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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 | [안영이노의 문화비평]
현대인들, 나만의 놀이를 만들어라
문화기회자(2004-04-20 14:38:13)
현대인들, 나만의 놀이를 만들어라 현대사회는 여유 있는 삶의 시간대가 아니라 노동을 중심으로 짜여있으며 초고속으로 흘러간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중심주의에 빠져 있어 모두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자의적으로 쉬지 못 하고 일을 해야 하는 강박심리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여가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보면 소비는 자본주의가 더 잘 돌아가도록 우리의 영혼까지 빼앗는 기술이다. 그러나, 현대인들 자신에게 소비는 통조림 같은 회사인간이 퇴근 후 취할 수 있는 일종의 자기표현이며 유희의 기능까지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휴식시간은 단순히 내일의 노동을 위해 심신을 쉬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개발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되는 지대다. 놀이시간 역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장치다. 그래서 '잘 노는 법'이야말로, 꽉 끼는 현대생활에서 효과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만족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테크닉이 되었다. 공부기술이나 일 잘하는 법이 있다면 '놀이기술'도 있다. 물론 잘 노는 법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가장 좋은 놀이는 의식하지 않고 몰입하는 즐거움에 있다. 그렇게 보면 오늘날은 놀이마저도 기획되는 슬픈 세상이다. 예전에는 의도하거나 계획 세우지 않은 것이 진정한 난장이었건만, 오늘날은 축제 기획을 고도의 문화로 본다. 여가마저도 생산적으로 보내길 기원하고, 휴식시간마저도 전략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슬퍼만 할 일이 아니다. 인간은 성찰하는 힘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의 사물과 경험을 선용하는 지혜가 있다. 하찮은 소비와 배설의 시간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지적 탐험을 계획한다. 한편으로, 자기관리라는 관점에서 놀이를 보기도 한다. 인간은 분명 유능하다. 여가를 선용하는 지혜 자기를 개발하고 자신의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아무튼 놀이도 배워야 잘 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놀이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자신의 성찰하거나 재활력화할 뿐 아니라 배움의 기회라는 것을 안다면 놀이의 방법에 대해 알고자 하게 된다. 여가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취미를 통해 자신의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을 갖게 된다면, 놀이의 방법에 대해 알고자 하게 된다. 잘 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부터 그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로, 무엇보다 잘 놀고 잘 쉬는 데도 방법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라. 그리고, 평소 스스로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버전업(version-up) 시켜라. 회사원 L은 피곤을 풀기 위해 케이블 방송만 시청하는 이른바 '시체놀이'를 하지만, K씨는 땀을 흠뻑 흘리는 세차 후 자신의 몸을 사우나에 담그는 것이 마음 편하다. L은 텔레비전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 몸은 편하나 욕구불만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2년이 걸렸다. L이 집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방법을 선택하려고 애쓰는 동안, K씨는 노동 후의 기쁨이나 무엇인가를 깨끗이 씻는 것이 자신을 기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부업으로 택하게 되었다. 놀이에도 방법이 있다는 기본 마음가짐을 가졌다면 둘째 단계로 가라. 자신의 삶 속에서 놀이를 취할 때, 그것에도 목표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놀이를 할 때 스스로 작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쉬기 위한 놀이가 있고 무엇인가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놀이가 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이가 시끄럽고 음울한 록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드는 것이 자신의 삶에 활력과 희망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무기력한 게으름이라고 질타할 지라도, 골똘히 텔레비전을 보는 휴식에서도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을 의도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몸만 쉴 것인지 머리도 쉴 것인지 목표를 세우라. 기분 좋아질 것인지 마음을 가라앉힐 것인지 정하라. 그리고 즐길 것인지, 힌트를 얻고 배우고자 하는지 되도록 선택하라. 셋째로, 자신의 삶 속에서 놀이에 규칙성을 부여하라. 놀이는 습관이다! 놀이는 반복에 의해 생활 속에 녹아들게 되며, 그럴 때 더 빛을 발하고 에너지가 되어준다. 예를 들어, 좋은 상황에 노는 것과 기분이 우울할 때 노는 것은 다른 규칙을 갖는다. 연구원으로 일하는 A 양은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특정한 놀이를 선택한다. 라이브클럽에 가서 가만히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가수들의 굉음을 듣는 것이다. 화가 나, 오늘을 놀지 않고 못 베기겠어, 그녀는 말한다. 한편으로 그녀의 남자친구 C군은 우울할 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게 낫다. 놀이는 항상 기분 좋은 상태에서 하는 것이다. 기분이다, 오늘은 내가 쏠게, 그는 항상 말한다. 넷째의 것이 중요하다. 놀이에 대한 철학을 가져라. 놀이를 사랑하고, 하찮게 여기거나 죄의식을 갖지 말라. 한낱 배설로 여기거나 비생산적인 것으로 보는 한, 놀이를 통해 볼 수 있는 경이로운 세계는 문을 닫을 것일지니. 어떠한 경우라도 놀이는 당신의 기(氣)를 살리는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든 놀이는 에너지를 만든다. 일에서 신바람이 나듯, 놀이와 휴가, 여유를 부리는 시간은 조직원 사이에 흥을 만든다. 만일 놀이가 이렇게 우리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라는 비밀을 발견한다면 일부러라도 놀이를 이용해 긍정적인 자기암시가 일어나도록 애쓰자. 즉 놀이는 자신의 삶의 대한 신념을 강화하는 장치여야 한다. 놀이는 어려울 때 나를 격려하고 내가 기쁠 때 나를 더욱 북돋는다. 놀이는 내가 잘 했을 때 더욱 칭찬하고, 내가 힘들 때 나를 토닥거린다. 모두, 나 하기 나름. 여섯째, 놀이에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항상 익숙한 방식으로만 놀이를 택하는 것은 일과 마찬가지로 매너리즘을 몰고 온다. 놀이는 낯선 길을 가거나 낯선 눈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원래 서 있는 위상과 달라지는 데에서 오는 현기증의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여행처럼 완전히 생산에서 벗어나 소비의 기쁨만을 누리는 전복적인 놀이, 탕진, 안식년, 일탈과 같은 놀이가 있다. 한편으로는 똑같은 도시의 바에서, 혹은 늘 보던 자전거도로에서, 그리고 그 흔한 특선외화를 하는 텔레비전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는 일상의 음미가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여행만이 낯선 길을 가는 놀이이며, 내가 사는 도시를 음미하는 것은 익숙한 길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틀렸다. 흔한 텔레비전 시청도 오랜만에 할 때 음미할 만 하며, 뻔한 자전거도로가 어느날 감사할 사소한 선물이 되어준다. 우리가 평범한 생활을 다른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정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바로 낯선 눈으로 내 일상을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분명 놀이는 미지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거나, 착시를 느끼는 시각실험과 같다. 일곱 번째, 놀이는 극단을 즐기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안다면 놀이는 더욱 놀이답다. 놀이는 말 그대로 미치는 것이다. 미치광이 중에서도 분열증과 편집광 두 가지를 예로 들자. 잘 노는 사람은 완전히 분산된 집중력을 갖고 있다. 잘 노는 사람은 그것에 완전히 집착하여 즐긴다. Y씨는 절대 한 가지만 하여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다. 매번의 휴가마다 다른 종류의 체험과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그의 체질이다. 분산적인 것이야말로 놀이의 천재,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특징 아닌가. 그는 정해놓은 카페나 바를 찾지 않고 항상 새로운 곳을 찾는다. 하지만 W씨는 늘 정해진 독일식 생맥주집에 앉아 퇴근후를 보내는 류의 사람이다. 그는 극단적이다. 30대가 지나서 플라스틱 모델 만들기에 취미를 붙였는데, 결국 책을 탐독하고 공부를 하다가 그러한 주형을 만드는 공구를 구입했다. 이러한 편집광을 우리는 마니아라고 부른다. (분열증과 편집광의 방식은 놀이 뿐 아니라 발상기법에도 적용된다.) 여덟 번째, 놀이도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 자기개발을 위한다면 더 좋은 놀이를 탐색하라. 배우고 쉬고 또 즐기고 싶다면 자신이 택한 지금의 여가방식을 연구하라. 마지막으로, 완전히 발상을 바꾸거나 완전히 아이들처럼 놀 수 있는 '솟대시간'을 확보하라. 자기만의 공간인 성역을 확보하는 현대인은 많아. 아마도 소외된 개인주의자의 증후군 때문이리라. '방콕' 족이나 오타쿠, 그리고 인터넷의 세계에 중독되는 오늘날의 존재들은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안심하는 듯히다. 하지만 건강한 현대인이라면 여러 사람과 어울려 노동하거나 즐기는 기쁨과 동시에, 자신 속으로 침잠하는 명상과 유희의 시간을 꼭 가질 것이다. 타인과 공유하지 않을 때 더 편한 목욕이나 자위가 인간의 본능과 관계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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