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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 |
“우리 것을 배워요” - 우리누리문화캠프
관리자(2006-02-01 16:08:54)

[생활관에 도착하자, 조선시대 서당에 온 듯 마당까지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방학을 이용해 우리 전통의 것을 배우고 체험하는 초등학생들이 많다. 전주역사박물관과 우리누리문화생활관이 함께 여는 선비문화생활체험 우리누리문화 캠프는 초등학생들에게 우리의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19일 선비문화생활체험 캠프가 열리고 있는 정읍시 산외면의 우리누리문화생활관을 찾았다. 천고일월명이요~ 지후초목생이라 월출천개안이요~ 산고지거두라 동서기만리요~ 남북불능척이라 생활관에 도착하자, 조선시대 서당에 온 듯 마당까지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생활관 안에서는 서른여덟 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조선 시대 초학 교재였던 「추구(推句)」를 외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한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줄을 지어 반듯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따라 외울 수 있게 되자 자율학습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각자 흩어져 각자 「추구」를 외우기 시작했다.     “근데, 사실 한문공부는 별로 재미없어요. 어제 ‘훈’이라는 악기를 직접 만들어서 불어봤는데, 정말로 소리가 나서 그게 신기하고 재미있었구요. 택견도 처음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장하림(신성초등학교 4학년) 양도 친구들과 모여 한사람씩 「추구」를 외워보고 서로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고 있었다. 다 외우지 못하면 나가 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몇몇 학생들은 선생님 앞에 앉아 ‘검사’를 받고 있었다. “때로는 일부러 엄하게 하기도 해요. 짧은 기간 동안의 체험이지만 이것들이 될 수 있으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예절강사를 맡고 있는 최성희 씨는 무엇보다 ‘우리의 근본’을 잊지 않게 하는데 이번 체험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물질이나 정보가 흘러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때문에 ‘뿌리’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비는 신분제도에 따른 구분 이전에 역사상 가장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생활인’이에요. 비록 3박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이 기간동안 아이들이 선비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겪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누리문화생활관은 교육기간동안 아이들의 휴대폰과 미리 준비해온 간식을 다 빼앗는다. ‘정보와 물질’이 넘쳐나는 바깥세상을 잠시나마 잊고 온전히 우리의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교육이 모두 끝난 후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면 받자마자, 켜서 이용한다고 한다. 최성희 씨는 “환경이 아이들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먼저 학부모들이 깨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검사에 ‘합격’했다. 다음 시간은 붓글씨로 편지쓰기다. 운동장에 나가 놀던 아이들,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선생님의 말에 따라 착착 수업준비를 한다.   이곳 생활관에서의 아이들의 모습이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되진 못할 것이다. 아이들은 또 다시 각종 학원에 다니느라 파김치가 될 것이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3박 4일간의 체험이 전혀 의미 없는 시간이 되진 않을 것이다. 다시 전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글 읽던 소리가 잔상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 최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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