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1 | [문화저널]
제36회 전라예술제 결산
높아진 시민의 문화의식, 멈춰선 축제
문화저널(2004-02-17 10:15:31)
예술제기간 대부분 행사는 썰렁한 잔치로 이어졌다. 영화협회가 내놓은 영화상영 시간에는 단 세 사람만이 관객으로 참석했고, 전북예술회관 전시실도 도민들의 관심권밖에 있었다.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 줄만한 전시 관계자도 없는 때가 많아서 작품감상에 어려움이 많았다.
전북지역의 문화예술 종합축제라 자부하는 전라예술제 ‘치솟는 예술의 땅으로’가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을 비롯, 전주 일원과 각 시군 문화예술 공연장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화려한 전야를 장식한 전라예술제는 애초 외형상의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높이고 예술인들의 화합과 신뢰를 구축하는데 주 목적을 두고 치러졌으나 당초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만 했다.
10일 열린 개막식 행사에서는 의미있는 시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패션쇼가 열려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고 이날 선보인 의상들에는 산수화나 서화 등의 작품을 종이재질의 옷감에 접합시키는 등 예술적인 시도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또 전북예총이 주관하고 (주)하림문화기획단(사장 김흥국)이 후원한 전북예술상의 신설은 전북예술인의 창작의욕과 지역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되었으며, 여기에 기업과 문화의 만남이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그러나 예술제기간 대부분 행사는 썰렁한 잔치로 이어졌다. 영화협회가 내놓은 영화상영 시간에는 단 세 사람만이 관객으로 참석했고, 전북예술회관 전시실도 도민들의 관심권밖에 있었다.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 줄만한 전시 관계자도 없는 때가 많아서 작품감상에 어려움이 많았다.
게다가 지난해 전라예술제를 치러오면서 연예협회가 내놓은 음악회, 가요제 형식의 공연프로그램이 예술제의 활력소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자 올해엔 너도 나도 음악회와 가요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12일에는 연예협회의 ‘전라예술가요제’와 부안예총의 ‘해풍 속의 열린음악회’가 한꺼번에 열렸고, 15일에는 전주예총의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도 선을 보여 전라예술제의 무게중심이 음악으로 편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나마 이번 전라예술제를 생색나게 해준 행사로는 창작극회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 공연과 익산시 예술단이 준비한 <서동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해진 작품이거나 언론에서 이래 저래 홍보가 잦았던 작품들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그런 노력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예술 작품들이 빛바랜 예술제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몇 년 사이에 시민들의 문화의식 수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양보다는 질적 예술행사에 갈증이 나 있는 사람들에게 ‘예술인총연합’의 ‘했다는데 의의’를 두는 그런 안일한 태도는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라예술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