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 | [문화저널]
<최승범의 풍미기행>
최승범(2004-05-23 14:47:55)
바삭바삭 고소한 김부각 맛
여름철이면 자반이나 부각에 입맛이 끌리게 된다. 자반의 한자는 ‘좌반(佐飯)’이라 쓰고 ‘자반’이라 읽는다. 밥맛을 돕는다 하여 ‘좌(佐)’의 글자를 썼던 것인가.
부각을 자반이라 일컫기도 한다. 다시마자반(海帶佐飯)?미역자반?김자반?가죽자반?감자자반?고추자반 등등. 이들 자반도 부각류에 포함된다. 김부각?미역부각 등으로 일컫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닷물고기를 소금에 절였다가 그것을 구워내거나 쩌낸 것을 ‘자반’이라 한다. 이것들을 ‘부각’으로 일컫지는 않는다. 고등어자반?준치자반?조기자반 등으로 일컫는다.
나의 어린시절, 남원지방에서는 식물성의 것이거나 동물성의 것이거나에 관계 없이 도통 자반으로의 일컬음이었다. 말하자면,
-김자반
-고등어자반, 또는 자반고등어 등으로 통하였다.
오늘의 생각으로는 미각의 뉘앙스까지를 고려하여, 김?다시마?고추 등 식물성의 것은 ‘부각’으로, 고등어?갈치?밴댕이 등 동물성의 것은 ‘자반’으로 일컬었으면 싶기도 하다.
부각은 입안에 들어 바삭바삭 연삽하고 고소해야만 제맛이다. 부각의 마련에는 찹쌀풀이 따르기 마련이다. 부각의 재료가 되는 김?다시마?가죽나무순?깻잎?들때송이 등에는 으레 찹쌀풀을 발라서 말리기 때문이다.
-‘달바자는 쨍쨍 울고 잔디 속에 속잎 난다’
의 옛노래 구절이 있거니와 풀을 발라낸 부각감은 한장 한장 또는 낱낱을 햇볕에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
‘달바자’는 달풀로 엮어 만든 바자?채반을 말한 것이다. 풀칠한 부각 감을 말리는 데엔 발바자를 이용하였다. 잘 말린 부각 감의 보관은 습기가 차지 않는 그릇을 이용한다. 말릴 때엔 파리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망사로 틀을 짜서 씌우기도 한다.
사용할 때엔 그릇에서 쓸만큼 꺼내어 기름에 튀겨 쓰면 된다. 특히, 여름철의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는 일품이다.
물고기의 자반은 생선을 소금으로 절여서 저정하였다가 필요할 때에 내어 쓰게 된다. 구어서 쓸 수도 있고 졸여서 쓸 수도 있다. 농번기에는 반찬 마련에 손을 덜 수 있고, 땀을 많이 쏟은 체내에 적당한 염분도 제공할 수 있어, 좋은 반찬감이 된다.
오늘날엔 부각도 자반도 기업화되어 있어 각자의 상표를 달고 식품점에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그 맛을 하나하나 챙겨 말할 필요는 없겠다.
오직 어려서 본 바로는 한 장의 부각이나 한 마리의 자반을 요량하는데 어머니들의 공력이나 정성은 적지 않았다. 특히 옛날, 남원지방의 부각?자반은 꽤 이름이 나 있었다는 생각이다.
최근 어린시절의 부각 맛이 입안에 와 안기는 즐거움에 젖을 수 있었다.
‘양반가’(전주시 풍남동2가 79-2, 전화 282-0054)의 김부각 맛이 곧 그것이었다.
‘이 부각의 상표는 무엇입니까’
‘상표라니요. 제 집에서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김은 어디서 난 것입니까’
‘건어물전에 특별히 부탁하여 구입한 상품질의 김이지요’
주인인 노은성 여서와의 문답이었거니와 금방 알맞게 튀겨낸 듯한 저날밤의 김부각 맛으로 하여 나는 평소와 달리 반주 몇 잔을 더 기울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