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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 | [저널초점]
지역 문화 정체성확립과 대안문화의 발굴
글·진호 문화저널 운영위원 (2004-02-12 16:41:45)
이인제까지 까지 가세한 대권다툼의 혼전속에서도 추석연휴의 성묘길은 넉넉하기만하다. 「관습」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귀경전쟁을 피해보려는 형제들의 제안으로 추석전날, 하루 일찍 성묘길에 오르면서 우리같은 생각을 가진 차량들로 도로가 상당히 번잡스러울 것이라는 예상을 했건만 순창을 거쳐 담양으로 가는 국도는 참으로 여유롭고 넉넉하기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포근함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순창을 지나 담양초입, 길 양 옆에 늘어서 있는 이름모를 가로수들이다. 1년에 한두번 그 길을 지나며 느끼는 것은 어느때인지는 알수 없는 일이로되 신작로 양옆에 가로수를 심자고 제안하고 결정했던 당시 행정관리의 정서적 안목의 탁월함이다. 고향의 포근함이란 「정말잘오셨습니다. 여러분의 고향 00입니다」라는 현수막이 아니라 한그루의 정자나무가 베풀어주는 넉넉한 품과 이야기 마당에서 찾을수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 이후 나타난 한가지 문화적 특징은 굵직한 국제적 예술제가 지방 대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촌 미술축제라는 「제2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고 이미 끝난 「세계 연극제 97 서울·경기」나 부천의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등이 그것이다. 지자제 이후 조절, 지원능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는 중앙 정부에만 무작정의존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느정도 자족성을 구비한 지방 대도시가 세계화의 물결에 직접 뛰어들어보겠다는 시도가 이처럼 국제적 예술제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추세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어서 문화를 전략산업으로 여기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공업단지처럼 문화단지를 조정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세종로에서 예술의 전당에 이르는 거리를 문화거리로 꾸미려는 발상이나, 전북도가 영상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발상등이 같은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그 지역의 문화적 뿌리나 정체성에서 찾아야 한다. 요란한 영화제나 미술제를 개최한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있으며 지역민들이 두루 참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역축제가 될 수 있을것인가. 이제 결실의 계절, 10월을 맞아 도내에서도 시군단위로 각종 지역문화축제가 열리게된다. 필자는 지난달에 개최됐던 「무주반딧불이축제」가 몇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지역문화축제가 나가야할 시험적인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흔히 손쉽게 「향토미인선발대회」나 가수들을 동원한 1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오랜시간이 흐른뒤에 한그루 정자나무로 남을만한 가장 독창적이고 지역적인 축제를 지금부터 라도 신중하게 기획하고 실천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관점에서 전라북도가 도내에 흩어져있는 각종 동학관련 단체를 한데 묶어 사단법인으로 구성하고 각종 행사를 일원화 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지역의 가장 독특한 문화상품(?)을 체계적으로 정리, 육성하는 일은 곧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아무런 특징없이 이루어 지는 「도민의날」행사를 하나로 통합해서 「동학문화제」로 응집해 내는 방안도 강구해 볼 일이다.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대안문화의발굴에 힘써온 「문화저널」이 창립10주년을 맞아 실속있는 2가지 공연과 의욕적인 학술행사등을 마련한다. 특히 11월 6일 저녁 「전북대 삼성문화 회관」에서 열리는 「장사익, 임동창, 김규형 노래공연」에 독자여러분의 성원을 바란다. 제각기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펼쳐온 이들이 만나는 무대는 그 자체가 하나의「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꾼들인지라 이들은 각기 자기의 독특한 세계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장르와 장르,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드문 소리의 어우러짐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운 임동창은 피아노 한 대로 ‘치고’ ‘뜯고’ ‘두드리는’다양한 실험을 통해 우리 음악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장사익도 이에 못지않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93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태평소 연주로 장원을 차지했고 서태지와아이들의 「하여가」에서 태평소 파트를 연주하기도 했던 그는 평생의음악동반자 임동창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나이 마흔다섯에 노래를 시작한 ‘우리음악’의 대안이다. 여기에 동초제 판소리의 대부인 김연수의 아들로 판소리를 배우다 북에 심취한 김규형이 합세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게 된다. 무화저널은 창간당시부터 이지역 문화의 뿌리를 찾는 작업과 함께 전통문화의 새로운 해석과그 실천에 특히 중점을 두어 왔다. 이같은 작업은 기존의 신문이나 방송등에서 할 수 없었던 작업들로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 그존재의상업적 속성상, 기존의 매체들은 주로 대중에 영합하는 행사나 사업에 기울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화저널」은 그같은 역기능을 최대한 극복하면서 대중들의 문화의식에 한걸음 앞서 다가갈 수 있는 일련의 작업들은 꾸준히 지속시켜왔다. <김명곤창작판소리 -금수궁가>나 <임덕수 사물놀이 초청공연>, <노래를 찾는 사람들>, <김영동의 삼포가는 길> , <슬기둥이 찾는 오늘의 우리 음악>, <노래마을 초청공연> , <어울림초청공연>등을 통해 전통의새로운 해석과 대중과의 교감가능성을 타진한 반면, <전라도의춤, 전라도의가락>이라는 연속기획을 통해 지역의 전통문화 발굴에도 기여한 바 있다. 이제 창간 10주년이라는 분수령을 넘으면서 「문화저널」이 새로운 실험무대의 소개나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틀이 넘어 다양한 대안문화의 발굴과 육성에까지 다다를수 있는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제2의 서태지와 아이들, 김덕수나 김준화가 이지역에서도 자라나도 뛸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 주는일, 그리고 그들의 지역에서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메신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냄으로써 한그루 커다란 정자나무로 자라날 수 있기를 모든 독자들과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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