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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 | [문화시평]
청중을 압도하는 섬세하고 균형 잡힌 연주 전주시향 금관 솔리스트 초청 연주회
글 박문근 전주농림고 교사 (2004-02-19 14:57:32)
“망망한 바다 위에 갈매기가 쉴 곳이 없어도 육지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바다에 빠져죽는 갈매기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희망은 삶이요 꿈이며 생활입니다.” 관악을 사랑하며 미래의 연주자를 꿈꾸는 도내 청소년들을 위한 ‘국내 유명 금관 솔리스트 초청연주회가 지난 7월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의 기획으로 열렸다. 이 날의 청중 대부분이 청소년들이었는데 연주를 통해 이들이 음악에 대한 매력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어느 정도나 갖게 되었을까? ‘희망’은 이번 연주회의 가장 큰 나의 관심사였다. 프로그램으로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경기병’ 서곡과 ‘시인과 농부’서곡, 음색이 화려하고 장중한 금관악기를 선택한 3개의 협주곡, 그리고 음악대학 진학을 위해서 꼭 익혀야 할 곡들을 청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편곡한 ‘세 악기를 위한 협주곡’으로 기획한 연주내용은 음악회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던 성공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연주로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점은 좋으나 지루함을 주어 다소 부담을 느낀 것은 한번쯤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보약도 지나치면 해가 되듯 각 악기들의 특징적인 즐거움을 보여 주고 보다 단순하고 간결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더 한층 아름답고 행복한 콘서트가 되지 않았을까? 연주회장을 찾은 청중들은 일반인들도 많았으나 관악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각 학교의 관악 지도 교사들, 교수, 관악인들이 지역 군부대의 군악대원들까지 단체로 관람하는 등 이날의 분위기는 ‘관악인의 밤’이라 할 정도로 대단한 관심과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한 연주회였다. R. 시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제1번 내림마장조’를 협연한 이석준은 호른이란 악기의 기교를 작품 곳곳에 충분히 발휘시키려는 듯 의욕적이며 진지하게 연주하려 노력하였다. 시트라우스가 18세 때 작곡한 곡이기에 악상의 청순함을 지극히 자연스럽고 솟을 듯한 기교와 수려함을 가지고 연주하였다. 그의 입가에 해맑은 소년 같은 웃음을 담으며 연주하는 모습은 모차르트를 연상시켰다. 특히 부드럽고 섬세한 음악과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연주가 청중을 압도하며 듣는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은은히 스며드는 뛰어난 연주였다. 타르티니의 ‘트럼펫 협주곡 라장조’를 협연한 안희찬은 피콜로 트럼펫으로 당당하며 기품 있는 연주를 보여 주었다. 수정보다 맑고 투명한 울림과 깨끗한 음색을 가지고 빠르면서도 순차적인 선율의 리듬분할이 매우 정확하였다. 곡 전체에서 트럼펫 소리가 밝고 윤기나는 빛이 있어 이날 연주회장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해 주었다. 특히 2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아주 포근하게 리드하는 음악 위로 트럼펫의 도도한 선율이 흐르며 듣는 이들에게 음악의 따스한 온기를 담은 사랑의 마음으로 희망을 채워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마지막 피날레 부분에서 심장이 터질 듯한 고음의 깔끔한 마무리는 본 연주회의 백미요 눈부신 햇살과 같은 멋진 연주로 우리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바겐자일의 ‘트럼본 협주곡’을 협연한 이철웅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트럼본의 화려한 테크닉과 함께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우며 풍부한 음량으로 가슴으로 강렬하게 전달된 연주였다. 자칫 느려지기 쉬운 선율을 규칙적이고 일정한 템포로 잘 이끌었으며 곡이 가지는 경쾌하면서도 감미로움을 충분히 전달해 주었다. 이날 연주회의 마지막 순서이며 하이라이트는 이문석의 ‘3대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이었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과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4번, 그리고 그랜드 트럼본 협주곡은 관악입문에 있어 아주 중요한 입시 곡이기도 하다. 음악의 특징적인 주제와 부분 부분의 동기들을 모아 새롭게 패러디하여 편곡한 것은 전주의 ‘비빔밥’같은 감칠맛 나는 즐거움을 주었으며 이번 연주회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과 감동이었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은 박태영 지휘자 취임 후 다양한 기획연주와 정기연주회를 통하여 음악적 기량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이번 연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원들이 지휘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호흡을 맞추는 가운데 다양한 표현을 위한 노력과 음악에 대한 강한 응집력에서 나오는 감정 표현 또한 세밀하고 풍부하였다. 이는 젊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적인 지휘를 하므로 연주자와 음악이 하나 되어 압도하며 이끌어 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경기병’ 서곡 연주에서 관악기군의 대담성(?) 있는 표현과 기본박자에 메인 듯한 리듬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음악의 표현에 있어 절제와 자유로움, 긴장이 주는 금관악기의 빛깔을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현악기의 포르테 부분이 조금은 거칠게 표현하고 있는데 짧은 연습기간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아쉬움을 갖게 하였다. 이번 연주회를 계기로 전주시립교향악단의 발전을 위한 고언을 감히 하고자 한다. 첫째, 음악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과감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전주시가 우리나라 음악계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지휘자를 영입하여 시민들이 연주에 큰 관심을 갖게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따라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시민들의 정서와 음악문화를 책임지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원의 기득권을 내어놓고 우수한 연주자들을 확보하여 전국의 시립교향악단 중에서 하위권 수준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둘째, 실무형 단무장으로서의 역할과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음악행정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최근 단원이 아닌 실무를 책임질 사람을 기용한 점은 아주 좋은 일이다. 단무장이 실무형으로 교체되었으므로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다양한 연주 기획과 운영을 위한 재정의 충분한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합리적인 경영으로 대내외적인 신뢰와 믿음을 하루빨리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셋째, 전주시는 교향악단 운영을 독립운영체제로 개선하고 과감한 지원을 위한 행정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전주시 시를 대표할 만한 여러 단체를 구성하여 지원하고 있다. 그 중에 규모나 비중으로 볼 때 교향악단을 독립 운영해야 한다. 현 교향악단의 불균형적인 2관 편성은 인적 구성의 낙후성을 보여 준다. 이런 상태로는 시민들에게 좋은 음악과 양적, 질적으로 수준 높은 연주를 서비스하기엔 많은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단원구성을 3관 편성으로 과감히 확대 개편하고 시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문화단체로 발전시켜 예향의 면모를 쇄신해야 한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안고 있는 현안 문제들을 해소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부에 대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과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이 뒤따를 때에 밝은 미래가 보이고 희망적일 것이다. 교향악단이 수준 높은 연주력과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지휘자의 음악적인 리더쉽, 그리고 실력 있는 단원들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는 곧바로 음악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문근/전북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전주 농림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며 학교 밴드를 지도하고 있다. 온고을 합창단과 하늘노래 합창단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익산시 동산동 667-1번지 제일2차 A 202/1805 계좌/503-21-0829378(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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