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 |
돌솥 찰밥의 고슬고슬한 맛
관리자(2005-10-13 15:40:19)
돌솥 찰밥의 고슬고슬한 맛
흔히 술꾼은 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술을 좋아하면서도 찰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않을 뿐만 아니라, 맵쌀밥 보다도 찰밥을, 메떡 보다도 찰떡을 선호한다. 선호할 뿐아니라, 숫제 찰밥이나 찰떡·인절미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기도 한다. 술맛도 돋고 안주맛도 돋는다. 술속을 상할 염려도 없다.
찰밥인 경우, 팥찰밥 보다도 흰찰밥이 안주 삼아 먹기가 좋다. 흰찰밥도 잘탁하게 지어낸 것보다도 고슬고슬하게 지어낸 것이 술맛을 돋운다. 술상이 아닌 밥상에서도 입맛을 잃었을 때면 곧잘 흰찰밥을 챙겨 먹는다. 메밥인 경우 몇 숟갈 뜨다 말 것을 찰밥이 나오면 한 중발쯤 거뜬히 비워낸다.
때로 점심의 외식에서 입맛을 챙기고 싶으면 곧잘 찾게 되는 음식점이 있다. 「장항선본가」(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1002-1, 전화 278-1692)이다. ‘장항선’하면 명연기의 탤런트 장항선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여주인의 이야긴즉,
- ‘장항선 탤런트와는 친척간이고, 양해를 구하여 이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고 한다. 벽에는 여러 배우들과 함께 찍은 장항선의 사진도 몇 장 걸려 있다. 이야 꼬치꼬치 캐물을 것 있겠는가.
요는 이 집의 ‘별미 게장 돌솥밥’(값:7천원)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이 집의 자랑은 ‘돌솥밥’보다도 ‘구이’에 있다고 한다. 구이도 육질에 마음을 써서,
- 안창살·눈살·갈비살·생갈비·양념갈비·돼지갈비
등의 구이가 전문이라는 것이다. ‘별미 게장 돌솥밥’은 저녁 시간에는 내지 않는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찾아온 손님들을 위한 식단(食單)인 셈이다.
나는 저녁시간에 이 집을 찾은 일이 없다. 따라서 구이맛을 말할 수는 없다. ‘별미 게장 돌솥밥’의 맛은 내 입맛 따라 자랑할 수 있다.
‘별미’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주인으로서도 손님들에게 권하고 자랑하고 싶은 점심식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자주 찾아와 들 때마다 여일하게 ‘별미’라는 생각이다.
상차림을 몫몫의 돌솥밥에 게장접시가 따라 나오고, 몇 가지 찬(饌)이 아울러진다. 파래·콩나물·무우·야채 등 무침이나 마늘종·멸치·고추 볶음, 그리고 된장국 때로는 청국장 등이 모두 시골집에서 대한 것 같다.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고 맵지도 않고 달지도 않는 맛이다. 조리에 교(巧)를 부리지 않았다. 그저 소박한 솜씨다. 그 소박함에 맛이 돋는다.
돌솥에 지어낸 밥이 바로 흰찰밥이다.
- ‘웬 밥맛이 이리 좋은가.’
처음엔 그저 좋은 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곧 찹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전부가 찹쌀 아닌 맵쌀에 찹쌀을 적당히 섞어 지은 밥이 아닌가의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만치 막 지어낸 밥이 고슬고슬하다.
- ‘찹쌀과 맵쌀을 어느 비율로 섞습니까.’
- ‘아닙니다. 순 찹쌀만을 씁니다.’
- ‘어느 곳에서 구하신 찹쌀입니까.’
- ‘농협에서 팔아다가 씁니다.’
돌솥찰밥에는 푸른 완두콩·붉은 돔부콩·포름한 은행알·노란 햇고구마 쪽·빨간 대추썰이·하얀 수삼 쪽도 몇 알, 몇 쪽, 몇 가닥씩 섞여 있다. 제 각각 일미다. 돌솥의 누룽지에 게장 맛은 또 어떻고. 나는 잃었던 밥맛도 이 집에서 되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