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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 | [교사일기]
광대뼈가 나오면 팔자가 세다
문유자 / 1963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현재 군산 산북중학교에서 양호선생님으로 있으면서(2004-08-09 10:33:32)
사람들은 저마다의 얼굴 생김새와 성격과 개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 관상이나 족상 수상을 보며 그 사람의 인생을 점치기도 한다. 그중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사람은 흔히들 팔자가 세다 고 한다. 팔자가 세다 는 의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평탄하지 않은 삶을 말하는 것일까? 성격의 괴팍함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도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관상을 무의식적으로 살피는 버릇이 있다. 어릴 적 야트막한 담장 하나를 경계로 사는 친구네 엄마는 광대뼈가 많이 나왔는데 바람난 남편과 날마다 치고받고 싸우며 악다구니 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광대뼈 나오면 팔자가 세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무의식중에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학기 허약자 상담하는 과정에 J군의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도 난 그녀의 광대뼈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의식세계에 깊게 자리한 광대뼈가 나온 사람은 팔자가 세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J군에 대한 상담이 진행되는 내내 그녀의 얼굴을 살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J군의 어머니는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외롭고 어렵게 유년기와 사춘기를 지내고 성인기를 맞이해 자신의 삶을 멋지고 신나게 살기 위한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아는 목사님을 통해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첫날의 봉사활동에서 세 명의 형제를 마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아이들은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로 옷차림도 꽤재재하고 얼굴에 하얗게 버짐이 피었고 성격 또한 소극적인 아이들이었다고 했다. 그 아이들에게 엄마노릇을 하게 되면서 그 아버지를 알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미혼이었던 그녀는 나이 차이 18년을 극복하면서까지 결혼을 했다고 한다. 결혼 후 얻게 된 아이가 J였다. 그렇게 여섯 식구가 어렵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사는 생활이 그녀에겐 꿈만 같았다고 했다. 그러다 6년째 되는 어느 날 남편이 당뇨로 가족을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떠났고, 얼마지 지나지 않아 친 엄마라며 낯선 여자가 나타나 아이들 셋을 데려가고 달랑 두 식구만 남겨져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을 즈음에 J군이 고열과 다리의 통증을 호소해서 밤중에 응급실에 실려가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정밀검사 끝에 발견한 아이의 병은 「강직성 척추염」으로 20세가 되면 성장이 정지돼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희망이 없는 진단이었다고 한다. 그때 의사의 얼굴이 저승사자 같았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 병원비 부담이 줄었고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하는 행운까지 안았다며 오히려 사회의 인정에 고마워하는 마음이 착한 사람이었다. 가망 없는 치료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아이가 밝고 잘 견뎌주어 고맙다고 하면서 아이가 자신의 추후 진료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겁이 난다고 하였다. 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정말 광대뼈 나온 사람은 팔자가 세다 는 말이 맞구나. 어쩜 그렇게 복이 없을까? 부모 복이 없으면 남편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다던데 딱 맞는 말이구나’ 라고 속엣 말을 하며 마음 아파했었다. 상담 내내 마음 아파하는 나와는 달리 J군의 어머니는 연신 밝고 웃는 얼굴로 이야기 했다. 친 엄마 따라 간 아이들한테 순간 느꼈던 배신감을 벗어버리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고, 자신들을 놓아두고 먼저 간 남편한테도 J군을 남겨주어서 고맙다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했다. 그나마 J군도 없었다면 자신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하느님께서 저에게 끊임없이 시련을 주시는 건 좋은 인재로 쓰기 위함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다만 아들한테 다가올 최후 상황이 빨리 오지 않기만을 기도합니다. 저는 제 아들한테 최선을 다하며 삽니다. 혹시 그 아이마저 떠난다면…” 하면서 말끝을 흐리더니 금세 밝은 표정을 지으며 “저와 제 아들이 인복(人福)은 많은가 봐요. 주변에서 저희 모자를 많이 도와줘서 그 힘으로 버티고 있어요. 그 빚을 언제 갚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큰 욕심 없어요. 아들의 병이 나아서 같이 사회에 봉사활동하며 그동안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되돌려 주는 거예요”라며 힘 있게 웃는다. 툭 뛰어나온 광대뼈와는 다르게 밝고 적극적인 자세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그 동안 편견과 편협 속에 살아왔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속은 시꺼멓게 병들어있으면서 겉치레만 번드레하게 사는 내 자신과는 상반된 그녀를 보며 인간에게 가장 멋진 코디는 아름다운 옷이 아니라 밝은 표정이라는 믿음을 굳혔다. 인생은 개척하는 것이라던 어느 점성가의 말처럼 긍정적인 자세로 사는 그녀는 내가 닮아가야 할 모델이 아닌가 싶었다. J군과 그 어머니 소원대로 기적적으로 병이 완쾌되어 모자의 작은 소망대로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정성으로 완쾌 될 거라는 소극적인 말만 전하고 헤어졌다. J군의 어머님을 만난 후로 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광대뼈가 나온 사람이 팔자가 센 것이 아니고, 삶을 개척하며 열심히 사는 노력형의 긍정적인 사람들’이라고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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