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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 |
기획연재_자치단체의 문화와 전략 | 전주
관리자(2006-01-06 10:58:37)

기회는 있다  자신감이 없을 뿐이다 빙하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는 미래가 있다.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미래다. 1990년대에 그 정점에 달했던 정보사회의 태양은 21세기에 들어 서편으로 지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은 아침 무렵이지만 ‘드림 소사이어티’의 빛은 상품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가 무너지는 새로운 ‘감성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이미지와 이야기(story)가 가장 중요한 원재료이다. 이미지와 이야기로 구성된 영상산업은 ‘미래사회의 농업’이다. 영상은 어느 곳에나 편재하고, 영상산업은 이미 국가 기간산업의 반열에 올랐다. 지역의 관점에서도 영상 산업은 지역을 ‘먹여 살려야 할’ 기간산업이자 핵심 성장동력으로 재인식 되어야 한다. 문화·영상 콘텐츠 산업의 연 평균 성장률은 22.8%. 조선·철강 등 7대 산업의 연평균 3.3%보다 6배에 달한다. 정부는 세계 5대 영상강국 진입을 위해서 1조 단위의 모태펀드 조성계획을 가지고 있고, CJ와 SKT는 1천억 원대 영상분야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망(網)사업자인 KT는 컨텐츠 사업자로 대전환, ‘글로벌 컨텐츠 리더’를 표방하고 IPTV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0월 7일 부산은 ‘영상문화 중심도시’를 선포하고 기존의 10대 전략산업을 4대 전략사업으로 수정, 영상산업에 집중할 것을 분명히 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창설이후 10년 만에, ‘문화의 불모지’였던 부산이 2개의 실내촬영 스튜디오와 촬영 기자재 대여회사, 인력동원회사, 영화제작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아시아 필름 아카데미(AFA)와 아시안 필름마켓이 창설되는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화·영상의 도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부산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정읍 제2촬영소 타당성 조시 용역비 3억원을 기획예산처에서 극력 저지 하려한 것은, 영상산업 분야의 ‘잠재적 경쟁지역’이 될 수 있는 전북의 가능성을 조기 차단/봉쇄하기 위한 부산권의 총력전이라는 시각에서 봐야한다. 부산 특유의 ‘집요하고 공세적인’ 지역산업 육성 전략이 부럽기만 하다. 이웃 광주는 또 어떤가. 광주 영상예술센터/기술지원센터/영상문화관/디지털영상기술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영상산업 연관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컴퓨터 형성 이미지(CGI)사업 등 선도프로젝트에만 300억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부산과 광주는 산학협력의 모델 창출에서도 성공, 동서대(부산)와 호남대(광주) 누리사업단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직접 참여 시키는’ 영상인력양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전주는 영상산업 추진을 위해서 (전주시 차원에서는) 나름대로 노력해왔으나 4중의 벽에 갇혀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첫째는 지역 여론(지도층)의 무관심, 둘째는 중앙정부의 무지원, 셋째는 지역대학의 무책임, 마지막으로 ‘선도 프로젝트’의 무대책이 4중의 벽이다. 전주시의 영상산업 투자액은 연간 13억 정도로 대부분이 영화제와 영상위원회의 운영예산이다. 이미 확보된 <문화산업클러스터 인프라 구축사업> 21억(정부지원 중심)을 빼면 하수도 정비 사업에도 못 미치는 예산이다. 전주 국제영화제는 ‘대안’ ‘디지털’ ‘독립’ 영화를 지향하면서 ‘독특한 컬러’를 유지해왔으나, 부산영화제와 같이 영상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오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프라 구축 사업은 시 공무원들의 힘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완산구 상림동 일대에 조성 예정인 14만6천 평 규모의 야외세트 기반조성사업인 <전주 미디어 파크>는 실시설계용역이 완료된 상태이나 부지 협의매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29% 수준). 하지만 인근에 구축되는 500평 규모의 실내촬영 스튜디오는 내년 말 완공되면 영상산업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한국영화의 43%를 전북에서 촬영하는 환경적 여건을 갖추고도 실내촬영 스튜디오와 후반작업시설이 없어서 전주/전북은 그동안 ‘밥장사’만 해왔다. 이제 ‘밥장사’에서 벗어나 ‘사람장사’, ‘기자재 장사’, 나아가서 ‘직접 제작’하고 대형펀드를 조성하여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실내촬영 스튜디오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500평 규모의 실내 촬영 스튜디오 하나라도 전주의 처지에서는 ‘미래를 위한 배수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부산과 각축을 벌이게 될 ‘제2종합 촬영소’는 땅값이 2만 원대 이하인 정읍에 넘겨주더라도, 전주는 점차적으로 정읍 제2종합촬영소와 40분 이내의 거리에 첨단 설비를 갖춘 실내 스튜디오를 하나씩 세워나가고 첨단 기술력을 갖춘 오디오 스튜디오와 HD 후반작업시설, 3D 컴퓨터 그래픽 센터 등 기술집약적 시설을 갖추면, 10년이면 충분히 영상산업도시로 우뚝 설수 있다. 그동안 전주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민 미디어 센터의 운영, 디지털 워크숍, 영상미디어 아카데미 등 ‘시민 밀착적인’ 인력 양성과 교육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향후 전주가 HD기반의 저예산/독립 영화와 TV다큐멘터리나 에니매이션, DMB 컨텐츠와 같은 차별화된 컨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씨앗을 뿌린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부산 영상 위원회에 비하면 1/5이 채 안되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400억에 달하는 영상물 제작 유치 실적을 거둔 전주 영상위원회의 열정도 주목할 점이다. 영상/디지털 컨텐츠 산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핵심인프라가 유치되어야 하고, 대형펀드가 조성되어야 하며, 대학원 이상의 전문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 현재 도내 5개 대학에서 매년 200명 이상의 인력을 배출해내고 있지만 인력의 질이 높지 못하고, 시장도 없고 인력도 없기 때문에, 규모를 갖춘 영상제작 기업은 단 ‘하나도’없다. 기업이 없으면 산업은 없다. 기업이 내려오거나 지역에서 세워지기 위해서는 전주시/전북도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전면적인 발상/시스템/인력 배치의 전환이 없으면 안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기회는 없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의 책임만 존재하는 현재의 추진구조를 바꾸고 영상산업의 목표와 비전을 새롭게 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통신/방송 융합시대의 변화무쌍한 시대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고, 또한 감사에 대한 중압 때문에 소신있는 영상정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제/영상위원회/시민미디어 센터/대학원과정의 영상원(추후 설립되어야함)을 포괄하는 민간주도의 힘 있는 <통합 영상산업추진기구>의 설립을 제안한다. 불가능은 없다. 자신감이 없을 뿐이다. 사막에 ‘라스베가스’도 만드는 법이다. 부산도 불과 ‘10년 만에’ 도약하지 않았는가? 전주/전북의 영상산업 육성의 가장 큰 장벽은 이 지역 특유의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고방식이다. 여건만 탓하고 ‘안 되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동안 타 지역은 저만치 멀리 앞서가고 있다. 영상산업은 ‘상상력 산업’이고 ‘스토리 산업’이다. 전주/전북 사람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질을 타고 난 산업이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핵심 산업이다. 영상산업을 지역과는 관계없는 ‘먼 거리에 있는’ 산업으로 애써 물리치려는 판단은, 5년 후 10년 후에 보면 뼈아픈 실책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그것은 마치 철도부설을 반대한 유림들의 ‘과오’와 같다. 자신감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이두엽 | 고려대를 졸업하고 KBS-TV 프로듀서와 (주)서울컴 대표이사, 통합민주당 양천(을)지구당 위원장, 문화전략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라북도 문화·관광 비전 연구협의회장, (사)천년전주사랑 상임이사, 국립극장, 국립방송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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