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8 | [특집]
인터넷 트렌드, 현실의 트렌드가 되어간다
오프라인 활동의 촉매, 온라인 모임
글 김승민 마당 기획실장
(2004-02-19 15:23:25)
인터넷은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가상의 세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인터넷 이용자 2,700만 명,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000만 명, 굿이 수리적 계산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현실 안에 인터넷은 존재하고, 이제 진화의 단계로까지 접어들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방법도 변해간다. 인터넷 속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정보를 찾고, 항공권을 예약하고, 그 곳에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곳도 인터넷이다. 이제 더 이상 책을 사러 서점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가격도 싸고, 힘도 안들이고, 편리함과 시간이 절약되는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면 그만이다.
그만큼 인터넷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 우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들 삶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주며 뿌리깊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4대 매체(신문, 잡지, TV, 라디오)에 이어 온라인 미디어가 제5의 매체로 자리 매김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유래 없는 발전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의 상호작용성, 탈 대중성, 비 동시성, 연결성, 디지털성 등의 매체적 특징은 이전의 전통적 매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필요로 하고, 온라인 미디어의 이용이 정보화 사회의 인간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새롭게 제기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모임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인터넷 이용자들은 평균 3.7개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며, 실제적으로 1.8개의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게된 동기는 취미생활을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동호회를 찾는다는 경우가 응답자의 36.8%, 정보를 얻으려고 18.9%의 순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활동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게시물만 읽는다는 경우가 43.6%로 제일 많았으며, 정기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는 4.7%에 머물러 아직은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가장 선호하는 온라인 모임 주제 역시 게임, 영화, 음악, 컴퓨터,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종교 쪽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온라인 모임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는 전국의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생각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기모임 후에 느낀 점은 베일이 벗겨지면서 신선함이 사라진다는 의견이 주를 이뤄 온라인 모임에서의 공감대가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직은 무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응답자의 53,7%가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온라인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었다.
인터넷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위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온라인 세상은 가상의 세상이 아니며, 현실과 떼어 낼 수 없는 또 다른 현실의 세상으로 인터넷 트렌드는 곧 현실의 트렌드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인터넷이 정보화 사회의 인간관계를 위하여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매체적 입장에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CMC(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가 기존의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에 비교하여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단서나 상황적 지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친밀한 인간관계 형성 목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핸디캡이 있다고 지적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적 입장에서 기존의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인간 관계에 비교하여 CMC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인간 관계가 초기에는 매체의 속성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차이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주장이 있다. 즉 사람들은 컴퓨터라는 매개체를 관계 형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목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에 점차 적응하게 되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매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 역시 극단적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을 통한 현실도피의 가능성이다. 주로 청소년, 주부 층에서 발견되고 있는 컴퓨터 중독증은 궁극적으로 인터넷 사용자들을 현실의 세계와 유리시켜 기존의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은 인간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하여 남보다 많은 정보, 빠른 정보를 수집한 인터넷 이용자들은 그들이 수집한 정보를 기존 인간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오히려 인간관계를 강화시켜주는 또 하나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개혁의 초기 채택 자들로 사회관계에서 적극적인 의견 선도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풍요로운 인간관계의 촉매로써의 인터넷
이처럼 인터넷의 다면적 특성은 하나의 방법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하는 방법론적 다원성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인터넷 모임이 생겨나 자리를 잡고 오프라인 모임과 문화적 활동까지 연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매체로서의 인터넷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활용해 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여진 노사모의 활동과 영향력은 인터넷이 없이는 불가능하였고 요즘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 인터넷 예비선거에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인터넷 돌풍 역시 “딘 전 주지사를 사랑하는 모임(딘사모)”를 자연스럽게 결성해 이 사이버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모임과 오프라인 모임의 연계와 나아가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문화적 활동은 종이와 연필을 대신해 스크린과 키보드를 선택한 사람들이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매체로서 인터넷은 우리의 삶과 인간성을 파괴할 수도 있고, 더욱 풍요로운 인간관계의 촉매로써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도구를 사용하는 자의 마음가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