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밴드사운드와 열광하는 관객들, 마이크를 잡은 이가 누군지 몰랐다면 아마도 어느 밴드의 콘서트이리라 의심치 않을 광경이었다. 소리꾼 이용선이 밴드 휴먼스와 함께 호흡을 맞춰 선보인 ‘소리꾼 이용선 뮤직콘서트’ <용선가>의 무대는 그래서 더 보는 이의 흥미를 돋웠다.
지난 12월 6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 콘서트 <용선가>는 평범하지 않은 소리꾼 이용선이 걸어온 길을 한데 집약한 듯한 무대였다.
공연명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소리꾼 이용선의 뮤직콘서트’. 소리꾼에게 홀로
서는 최고의 무대란 뭐니 뭐니 해도 완창회다. 그런데 ‘소리꾼’이라는 수식어를 걸고 판소리가 아닌 ‘뮤직’콘서트를
연다는 것이 뭔가 아이러니하다. 거기에 용선가(庸仙哥)라니, 어떤 장르의 음악인이라도 자기 이름을 정면에 걸고 하는 공연이란
자신의 모든 걸 내보이겠다는 뜻일 터이다. 이번 공연의 제목을 ‘소리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다양한
장르와 융합을 시도해 온 이용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너무 지나칠까?
이번 공연은 콘서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국악가요부터 민요, 대중가요를 아우르는 무대다. 초연곡인 ‘용선가’, ‘하루만...’, ‘뺑 story'는 모두 이번 공연을 위해 쓰인 곡이다. 공연명이기도 한 ‘용선가’는 이용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기타반주를
타고 흐르는 소리는 듣는 이들을 동네에서 인사대신 소리를 하고 다녔다던 그의 어린시절로 끌고 간다. ‘하루만...’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노래다. 작곡자인 안태상 씨는
이용선을 가리켜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처연한 노래가
관객들의 애간장을 끓게 만든다. ‘뺑 story'는 심청가의
뺑덕어멈을 모티브로 휴먼스가 작곡한 곡이다. 락 앨범에 트랙으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신명나는 리듬에
익살스런 가사가 덧붙여져 좌중을 휘어잡았다. 이밖에도 몽금포타령, 밀양아리랑
등 민요들도 이번 공연에 맞게 편곡해 색다른 소리로 재탄생했다. 대금 이창선, 가야금 백은선, 해금 오정무로 이어지는 쟁쟁한 피처링 연주자들도
그 독특한 색을 더한다.
다양한 장르, 극과 극의 분위기를 넘나드는
그의 소리를 비교해보며 듣는 것이야 말로 이번 공연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장르에 맞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그가 일관성있게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 전통에 기반을 둔 창법이다. 고집 부리듯이 억지스럽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면서도 색다르게 노래에 스며든다. “우리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이것도 매력이 있어 계속하게 됐다”는 그의 말은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다른 장르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자세로 접근했음을 보여준다. 한 평자는 “이용선이 잘하는 소리꾼이기 때문에 그의 시도가 더 의미 있다”고 말한다. “섣부른 외도가 아니라 심지 굳은 도전이기 때문에 더 기대된다”는 것이다.
국악분야에서 배타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다. 전통
그대로의 것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또 한편에서는 오늘에 맞게 새롭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용선은 가장 꾸준하게 그 노력을 지속해온 소리꾼이다. 코리아
월드뮤직 오감도 활동, ‘인디, 판소리를 탐하다’부터 시작한
락밴드와의 작업, 다양한 창극과 뮤지컬 출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누비며
쌓은 공력의 결과물이 바로 <용선가>인 것이다.
공연은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연습이 부족하거나
편곡을 다듬을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작은 무대에 꼭꼭 눌러 담은 욕심 많은 공연임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마치 주춧돌을 보고 완성될 건물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