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5.8 |
일요 풍류 한마당
관리자(2005-08-09 10:17:19)
‘일요 풍류 한마당’은 계속 되어야 한다' “모든 제의(祭儀)는 굿에서 나왔다”는 말은 세계 공통이다. 인류는 그 시원에서부터 정치, 경제, 군사, 사법적 기능을 아우르고, 거족적 집단신명의 원초적 형태인 ‘나라굿’, 곧 ‘국중대회(國中大會)’를 개최하였다. 그들은 하늘을 비롯하여 부족의 천신이나 여러 신들을 모시고 일정하게 정해진 기간에 날이면 날마다 밤낮없이 음주가무로 놀았다. 이러한 제천의식은 고을이나 부족의 연맹체제인 성읍국가에서 연맹국가로, 나아가 중앙집권국가로 이행하면서 왕권의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래서 왕권과 신권이 일치되는 제정일치 사회에서는 왕이 곧 제사장이었던 것이다. 단군이라는 말도 제사장의 역할이 강조된 이름인데 우리 전라도 지방에서 세습무당을 일컫는 ‘단골’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하면 우리 지역에서 일정한 지역을 정해놓고 악가무(樂歌舞)로 무업을 관할하는 세습무를 단골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군과 같은 뜻에서 왔다. 어쨌든 제정일치와 분리의 시기가 교차하고 역사가 발전해 오면서 제천의식, 무의식(巫儀式)도 성쇠와 부침을 거듭해왔지만 예술의 원류, 즉 지금껏 전승되어온 유구한 한국전통예술의 시원이 ‘나라굿’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이는 어느 민족이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유학자들이 그들의 정치이념에서 굿을 ‘삿된 제사’ 즉 음사(淫祀)니 귀신신앙이니 몰아 천대 내지는 탄압하였고, 일제강점기에는 이것이 한국인의 기층신앙이자 문화의 뿌리임을 간파하고 미신으로 몰아 박멸에 나섰으며, 해방 이후에는 서양의 기독교를 필두로 합리주의라는 가치관이 횡행하면서 다시 타파의 대상으로 확인사살에 들어갔다. 따지고 보면 역사 이래로 모두 외래의 가치관이 이 땅에 들어와 우리의 전통예술과 풍류를 억누르고 왜곡시킨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을 굳이 장황하게 풀어놓는 것은 우리 춤과 음악과 소리가 모두 거기서 기원하고 있으며,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독특한 신명과 풍류가 다 굿판을 터전으로 다져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함이요, 국중대회였던 나라굿이 마을굿의 형태로나마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랍기 때문이다. 7월 달 내내 굿을 볼 수 있었다. 전통문화센터의 야심작  “마당에서 펼쳐지는 신명난 무대, 일요 풍류 한마당”이라는 기획공연 덕분이었다. 비단 7월이 아니래도 따지고 보면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일요 풍류 한마당”은 굿판의 연속이자 시리즈 판굿이었다. 논의의 출발을 5월부터로 하자면, 5월에는 풍물굿이 기획공연의 테마였으며, 6월에는 탈춤을 주제로 공연되었고, 7월에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의식(儀式) 종목 중 ‘무당굿’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이렇게 볼 때 5, 6, 7월은 모두가 그 시원을 굿판에 두고 있는 대동굿 한마당이었다. 종목만 나열해본다면 5월에는 이리농악, 경북 금릉 빗내농악, 고창농악, 임실 필봉농악이었고, 6월에는 송파산대놀이, 은율탈춤, 수영야류, 하회별신굿탈놀이, 7월에는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서울 새남굿, 경기도도당굿, 강릉별신굿 등이었다. 대동은 대동소이(大同小異)로써, 크게는 같고 작게는 다르다는 뜻이다. 이는 곧 제각기 삶의 내용과 모습은 다르지만 큰 테두리 속에서는 하나가 되는, 우리의 굿판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이(小異)는 각 지역에서 그 지역만의 고유한 색채를 띠고 전승되는 구체적인 장르일 것이다. 따라서 연중기획으로 진행중인 “일요 풍류 한마당”은 특정 지역의 구체적인 춤과 소리와 음악과 연희를 접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시간이 된다. 다시 말하면 해당 종목이 전승되는 현지에 가지 않고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무형문화재를 같은 장소에서 매주 감상할 수 있으며, 주제별로 특화하는 까닭에 각 지역의 독특한 가락과 복식과 시김새와 토리와 사위 등을 비교 감상하는 묘미를 준다. 사실 우리 지역에서 펼쳐지는 전통예술분야의 무대공연은 편중과 편식현상이 매우 심한 상황이다. 관객의 반응을 먹고 사는 무대인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거나 또는 특정 분야를 선호하는 이 지역의 관습적 문화적 현상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형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전통문화센터가 집중적으로, 고집스럽게 퍼 나르는 “일요 풍류 한마당”은 전통문화 향유의 균형을 잡아주는 지렛대 역할로도 평가할 만하다. 게다가 근 일년 남짓 계속되는 이런 공연기획은 전국적인 무형문화재 (비지정 문화재를 포함해서) 단체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전통문화센터 운영진만의 강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구태여 필자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소요예산을 감안할 때 무료로 관객을 초청한다는 것도 특별한 의지가 없이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서운하달까, 아쉽달까, 그런 구석이 없지는 않다. 규모의 경제학(?)이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먼 길 달려온 공연자들의 품을 생각하더라도 공연소요시간 1시간은 너무 짧다. (먼 길인지라 돌아갈 걸 배려해서인가?) 특히 무당굿 공연은 더욱 그렇다. 너무 맛보기식, 일테면 야동 샘플 보기 같아 갈증만 났다. 또 하나는 너무 산술적인 기준의 지적같지만 주제별로 지역적 안배를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풍물굿을 했던 5월에는 전북지역의 풍물굿이 3주를 채웠는가 하면, 무당굿을 했던 7월에는 전라도굿이 전무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야외 원형극장이다. 이는 물론 운영자를 탓할 문제만은 아니지만, 소위 전통문화센터라는 간판이라면 야외 원형극장 정도는 갖춰야하지 않겠는가. 그저 마당에서 논다고 그곳이 놀이마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자와 관람객의 편의와 양질의 공연문화를 수용하려면 그에 합당한 하드웨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대충 풀어놓아도 잘 노는 것은 주정꾼이나 가축들이다.   하나만 더 부탁하자면 타켓 홍보이다. 전통문화센터의 일반적인 홍보는 무르익었다. 다만 필자가 부탁하는 것은 분야별/공연별 성격에 따른 타켓 대상을 리스트업해 집중홍보를 취해달라는 것이다. 예컨대 관람객 층위별 X파일이랄까? 전통문화센터의 또 다른 성공신화인 “해설이 있는 판소리”가 ‘더늠’이라는 판소리 동호회를 탄생시켰듯. 굿을 예로 들면 이 지역에도 굿이라면 환장하는 사람, 굿이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 굿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굿 공부하는 사람, 굿 가르치는 사람 등 없지 않다. 그러면 해당 공연장에서 연희자, 동호인, 전공자 등 끼리끼리 모이는 마당이 펼쳐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굿판이 되는 셈이다. 어쨌든 간에 전통문화센터 “일요 풍류 한마당”은 기획공연의 전형으로 자리잡아 감으로써 일요일 한때를 여유롭게 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