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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 | [새책 및 새비디오]
새책과 새비디오
문화저널(2004-03-03 19:43:14)
<새책>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이후 펴냄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린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인의 고통이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된다면, 사람들은 타인이 겪었던 것 같은 고통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 참상에 진지해질 수 있는 가능성마저 비웃게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 뉴욕출신의 여성작가 수잔 손탁은 적극적으로 현장을 지켜온 '행동파 지성인'으로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이라크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미국의 한 보수주의단체로부터는 '미국을 앞장서 비난하는 인사'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온통 폭력과 잔혹한 이미지로 둘러싸인 현대사회에서 익숙해진 나머지 현대인들이 무감각해지고 있는 전쟁의 참혹함과 위험성을 일깨운다. 19세기 초 화가 고야가 프랑스 지배에 맞선 스페인 사람의 봉기를 진압하는 나폴레옹 군인들의 잔악 행위를 묘사한 동판화연작 '전쟁의 참화'부터 크로아티아병사의 피묻은 셔츠사진을 사용한 패션업체의 광고사진이나 9·11테러사진까지. 91년 걸프전쟁이후 TV뉴스를 통해 전쟁장면이 영화나 게임처럼 가정 깊숙이 스며들면서, 세계곳곳의 끔찍한 참사나 잔인한 폭력조차 현대인들에게 진부한 것 또는 익숙한 대상이며 완전한 '타인의 고통'이 돼버렸다고 저자는 고발한다. 『철제계단이 있는 풍경』김도언 지음, 이룸 펴냄 1998년 표제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으로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이듬해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다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작가 김도언의 첫 창작집. 자기를 배반하고 부정하는 데 열중할 수밖에 없었던 청춘 시절의 부침을 그린 표제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 등 신춘문예 당선작 두 편을 포함해 작가가 4년여 동안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 가운데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소설은 밀폐되거나 문을 걸어 잠근 집이라는 지극히 연극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양상의 잔혹극을 보여준다. 무대의 등장인물들은 욕망의 대상에 집착하면서 동시에 자신은 버림받고 말 것이라는 예감에 시달리는데, 이런 불안감만이 반복되면서 대부분 복수나 파멸로 이어진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담아낸 『소년, 소녀를 만나다』와 그 연작소설 형태인 '소년, 여인을 만나다''픽션, 섹스, 비디오' 등에서 엿보았던 집착과 불안에 사로잡힌 존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독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출구는 없는가. 또 다른 단편 '엠프티 룸스'의 주인공 ‘케이’는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공유한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불안의 미로'를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운명을 가졌다는 발견, 그것을 깨닫는 것에서 불안감으로부터의 탈출은 시작된다. 『부자열전』이수광 지음, 흐름출판 펴냄 이 책은 역사 속 인물의 일대기와 현재의 경영철학을 접목시킨 경영서로, 재테크 기술만을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부의 정신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하며, 부자가 되는 기본 이치와 원리를 담았다. 『화식열전』『십팔사략』『은행열전』『사기열전』 등의 중국 문헌과 『용재총화』를 비롯한 한국 고전에서 선별한 29명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가난하거나 평범했지만 부의 원리를 깨닫고, 부를 축적한 끝에 성공한 이들을 통해 성공의 비결과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돈의 흐름, 사람과 돈을 다루는 지혜 등을 전한다. 기름진 김제 곡창지대에 살면서도 농번기마다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던 농사꾼 장석보는 공동 작업으로 집안을 일으켰다. 네 형제가 순번을 정해 한 집에 자본과 노동력을 몰아줘 네 가족이 부자가 되는 윈윈 전략. 12대 300년 동안 부를 이어간 경주 최부자네는 '벌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이웃과 공생하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 책은 부자되기의 근본을 고전에서 찾아본 새로운 개념의 퓨전 경제서다. '십팔사략' '은행열전' '용재총화' 등 중국과 한국의 고전에서 부자 29명을 뽑아 미래 투자형, 원칙 고수형, 자린고비형, 신용에 목숨 건 의리파 등 유형별로 소개했다. 『눈의 역사 눈의 미학』임철규 지음, 한길사 펴냄 『눈의 역사 눈의 미학』은 저자의 끈질기고 집요한 인문학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20년 전 저자가 발표한 '눈의 미학'이라는 한 편의 논문에서 출발한 것.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 시대를 특징짓는 시각문화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되면서부터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던 '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 결과를 모두 담았다. 어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학자가 자신의 모든 학문적 경험과 반성을 종합해 사유와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을 제출하는 사상가의 면모를 보이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영문학자 임철규 연세대 교수도 그런 경우에 속하는 학자다. 저자가 전하려는 핵심 명제는 "눈이 있는 한 인간 세계는 파국을 면할 길이 없다. 종교용어를 구사한다면 인간에게 구원은 없다."는 것. 저자가 보기에 서구인들은 인간의 여러 지각기관 가운데 유독 시각만을 특권적 지위에 올려놓고, 그 시각의 힘으로 세계를 포획하고 역사를 건설해왔으며, 결국엔 그 힘의 자기파괴적 성격으로 인해 파국의 위기에 몰려 있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20세기까지 인류의 역사를 시간의 축 위에 펼쳐 놓는다. 문학·예술·신학·철학·신화·역사의 온갖 지식이 충돌하고 교감하면서 풍부한 인문학적 해석을 얹어놓고 있다. <새 비디오> <올드보이> 술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는 오대수. 본인의 이름풀이를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라고 이죽거리는 이 남자는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가진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납치, 사설 감금방에 갇히게 되는데.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뉴스를 통해 나오는 아내의 살해소식. 게다가 아내의 살인범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있음을 알게 된 오대수는 복수를 위해 체력단련을 비롯, 자신을 가둘만한 사람들, 사건들을 모조리 기억 속에서 꺼내 '악행의 자서전'을 기록한다. 한편, 탈출을 위해 감금방 한쪽 구석을 쇠젓가락으로 파기도 하는데, 마침내 사람 몸 하나 빠져나갈 만큼의 탈출구가 생겼을 때, 어이없게도 15년 전 납치됐던 바로 그 장소로 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올해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최민식에게 또 한번의 남우주연상을 수상케 한 작품. 박찬욱 감독의 짙은 색깔이 무엇보다 강하게 드러나는 강렬한 여운의 작품이다. 영화 플롯의 진부한 공식을 뒤엎고, 소름끼치는 리얼리티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 머리끝까지 쭈삣 서게 만드는 잔혹함을 담아 냈다. <참을 수 없는 사랑> 모든 것을 갖춘 로스앤젤레스의 이혼 전문변호사 마일즈 매씨(조지 클루니 분)는 감탄할만한 고객 리스트와 화려한 승소 경력, 존경 받는 지위, 그리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계속되는 성공에 넌더리가 나고 삶이 지루해질 무렵, 그는 새롭게 도전할 만한 거리를 찾게 된다. 마일즈는 매력적인 마릴린 렉스로스(캐서린 제타 존스 분)를 만나면서 일대 변화를 겪게 된다. 그녀는 부유하고 멍청한 남자들만 만나 결혼하여 이혼한 뒤 위자료를 챙기는 매력적인 여자로, 부유한 부동산 개발자이자 상습적인 바람둥이인 렉스 렉스로스(에드워드 허만 분)와 이혼 소송 중에 있다. 그녀의 남편은 마일즈를 변호사로 선임하게 된다. 그녀는 사립탐정 거스 펫치(세드릭 더 엔터테이너 분)의 도움으로 렉스의 부정을 낱낱이 캐내어 두둑한 위자료로 경제적인 독립을 이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마일즈의 놀라운 능력 덕분에 그녀의 계획은 완전히 망가진다. 멋진 남자, 멋진 여자로 대표할 수 있는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사랑싸움을 벌이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로맨틱코미디. 재기발랄한 코엔 형제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에서 식상한 사랑타령 이상의 뭔가 색다른 것을 기대해봄직도 하다. <호미사이드> 헐리웃 강력반 베테랑 콤비 조와 케이시는 강력 범죄를 해결하는 투캅스이자, 각각 부동산 중개업과 요가 교실을 운영하며 배우를 꿈꾸는 등 '투잡스족'이기도 하다. 수사하랴 의뢰인에게 걸려 오는 전화 받으랴 늘 동분서주하는 와중에서도 쿨한 자세를 고수하던 그들에게 공연 중에 살해당한 인기 절정 랩그룹의 사건이 맡겨진다. 하지만 연예계가 연루된 사건의 실마리를 잡기도 전에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와 케이시는 강력반 내부에서 자신들을 노리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잔머리 굴리는데 천재적인 소질을 간직한 두 형사는 난생 처음으로 진지한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경찰의 리얼 스토리를 옮겨 놓은 영화 <호미사이드>는 카리스마의 명배우 해리슨 포드와 떠오르는 신예 조쉬 하트넷이 출연, 제대로 망가졌다. 취조실에서 전화기를 놓고 한 판 씨름을 벌이는 해리슨 포드와 요가로 취조를 무마해 버리는 조쉬 하트넷은 관객들에게 낯선 이미지와 함께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ing>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병원에서만 살아야 했던 민아의 별명은 13층 붙박이. 태어날 때부터 세 개인 손가락을 감추기 위해 한 여름에도 장갑을 끼고 다니며,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변변한 친구도 없다. 그녀의 대화상대는 가끔 만나는 노처녀 병원 간호사 언니, 그리고 친구처럼 미숙이라 부르는 엄마뿐이요, 유일한 낙은 헤드폰을 끼고 창가에 서서 피우는 담배 한 모금이다. 헌데 그런 민아의 모습에 아래층 이사온 총각이 홀딱 반해버렸으니, 이때부터 그녀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인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핸섬한 대학생 영재. 이사간 집 위층에 사는 순진하고 새초롬해 보이는 여고생이 밤하늘에 담배연기를 날리는 모습을 보고, 늑대 특유의 본성이 발동해 라이터를 빌려달라며 접근한다. 이때부터 민아를 향한 지치지 않는 그의 작업이 시작됐으니, 핸드폰 번호 알아내 수시로 전화하기, 비오는 날 우산 씌워주기 등등. 그리고 어느 날 민아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추억의 의미를 통해, 모녀간의 정과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매력있게 그렸다. 세 주연 배우의 호연, 깔끔한 화면과 연출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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