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7.11 | [문화저널]
‘바디ㆍ제ㆍ더늠’ 소리꾼의 예술적 족적
글ㆍ최상화 전북대 교수·한국음악과 (2004-02-17 11:37:32)
판소리의 사설과 음악은 끊임없는 변화가 가능한 동태적인 예술이다. 소리 수업은 학동(學童)이 명창 선생을 마주보고 앉은 상태에서 이루어 지는데, 선생이 한번 부르면 학동은 그것을 그대로 흉내내어 따라 부른다. 그리고 따라 부르는 것이 시원치 않으면 선생은 같은 대목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불러준다.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사설의 기록조차 없이 판소리를 배웠다. 결국, 판소리에 관한 그 어떤 기록 장치(사설, 악보, 녹음)의 도움도 받지 않고 구전심수(口傳心授)라는 특수한 도제식(徒弟式) 교육 과정을 통해 판소리의 맥이 전해져 온 것이다. 그래서 판소리 수업에서는 배운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암기해야 하는 공간적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과정에서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선생의 음악에 이론(理論) 대한 이야기(생각)이다. ‘그 대목은 …하기 때문에 음을 높이 질러내야 하고, 그 곳은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음을 길게 늘여야하며, 그 대목은 …이기 때문에 음을 흘려내려야 한다.’는 등의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판소리는 근본적으로 소리꾼의 생각(理論)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예술임을 알 수 있다. 역시, 선생으로부터 구전심수로 물려받은 판소리의 예술 내용은 그것을 물려받은 소리꾼의 생각에 따라 또 다시 변화할 수 있다. 독공(獨工)을 통해 형성된 나름대로의 예술관가 본격적인 소리꾼으로서의 명성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각각 독자적인 음악적 해석이 뒤따르게 마련인 것이다. 이렇게 한 소리꾼의 예술적 특성이 다른 사람과 뚜렷이 구별될만한 족적을 남긴 것을 우리는 ‘바디ㆍ제ㆍ더늠’으로 부른다. 판소리에서 동초바디, 송만갑제, 만정 더늠 등으로 표현되는 것이 그 예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