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9.5 |
[이흥재의 마을이야기] 정읍시 신정동 정해마을
관리자(2009-05-08 14:09:36)
井邑의 시원(始原) -『샘바다』마을 정해마을은 정읍(井邑)의 시원(始原)이다. 우물 정(井)자와 바다 해(海)자를 쓰는 이마을은「샘바다」이다. 샘물이 바다처럼 끝없이 솟아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정읍엔 불과 사오십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우물이 있었다. 깊지도 않고 바가지로 퍼 쓸 수 있는 ‘박적우물’이 집집마다 있었기 때문에 정읍하면 「샘골」이라는 것을 연상할 만큼 물이 풍부한 고장이었다. 편리한 수도 시설에 밀려 이제는 대부분 자취를 감춰버린 우물이지만, 이 마을의 정(井)자 형태의 전형적인 샘물은 정읍의 시원을 알 수 있게 한다. 남으로 삼선산, 서남으로 입암산, 동으로 내장산 연지봉이 병풍처럼 둘러싼 정해마을은 터가 배의 모양을 닮은 행주형(行舟形)이어서 큰새암 이외의 우물을 팔 수 없었다고 한다. 정읍의 상징인 이 큰새암은 아무리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일백 여 호의 주민이 다 먹고도 남아 옆 동네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기원이 서린 정해마을 큰새암은 한 밤중이면 물이 뒤집어졌다고 한다. 물이 뒤집어진다는 것은 물이 더욱 맑아진다는 뜻이다. 새벽에 물을 길어다 공을 들이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운, 그리고 아들을 낳게 해주는 등 소원성취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령스럽고 영험한 샘물이 되는 것이다. 이 마을에는 치마바위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먼 옛날 신통력을 지닌 어떤 부인이 세상을 돌아보려고 배를 타고 나섰다가 지금의 정해마을에 이르러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주변의 산천경개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 부인은 이런 곳에 마을 하나 만들어 주고 가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에 산에 있는 큰 바위를 들어 치마폭에 싸 가지고 물기둥이 치솟는 바다 속에 던졌다. 물이 막히자 바다가 육지로 변해서 이곳 정해마을 터가 생기고, 그때 던진 큰 바위가 치마바위가 되었다는 설화이다. 정해마을은 유독 부부금슬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 마을 입구에 있는 부부나무를 닮아서 일까? 약 400 여년 전 이 마을에 살았던 ‘안유녕’의 아들 4형제가 모두 과거에 급제하자 큰 잔치를 벌이고 기념식수를 했다고 한다. 기념식수로 버드나무와 팽나무를 따로 심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두나무가 서로 다정하게 포옹하는 부부처럼 하나가 되어 마을사람들이 이 나무를 부부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지극한 부부애가 꽃피고 있는 정해마을, 그 사랑 이야기의 시작은 백제시대 <정읍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가요 중 유일하게 가사가 남아 전하는 <정읍사>는, 시장을 돌며 행상을 하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부인이 산위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리다 결국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정읍사>가 만들어진 백제시대 정읍의 명칭은 ‘정촌현’이었다. 그리고 ‘정촌현’의 치소는 바로 이 정해마을에 있었다. 망부석이 있었던 곳은 정해마을에서 북쪽으로 십리 떨어진, 현재 정읍시로 들어가는 아양고개로 추정이 된다. 지금은 그곳에 <정읍사>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장사를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홀로 기다리며 바위 위에 올라가 남편의 무사귀환을 빌며 기다리는 아내의 애절한 마음. 그 남편이 지고 간 보따리는 나라 잃은 설움이 잠긴 백제의 한이 아닐까? 이곳에서 만들어진 <정읍사>는 단순한 옛날 노래가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궁중음악인 『수제천』으로,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수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는 「수제천」의 본래 이름은 『정읍』으로 ‘행지정읍’ 또는 ‘빛가락 정읍’이라고도 한다. 「수제천」은 왕과 왕세자의 의식을 위한 궁중연례악으로 연주되었고, 오늘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이 음악이 연주되고 있다. 샘바다 정해마을은 <정읍사>의 고장이다. 달이여 높이 돋우시어 멀리 멀리 비추어주소서 온 저자를 다니고 계신가요 진 데를 디딜까봐 두렵습니다 어느 곳에서든지 놓고 계세요 내 가는 곳 날 저물까 두렵습니다.   1,400 여년전 정해마을 한 아낙의 간절한 기다림은 달빛에 수놓은 노래가 되었다. 이 노래 <정읍사>는 조선 시대 가장 아름다운 궁중음악 수제천이 되어 지금까지 백제의 숨결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돌담길 한 모퉁이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애기똥풀과 부부나무 끊임없이 솟아나는 정해마을 큰새암은 수제천 가락으로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