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1 | [문화저널]
제11회 대학연극제 무산
대학연극, 앞날이 위태롭다
문화저널(2004-02-17 10:54:55)
청소년 연극과 기성연극 사이에서 교량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대학연극이 침체됨으로써 튼실한 연극인 배출로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 하나이고, 신선하고 발랄한 대학의 문화가 도달해야 할 자체의 예술적 완성도가 기성연극에 가할 수 있는 각종 실험적 자극이 단절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대학연극협의회와 연극협회가 그간의 침체기를 벗어내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제11회 대학연극제가 결국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1979년 ‘전라북도대학연극협의회’가 발족하면서 제1회 연극제로 개막을 알린 대학연극제는 정치적 상황으로 80년과 81년을, 협회간 갈등으로 89년을 쉬고도 90년대 초반까지는 비교적 활발한 발표활동으로 지역연극의 든든한 기초가 되어 왔으나, 이념과 가치관의 상실로 인한 혼란기를 맞으며 올해 문을 닫게 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올해 대학연극제를 추진해오던 대학연극협의회 회장 정종현(전북대, 기린극회)씨가 백기를 들고야 말았던 것은 지난 9월 중순. 대학연극협의회는 13개 대학 연극반 대표들로 구성돼 있으나 대학연극제를 준비한 인원은 겨우 4~5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일손이 가장 필요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서는 회장 혼자만이 연극제를 위해 분투하는 등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종현 회장에 따르면 “요즘은 대학연극반 자체도 그 활동이 극도로 침체돼 있어 정기공연 무대를 마련하기에도 힘에 겨워하는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선배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럴바에야 대학연극제를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라며 대학연극인들의 열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연극협회 류영규 지회장은 “대학연극인 협의회 구성원들과 회장사시에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적인 단합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대학연극제가 무산된 데에는 대학연극인들의 열의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긴 하지만 기성연극인들의 무관심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연극제가 몇 년만에 재기무대를 준비하면서 기성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추진, 심사위원회가 얼마만큼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곰곰이 되짚어 볼 문제들이다. 기성연극인들은 대학연극제가 해마다 연말 공연무대에 열기를 불어넣고 전북연극계의 결산기점이 되기 때문에 질적인 역량을 거론하기 앞서 실험정신과 순수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지도와 격려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었다.
이번 연극제의 무산은 대학연극의 위기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전북연극의 총체적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청소년 연극과 기성연극 사이에서 교량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대학연극이 침체됨으로써 튼실한 연극인 배출로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 하나이고, 신선하고 발랄한 대학의 문화가 도달해야 할 자체의 예술적 완성도와 기성연극에 가할 수 있는 각종 실험적 자극이 단절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