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 | 연재 [시]
내가 세운 뜻
황규관(2003-07-03 14:43:30)
나이 서른을 몇 년 넘기고서야 뜻 하나 세운다
뭐 그리 큰 뜻은 아니고
인적도 드문 벌판 한가운데
나무 한그루로 서는 것이
이제사 슬며시 바래보는 소망이다
저 울울창창한 산자락의 숲이
얼마니 보기 좋으냐, 하지만
아무래도 내 자리는
가끔 지나는 새가 한번씩 앉아 쉬고
그늘이라고 해야 듬성듬성 뙤약볕 내리쬐는
못난 그림자 한 뼘 있으면
좋겠다는, 뜻 하나 세운다
정말 아무래도 그 모습이 내 본모습인 것 같아
나도 가슴이 서늘해지지만
부는 바람에 다른 세상 소식 귀동냥하고
새의 낯빛으로
내 벗들 근황 읽어내면 그만이지
나이 서른을 몇 년 넘기고서야
뜻이라고 세워본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고
내 잎에게
땅 속 벌레 얘기 전해주는 뜻,
이제사 슬며시 세워본다
황규관 | 1968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1993년 전태일 문학상에 시<지리산에서>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8년 첫 시집<철산동 우체국>을 상재했으며 최근 두 번째 시집< 물은 제 길을 간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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