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6 | [수요포럼]
풍남제는 시민들의 것이다
문화저널/ 최정학기자(2004-06-12 10:02:25)
지난 4월 30일 대동길놀이로 시작하여 경기전, 태조로 일대에서 진행되었던 제 46회 풍남제가 6일 동안의 잔치마당을 걷었다. 축제 기간동안 행사장을 찾은 추산 연인원만 75만 여명, 반 백 년 동안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해온 풍남제의 문화적 비중을 새삼 실감케 했다.
특히 올해 풍남제는 관람형 축제에서 문화관광과 체험교육의 기능을 강화하여 시민들이 직접 동참, 축제를 만들어 가고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축제와 전주가 가진 전통문화자산을 부각시켜 관광축제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통문화축제를 목표로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하는 시도를 선보였다. 또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난장을 없애고 직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풍남제의 관광 산업적 성과를 내기위한 시도도 펼쳤다.
지난 5월 19일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열린 제 16회 마당수요포럼은 ‘풍남제의 꿈, 풍남제의 미래’를 주제로 이번 풍남제가 남긴 과제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논의했다.
안상철 풍남제 총감독의 발제로 시작된 이날 포럼에는 마당 수요포럼 운영위원들을 비롯해 시청관계자, 종이축제 관계자 등 우리지역의 축제를 이끌어 가는 문화 인력들이 대거 참여해 풍남제에 대한 관심을 짐작케 했다. 특히 전주시가 각 축제간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시행한 4대 축제의 통합 운영방식과 풍남제를 순수한 대동축제로 육성해야 하는지 산업형 축제로 이끌어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들 각 참가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밖에도 풍남제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의견이 쏟아져 나와 포럼장을 달궜다.
이날 포럼의 사회는 문윤걸 마당수요포럼운영위원이 맞았다.
풍남제의 꿈, 풍남제의 미래
전주풍남제전위원회 안상철 사무국장
초기 1~2일 행사로 치렀던 풍남제는 30여 년 동안 점차적으로 규모가 5~7일로 확대되며 이어져 왔다. 그러나 행사 운영에 있어서 총체적인 통합기획 없이 각 예술단체, 행사단체 및 기획사에 단위행사별로 의뢰하여 진행함으로써 풍남제의 정체성은 단순히 주민화합종합행사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러다가 2001년도부터 축제의 전문적 운영이라는 시대적 요청과 구태의연하고 답습적인 행사에서 탈피하려는 제전위원회의 의지로 새로운 운영방식을 도입하게 되는데, 기획 연출단이 구성되어 풍남제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대부분의 행사들을 직영 관리하여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축제운영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에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켰던 먹을거리 난장을 폐지했다. 향후 풍남제의 가장 중요한 컨셉 중 하나인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 확대와 더불어 직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풍남제의 관광 산업적 성과를 가시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지난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가족참여형축제, 전통문화축제로서의 면모도 일정 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매년 획기적으로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도와 가족단위 방문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가 보다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46년을 이어온 풍남제는 주민 화합형 축제로서 전주 및 전북지역에는 확고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지만 타 지역에는 아직도 절대적으로 미흡한 형편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외 홍보 전략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인 만큼 다양한 아이템 개발과 홍보비 재원 마련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풍남제, 종이축제, 술축제가 같은 공간에서 각각 다른 주관 처에 의해 추진되어 매우 복잡한 상호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행사장소는 음식을 담는 그릇과 같다. 지금은 마치 비빔밥을 고려청자에 담아내는 듯하다. 그동안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풍남제 행사장소로 민속촌 형태의 테마파크 조성이 궁극적인 바램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덕진공원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풍남제의 과도기적 시도는 마무리 되어야 할 시점이다.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관람객이 아닌 주관자의 입장에서 거시적인 안목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인 참여로 주도해 나가야 한다. 풍남제전위원회 또한 기획 및 연출 단계에서 시민참여 문호를 최대한 개방하여 명실공한 시민대동축제로 나아감과 동시에 한국의 대표적 관광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풍남제가 전통문화도시의 미래를 추구하는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문화적 가치와 산업적 성과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전문 연구진을 통해 모든 축제들 속에서의 풍남제의 독자적 정체성 및 상호연계성, 각 행사장소의 적합성, 현행 시기통합개최의 효율성 등을 다시 한번 심도 있게 검토하여 미래지향적 방향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풍남제는 시민들의 것 (큰 제목)
이날 포럼은 풍남제의 정체성과 4대축제의 통합운영 방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엇갈리며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현재 풍남제가 분명히 변화의 시점에 와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풍남제의 정체성과 관련, 산업형 축제로 가야할 것인지 시민대동형 축제로 가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러한 의견 차이는 4대축제 통합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각 축제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분산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풍남제라는 큰 틀 안에서 다른 축제들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포럼장을 달궜다.
대동축제와 산업형 축제의 갈림길
먼저 풍남제를 비판한 것은 이종진 전주문화원 사무국장. 그는 현재 풍남제가 5,60년대의 그것에 묶여 ‘시민’과 ‘산업화’ 둘 다 잡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풍남제가 종합 축제이다 보니까, 오히려 여러 가지 빠져나가는 부분이 많다. 풍남제의 정체성이 시민참여형 전통축제라고 했는데 제고 해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대동형 축제와 ‘전통’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형 축제, 둘 중 하나만 잡기에도 벅차다. 5,60년대에 맞춰 짠 풍남제를 없애고, 현대에 적합한 축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한때 나돌았다”. 그는 이어 “무주나 김제처럼 지역에서 새로 판을 짠 축제들 많다. 무주 반딧불 축제나 김제 지평선 축제는 여건이 풍남제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지만, 그것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풍남제보다 크다. 이런 축제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풍남제가 산업형 축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예총 김선태 사무총장도 현재 풍남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풍남제는 예로부터 전통세시풍속으로 주민들이 다 같이 참여해 즐기는 축제였는데, 현재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한 축제가 된 것 같다. 그 전엔 관이 풍남제를 주도했고 몇 년 전부터는 풍남제전위원회(이하 제전위)가 주도했는데, 제전위가 풍남제를 통해 뭔가를 얻으려고 하면서부터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같다. 더군다나 축제를 할 때마다 풍남제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꿈’이 바뀌면서 혼선이 더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며 “풍남제는 ‘주민참여형’축제가 아니라 당연히 주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대상’을 정하다보니 아무것도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풍남제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산업형’가 아닌 ‘시민대동’축제로서의 성격을 좀더 분명히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풍남제가 ‘산업형 축제’로써의 욕심을 버리고 시민들이 즐기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이어 졌다. 김제자활후견기관 김영배 관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풍남제를 이끌어 온 사람들의 노고와 노력을 너무 쉽게 비판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전주에 살면서 풍남제를 너무나 즐겁게 즐겨왔다”며 “풍남제는 산업형 축제라던가 교육적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등의 욕심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당하는 것 같다. 축제 주최측은 판만 깔아주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사람들이 아니라 거기에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풍남제가 산업형 축제가 되는 것은 절대 반대다. 산업형 축제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 국제영화제 같은 경우는 산업형 축제가 되지만 왜 하필이면 시민들이 즐겨야 될 축제를 산업형 축제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명숙 전북대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생도 ‘시민’들을 강조했다. 그는 “풍남제는 시민의 날에서 버라이어티쇼에서 주제가 있는 축제에서 지금 어디로 가야할까가 문제라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초점은 ‘시민’이다”며 “풍남제의 정체성은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다. 풍남제의 주인이 시민이라고 했을 때, 풍남제에 오는 시민들은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오기 때문에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주제를 찾거나 산업형 축제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는다면 답을 찾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난장을 폐지했는데, 난장의 의미를 다시 찾아야 한다. 상술이 있고 비위생적이고 바가지요금을 씌운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의 난장 말고, 의미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난장을 만들어 난장이 풍남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여전히 풍남제하면 난장을 떠올리기 때문이다”고말했고, 이어 김선태 민예총 사무국장도 “난장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난장 자체를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난장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전주 사람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순히 상술문제로만 몰아갈 것이 아니라, 난장이 축제에 기여하는 면이 큰 만큼 없어서는 안된다”고 거들었다.
한편 쇼코리아 기획사의 백광석씨는 주민 화합형 대동축제와 산업형 축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풍남제는 독특함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냥 지역화합형 축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뭔가 주제를 갖고 산업형 축제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는 축제를 통해 뭔가를 만들어 내자는 얘기다. 비빔밥은 각각 독특한 맛을 내는 여러 재료가 섞여 맛을 내듯이 축제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섞여 그 축제의 성격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풍남제도 종합축제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적인 화합형 축제뿐만 아니라 주제가 있는 산업형 축제도 가능하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과감한 결단과 변화를 통해 종합축제로써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안에서 산업형 축제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비빔밥이나, 조성왕조를 테마로 하는 캐릭터 상품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풍남제를 산업형 축제로 일궈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날 사회를 맞은 문윤걸 마당수요포럼 운영위원은 “대동축제는 주민들이 참여하여 즐기는 축제이고 산업형 축제는 그 지역 사람들이 축제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다. 주민이 참여해 즐기면서 돈도 많이 버는 축제라는 것은 어폐가 있다. 실제 성공한 축제로 꼽히는 함평 나비축제의 경우 그 지역 주민들이 축제를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지역 주민들은 축제로 인해 음식을 팔거나 방세를 받아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4대 축제 통합운영방식의 득과 실
이어 쟁점은 4대 축제의 통합운영 방식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모아졌다.
이번 총이 축제에서 총감독을 맡았던 백옥선 공예품전시관 관장은 “4대 축제의 통합운영은 전주시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하는 것인데,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특히나 풍남제와 종이축제는 축제 성격도 모호해져 시민들이 어느 축제에 와있는지 조차 헷갈려 한다. 축제 주최자들 간에는 서로 경쟁 상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경쟁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 서로 중복되는 행사는 피해야 하거나, 태조로라는 협소한 장소에서 같이 치르다보니 장소의 배분 문제도 따른다.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다”며 각 축제들의 분산개최를 주장했다. 그는 이어 “풍남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은 시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4대 축제가 다 전국의 인정받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각 축제에 맞는 적절한 시기를 찾아야 한다. 풍남제가 대동축제라고 했을 때 풍남제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아 올 수 있는 시기를, 종이축제는 특정한 계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배 관장은 “지금 통합운영방식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각 축제 주체들이 ‘태조로’라는 한정된 공간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분산개최하면 모두 태조로를 이용할 수 있어 이런 문제점도 안 생길 것이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통합해서 한다면 각 축제에 맞는 장소를 다시 찾아봐야 할 것이다”며 풍남제의 장소로 ‘덕진공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전북대 이종민 영문과 교수는 4대축제의 통합운영방식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풍남제와 다른 축제는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다른 축제들은 주제가 뚜렷한데 반해 풍남제는 그 주제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통합운영방식에 따른 시너지효과는 분명히 있다. 문제는 각 축제 주체들이 자기들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통합에 따른 배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각 축제 주체들은 정작 누구를 위한 축제이고 왜 하는 축제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꼬집으며 “만약 이런 불협화음 때문에 각 축제들이 시기적으로 나열되어 분산개최 된다면 전주는 일년 내내 축제만 열리는 도시가 되는 현상이 발생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축제를 풍남제라는 큰 틀에서 묶고 통합성을 갖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산개최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다른 축제들이 풍남제의 하위 축제 형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요즘 ‘산업형 축제’라는 말이 나오면서 축제의 평가와 관련해 가장 흔하게 나오는 말이 돈을 얼마 들여서 얼마를 벌었는가 하는 등에 관한 것이다. 지나치게 경제적인 부가가치 부문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땅히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산술적인 계산뿐이라고 해서 그것을 족쇄처럼 메여서는 안된다. 축제 자체가 갖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효과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21세기는 문화산업의 시대라고 하지만, 문화자체가 성숙해야 돈도 벌 수 있는 것이지 돈벌겠다고 축제 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은 다른 축제와 달리 풍남제가 ‘시민’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참가들이 동의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와 분석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풍남제가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