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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 | [특집]
<특집> 박스기사 하얀 벽에 꿈의 빛깔을 채색하는 사람들 거리의 미술동호회 ‘거미동’
문화저널(2004-02-19 15:21:11)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섞고... 한 끝 한 끝을 그려나가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거죠. 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거미동의 또미 언니(25, 초등교사)이야기다. ‘거미동’, 거리의 미술동호회(http://cafe.daum.net/streetart)는 벽화제작을 통한 아름다운 거리와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전국 온라인 동호회로 2000년 6월부터 각 지역별로 자체의 모임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전주전북지역모임이 시작된 건 2년 전. 초창기 회원은 5명 내외로 벽화작업을 하기에는 충분치 못한 인원이었다. 현재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20여명. 학생, 교사, 교수, 인테리어 디자이너, 병원에 근무하는 회원 등 다양하다. 대부분 미술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평소에 미술에 관심이 많아 온라인 동호회를 찾다 가입하게 된 회원들이다. 본격적으로 벽화 작업을 시작한 때는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서이다. 영화포스터 작업, 페이스 페인팅, 조각마임크로키, 손, 발자국 남기기 등 모두 회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준비한 영화제 거리 미술전이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치매노인병원의 옥상 벽화 작업을 6월 초에 마치고 7월말부터 김제 청소년의 거리 벽화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1년 정도 거미동 운영을 맡고 있는 이든(23, 미대 휴학중)님은 “거미동 식구뿐만 아니라 김제지역 고등학생 30명과 함께 하고 10일간의 대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이는 행사이니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멋진 거리의 미술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벽화 의뢰를 받게 되면 개인적인 장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를 선택해서 하는 편. 그 장소의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를 살핀 후 회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전체적인 컨셉 아래 주변환경, 계절감, 벽 상태 등을 고려하여 시안을 만든다. 작품의 주제를 정하고 그림을 그릴 때 서로의 의견이 맞물릴 때도 있지만 벽화는 개인의 소장품이 아닌 바로 우리들을 위한 작품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고 친근한 그림을 그린다. 한번은 여러 사람이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 시안이 헷갈려 산과 해가 있는 그림을 다른 사람이 색을 칠하면서 산에 구멍 뚫린 그림이 되어 버린 사건도 있었다. 벽화작업의 매력을 묻자 고혹이(23, 대학생)님은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은 따분하고 딱딱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렸을 때 스케치북에서 그림 그리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고 사람들을 찾아가는 미술, 친근한 미술”이 바로 벽화의 매력이라고. 벽화작업은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너무 화창한 날은 페인트가 빨리 굳어 버리고 비가 오면 작업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단다. 벽화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모자와 긴소매 옷을 꼭 챙겨와야 한다고. 지금보다 전주전북지역 거미동 식구들이 많아지면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는 벽화 워크샵을 통해 벽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거미동 식구들의 작은 소망이다. 결코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조금의 노력이 모여 아무것도 없이 하얗던 벽이 많은 사람들의 손때 묻은 그림으로 채워질 때의 뿌듯함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날이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 기획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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