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2 | [문화저널]
제2회 인권영화제
표현의 자유와 인간의 권리
문화저널(2004-02-17 13:27:43)
「제2회 인권영화제」는 헌법에 위배되는 사실상의 검열인 사전심의를 거부합니다. 최근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검열 시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결단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 근본적인 생명으로 하는 인간의 권리를 위한 영화제에 허락된 유일한 선택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제 2회 인권영화제(전주,군산) 조직위원회(공동대표 문규현 신부)는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전주 중앙성당 교육관에서 인권영화제를 개최했다. 사전검열제도의 부당성과 참다운 인권상황을 알리기 위한 이 영화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자리. 그러나 영화제전부터 관심을 모은 인권영화제의 대미, <레드헌트(Red Hunt)>는 예정된 기간내내 상영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13일 사영예정이었던 <레드헌트>는 정부의 사영불가 방침에 조직위가 <레드헌트>를 제외한 작품을 상영하고 막을 내림으로써 영화제는 끝났다. 그러나 인권사랑방 서준식대표 석방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15일 서학동 성당에서 영화상영을 강행, 경찰의 검문검색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영화는 상영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헌트>(감독 조성봉, 67분)는 제주 4.3항쟁을 다룬 내용으로 96년 12월부터 97년 2월까지 제주에서 촬영했다. 제 2회 서울 다큐멘터리 영상제의 본선경쟁 출품작이었으나 주최쪽의 상영취소로 인해 인권영화제에 상영되어 많은 관객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1948년 4월 3일 이후 7만 제주도민 가운데 최소 3만여명이 죽어간 이유, 그리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진실을 담고 있다. 이른바 3.1발포사건을 계기로 총파업, 경찰과의 대립, 제주주민의 수탈상황등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작품으로 생존자의 증언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미 <레드헌트>의 모태인 4.3항쟁수탈기록은 제주의회 특별위원회의조사자료로 세상에 알려졌다. 확인된 사망자 1만 4천 5백 4명중 ‘10세이하 6백 49명, 60세 이상 6백 73명’으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역사적 비극.
지난 13일 전주 중앙성당 교육관에서 상영예정이었던 <레드헌트>는 인권영화제가 표방하고 잇는 권력이나 집단의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에 고난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권의식을 널리 확산하려는 계기가 무산된 셈이다. 결국 <레드헌트>를 제외한 10여편의 인권영화상영으로 막을 내렸지만 인권영화제가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인권영화제 조직위는 “기본적으로 상업주의 영상을 가지고 인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인권영화제는 ‘인간의 권리를 위한 영화제’에 허락된 유일한 선택”이라고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