 계시는데 내가 선배님의 것을 잘 배우고 잘 알아서라기보다, 그냥 결과만을 듣고마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더 깊이 파고들려 하고 자주 질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터에 관한 한 거꾸로 내가 그분을 수제자라고 칭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처음 컴퓨터에 대해 질문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어했을 때 지금처럼 컴퓨터를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사실 나이도 많으시고 깊은 산 절 속의 수도하는 중처럼 그러한 생활을 즐기고 계셨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시고 또 춤과 노래를 무척 사랑하시는 분으로, 차고 딱딱한 기계인 컴퓨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있으며, 그 컴퓨터로 대나무 숲에 묻힌 시골집에 낮아 생활비를 벌 정도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전문가들처럼 잘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가장 기본적인 문서 편집에 대해 질문할 정도로 미숙하지만 적어도 컴퓨터 통신만큼은 세계의 곳곳을 뒤지고 다닐 정도로 익숙해 있는 것이다.
정말 컴퓨터의 용도는 누구도 이것이다 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 같다. 어쩌면 컴퓨터의 전문가, 아니 컴퓨터를 만든 사람조차도 그 용도를 말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것 같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어린애들의 오락과 주부들의 물건사기에서부터 화성의 로봇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서 이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반드시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쓸모가 있어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는 점을 인정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만큼, 사실 컴퓨터는 전화기나 냉장고처럼 상식의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 좋은 컴퓨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 사용을 내게는 쓸모가 없다거나, 혹은 어려워서 배울 수 없다는 말은 이제 핑계일 뿐이고, 훗날 우리 손녀 손자들은 그러한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이러한 시작을 통해 세계를 내 안방으로 끌어들이고, 내 안방을 세계에 열어 놓음으로써 다가온 지구촌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