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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 | [문화저널]
<취재현장에서> <나비부인>, 날개 잃은 반쪽 공연
김회경 기자(2004-02-19 15:19:21)
지난 7월 11일 푸치니의 3대 오페라 가운데 하나인 <나비부인>이 전주를 찾았다. 오페라 장르가 척박하기만 한 지역 사정에서 모처럼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무대여서 관객들의 설레임은 컸다. 공연 주최는 오페라그룹이라는 신생 공연기획단체. 이날 무대는 전국 순회를 거쳐 전주에서 마지막 공연을 치르는 날이었고, 순회공연이 꽤 호응을 얻었던 터라 적지 않은 기대가 실렸다. 객석은 그러나 예상보다 한산했다. 아직 오페라 관객층이 그리 두텁지 못한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커튼이 오르기를 기다리는데 20분이 지나도 무대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곧이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이인권 대표가 상기된 표정으로 주최측 사정으로 무대가 설 수 없다는 공지를 하고, 주최측인 오페라그룹 관계자가 오케스트라 단원의 일부 불참 등의 이유를 들어 공연 취소를 알렸다. 황당한 관객들은 혼잡스러운 환불창구에서 길게 줄을 지어 화를 삼켜야 했다. 공연주최측과 오케스트라 사이에 게런티 지급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대관공연이긴 하지만, 소리문화의전당 스텝들의 발빠른 대응도 아쉬운 부분. 낮 리허설이 올라가지 못했을 때 이미 모종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공연주최측은 이튿날 성의 있는 공연을 약속했지만, 오케스트라 전원 참석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피아노 반주에 오페라가 진행됐다. 대수롭지 않은 헤프닝만으로 넘길 수 없는 것이, 막판 전주 공연에서 문제가 발생해 ‘반쪽짜리 공연’을 치렀던 점, 이것이 전주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관객들의 배신과 낭패감은 그렇다 하더라도, 예술인들이 관객을 볼모로 협상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씁쓸함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공연 기획사측과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엔 ‘계약’을 통해 관계가 형성돼 있고, 게런티 지급이 계약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기획사측에 그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무대는 수많은 관객들과의 약속이고 계약이다. 창작 못지 않게 예술인들의 ‘노동’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예술가들이 존재하는 이유, 그 본질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예술인의 사명을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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