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 | [삶이담긴 옷이야기]
똑 소리나는 첨단섬유
문화저널(2005-01-07 14:07:47)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둘러싸고 9.11 이후로 세계가 시끄러웠었다. 그런데 미 국방성은 앞으로 미국군의 유니폼을 최첨단으로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내용은 우리가 영화에서나 보던 것들을 현실화 시켜 놓은 것 같다. 적에게 보이지 않게 순간적으로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옷이나 총알을 맞아도 총알이 튕겨 나가는 방탄복, 밤에 적진에 진입할 때 적의 야간용 망원경에도 포착되지 않는 섬유로 만들어 진 보호복, 컴퓨터 칩이 내장되어 있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옷 등이 그것이다.
이런 거 진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현대 과학기술로 못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도 새로운 섬유를 개발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의상을 개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전자제품 기업인 필립스사와 청바지 회사인 리바이스가 공동으로 MP3와 휴대폰을 내장할 수 있는 옷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며 곧 시판을 할 것이라고 한다. 옷을 입고 다니면서 계속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휴대폰 역시 충전하거나 잃어버릴 염려가 전혀 없고 물빨래가 가능하단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솔깃할 것이다. 또 보잉사는 컴퓨터 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우주복을 개발하여 재작년에 이미 러시아에서 실험을 마쳤다.
이런 최첨단 섬유들은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고 그 결과를 얻어가고 있다. 일명 스마트 섬유(smart fiber)라고 불리는 첨단 의류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 모토로라에서는 세탁기와 교감하는 섬유를 개발 중이다. 섬유와 세탁기가 서로 교감을 하면서 스스로 세탁 형태를 결정하는 것으로 세탁기 스위치만 눌러주면 스스로 알아서 빨아 준다는 것이다.
또 패션디자이너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도 있는데, 스커트나 바지의 색상에 따라서 색이 변하는 상의와 옷을 착용한 사람의 몸에 맞게 알아서 줄여주고 늘여주는 그런 옷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갈곳 없는 디자이너들이 많은 요즘인데 이 직업도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운동 선수들을 위한 의상에도 이런 스마트 섬유가 사용되고 있다. 악취를 유발하는 탄화수소를 제거해주는 양말, 심장박동과 체온, 칼로리 소모량을 알려주는 모니터가 달린 티셔츠도 있다. 내장된 센서가 무릎이 굽는 정도를 관찰해 최적의 무릎의 각도가 형성되면 소리를 내는 무릎 압박대가 있는데 모든 운동 선수들이 점프 후 안전하게 착지하는 연습을 하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또 골퍼가 공을 치기 전 손과 발 목 머리 등이 올바른 위치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최적의 상태일 때 소리를 내게 하는 골프복도 실험 중이란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지의 보도를 보면 호주의 과학자가 외부 온도의 변화에 적응하고 신체 손상 방지기능을 갖춘 최첨단 의상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전류를 옮길 수 있는 플라스틱 섬유가 발명됨에 따라 이런 미래형 의류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플라스틱 전도체는 유연해 직물로 짜여질 수 있어서 일반 직물과 유사하며 날씨가 추워지면 내장된 기후센서가 섬유가 부풀어오르도록 명령을 내려 체온저하를 막고 더워지면 그 반대로 작동한다.
이런 의상들은 파리나 뉴욕의 모델들이 화려한 스테이지에서 입지는 않을 것이고 앞으로 15년 후에나 일반화 될 수 있다고 한다.
디자이너들은 미래의 패션을 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세이 미야케는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패션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자원을 재활용하는데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는 미래의 여성들은 최첨단의 방법으로 기존의 의상을 재활용하여 입을 것이라고 한다. 제프리 빈 같은 뉴욕의 디자이너는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멋있고 실용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발렌티노는 미래에도 의상이 여성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도 여성들이 아름답기를 원하고 또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기를 원할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