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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5 |
서대외의 연삽한 맛
관리자(2006-05-10 15:10:40)
서대회의 미미(美味)를 들어온지는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순천(順天)이 고향인 친구들과의 술자리이면 가끔 서대회의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곤 하였다. 화제에 올랐다 해도 나는 주로 듣는 편일 수밖에 없었다. “5월 서대라고 하지 않은가.” “서대는 보리누름철의 것이 제일이야. 그것도 회로 먹어야 제맛이지.” “서대의 맛은 순천만에서 난 것이 으뜸이야. 서해에서 난 것은 몸길이가 길고 크기는 하나 맛이 덜하지.” “서대의 종류도 각시서대, 개서대, 참서대, 납서대, 보섭서대 등 10여종이라지 않은가.” 서대의 사전어는 ‘서대기’로 나와 있다. 서대는 ‘서더기’와 같이 전라도 지방의 토박이 말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우설접(牛舌   )’의 한자명으로, ‘크기는 손바닥만 하고 길이는 소의 혀 비슷하다’고 했다. ‘혜저어(鞋底魚)’의 한자어는 짚신 크기의 납작한 고기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가. ‘우설접’을 줄여서 ‘설어(舌魚)·접어(   魚)’라 한 명칭도 있다. 서대는 우리나라 남·서해 특산의 어종으로, 일본어에선 ‘고오라이겐고우’라 하였다. ‘고오라이’는 고려(高麗)로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동안 내가 먹은 서대는 국이나 찌개, 또는 구이였다. 구이는 말린 서대를 구운 것이다. 먹을 때에 손으로 찢어서 고추장을 찍어 먹었다.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구수하고 개운하여 입에 안기는 맛이었다. 얼마 전에야 난생 처음으로 서대의 회를 먹은 바 있다. 광주(光州)의 「서대하우스」(광주 서구 쌍촌동 947-5. 전화 062-372-5204)에서였다. 화순군 운산(雲山)계곡의 시비(詩碑)들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성부, 문병란, 손광은, 백수인 시인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식당은 좁고 허술하였으나, ‘싱싱함이 살아있는 서대·병어 요리’가 전문이라는 주인(김유나)은 손님맞이가 상냥스러웠다. 한 접시 3만원의 서대회 두 접시에 ‘댓잎소주’가 상위에 올랐다. 이윽고 밑반찬과 청국장이 따라 든다. 청국장은 몫몫이 한 대접씩이다. 술국인 셈이다. ‘말로만 들어온 서대회, 어디 맛 좀 보자’ 서대회라 하였으나 여느 생선회와는 다르다. 얇게 떠서 접시에 모양있게 벌여 놓은 회가 아니다. 옥파·오이·당근·갓·상추 등을 숭숭 썰어서 자롬자롬 토막친 서대의 흰빛 횟감을 섞어 양념 초고추장에 버무려 낸 것이다. 서대회무침이라하여 좋을 것 같다. 한 젓가락 집어 들어 입안에 넣자, 우선 양념초고추장이 향미료의 구실을 하여 준다. 서대회 한 점을 윗니·아랫니 사이에 앙구자, 이 연삽함이라니, 부드럽고도 연삭삭한 맛이다. 씹을 것도 없이 설설 녹아나는 느낌이다. 물론 생선회는 잘깃잘깃 씹히는 맛도 있어야 한다. 값비싼 다금바리의 회를 찾는 것도 잘깃거리는 맛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가 션찮은 사람이고 보면 잘깃거리는 것보다 연삽한 것이 입안에 들었을 때 그 맛 또한 즐겁다. 시반(詩伴)들과의 자리도 즐거웠지만 나그넷길에 처음 대한 서대회의 맛도 즐거웠다. 주인 김유나씨의 자랑이 과장이 아니었다. 연삽하면서도 ‘싱싱함이 살아있는 서대회’의 맛이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엉뚱한 생각이 일었다. 서대의 한자어 ‘설어’는 소의 혀와 비슷하다 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하였으나, 서대의 회는 혀(舌)에 설설 녹는다는 뜻도 혹 함의된 것은 아닌가의 생각이었다. 댓잎소주의 술기운도 곱게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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