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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 |
근하신년
관리자(2006-01-06 10:15:37)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만큼만, 꼭 그만큼만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 조상들은 소를 잡아 발굽이 갈라지는 모양을 보고 길흉을 점쳤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미래를 엿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고 실행되었으나 그 어느 것도 안정적인 확률을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또 미래를 알기 위한 이런 시도는 스스로 모순이라고 합니다. 앞일을 알고 싶은 사람은 앞일이 그렇게 일어나도록 정해졌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미래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점을 치는 것은 미리 알아서 다가오는 나쁜 일은 피하고 달아나는 좋은 일은 놓치지 않기 위함입니다. 이것은 미래를 바꾸려는 행위인데, 그렇다면 처음 결정된 미래는 어디로 갑니까? 점을 쳐서 얻는 결과보다 점을 치는 마음이 더 소중합니다. 정성을 다하여 사람의 일을 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소를 잡았다면 점괘에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에 매달리는 사람은 발굽이 합해질 때까지 두 마리, 세 마리 계속 소를 죽일 것입니다. 새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찌해야 크게 길할지, 점이라도 한 번 쳐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을 쳐서 답이 나올 일이면 다른 방법으로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인다 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연말 폭설 속에서 문화저널의 사명과 역할을 함께 토론한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발언은 문화저널의 역할에 대한 애정과 기대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제시된 다양한 의견에 대하여 실현 가능성을 성실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새해에는 현장의 기사를 늘리겠습니다. 출판, 공연, 전시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문화의 현장을 정확히 기록하여 그것이 다음 작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소개와 함께 평가에도 비중을 두어 작업의 성취를 글로 남기는 일에 주안점을 둘 것입니다. 동업자가 만드는 침묵의 카르텔은 결국 정체와 공멸의 원인이 됩니다. 서로 북돋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비평을 위하여 방법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지향점이 같으면 같은 곳을 같은 태도로 보게 됩니다. 방향이 같으면 동행할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분쟁과 궁핍이 만연하는 이 시대에 삶의 질을 걱정함은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발길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분단이 엄연한 현실인데 첫 만남의 감격은 벌써 추억이 되었습니다. 장벽에 갇혀 섬에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보니 우리의 관심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걸어서 백두산에 가는 날이 언제일까요? 사람이 떠나는 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농촌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인구의 격감은 심각한 추세입니다. 선택과 집중의 열매가 익어 터지면 분배와 공유의 혜택이 돌아올까요? 지역의 문화적 자산이 세계화의 시대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려면 어떤 슬기가 필요할까요? 질문의 머리가 꼬리를 물고 돌아갑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돌려놓아야 하겠지요. 우주의 운행을 근심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호흡을 가다듬고 풀어진 생각의 실타래를 감아봅니다.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독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문화저널을 애독해 주십시오. | 정철성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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