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9 | [문화저널]
둥 둥 둥개야, 빙빙돌아라·김태흥
김태흥
(2004-02-12 15:55:53)
딱정벌레목에는 방아벌레도 있고 반딧불이도 있고 하늘소도 있고 풍뎅이도 있다. 그리고 꽃무지도 잇는데 전북지방에서 유독히 둥개라 칭하는 종류는 이 꽃무지와 풍뎅이를 한데 뭉뚱그린 것이다. 외양은 물론 분류학적으로도 서로 사촌지간 쯤 가깝다. 어린 시절, 머리며 다리를 잔뜩 비튼 후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땅을 두드리면서 ‘둥 둥 둥개야, 빙빙 돌아라, 마당쓸게 돌아라’하던 그 부류다. ‘부웅’하면서 날개짓을 하는데 흙먼지를 일으키며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맴만 돈다. 일반인이 구별하기로 풍뎅이는 산 숲 나무진에 주로 날아들고 오늘 이야기하는 꽃무지는 이름에 걸맞게 꽃에 무리지어 모이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쉽겠다. 우리 나라에는 현재 넓적꽃무지, 홀쭉꽃무지, 풍이 등 30 종이 보고되어 있다.
성충이 꽃에 모이는 이유는 먹이인 꽃가루 때문이다. 건강식으로 일부에서 꽃가루를 생식한다고 들었는데 꽃무지에 비하면 한참 뒷차를 탄 셈이고 아무리 영양가가 높다 하더라도 이들과는 달리 사람은 각질에 쌓인 꽃가루를 소화할 능력이 없으니 따지고 보면 또 한참이나 생각이 못 미치는 처사다. 유충은 흙 속 또는 썩은 나무 속에서 살며 부식질이나 식물의 뿌리를 먹는다. 그러기에 때로는 과수, 임목, 농작물, 잔디밭의 해충노릇도 한다. 유충이나 번데기로 월동하며 종류에 따라 1년 또는 2년 후 성충이 되는데 건드리면 악취를 풍기는 것도 잇다. 여늬 딱정벌레와 같이 가죽질로 변한 등딱지 앞날개 한 쌍은 뒷날개를 보호하고 비행시 방향타의 역할을 하며 막질인 뒷날개만 비행을 주관한다. 양쪽 더듬이 끝의 세마디는 중간의 다른 마디들과는 달리 납작한 판막으로 변해 겹쳐져 있으며 냄새를 맡거나 풍향, 풍속을 감지할 때면 활짝 펼치기도 한다.
첫 번째 사진은 호랑꽃무지([Trichius succinctus (Pallas)]로 체장이 10㎜정도이고 흑색바탕을 황색의 긴털이 덮고 있다. 등딱지에 호랑무늬를 닮은 가로띠 석줄이 있다. 성충은 5-월 엉겅퀴, 개망초 등 여러 가지 꽃에 날아든다. 한국 전역과 주변국에 모두 분포한다. 두 번째 사진은 풀색꽃무지(Gametis jucunda Faldermann)로 14㎜정도의 체구이다. 녹색바탕에 백색의 점무늬가 흩어져 있으나 개체에 따라 크기는 물론 체색에도 다갈색 등 변이가 심한 편이다. 5-10월 야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충은 찔레꽃 등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 한국일대는 물론 미국에도 분포한다. 세 번째는 오늘 소개하는 중 제일 큰 점박이 꽃무지[Protaetia orientalis submarmorea (Bermeister)]로 체장이 25㎜정도이다. 암록색 또는 암갈색 바탕에 녹색의 광택을 띄며 날개딱지에 백색의 점무늬가 여러개 나있다. 6-8월 활엽수의 나무진이나 무궁화꽃, 해당화꽃에 무리지어 모인다. 한국 중, 남부와 일본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