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7 | 칼럼·시평 [문화시평]
새천년을 꿈꾸는 젊은 광대들
전북대학연극제
최송림 극작가, 전북대학연극제 심사위원(2003-07-04 15:01:51)
지난 6월 1일부터 5일까지 전북 도내 7개 대학 연극 동아리들이 각 대학의 전통과 명예를 걸고 연극 인구 저변확대의 소총수로서 멋진 문화전선을 형성,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열띤 경연을 펼쳤다. 군산대, 한일장신대, 우석대, 예수간호대,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순이었다.
대체적으로 팀 간의 실력차가 많이 났지만, 그런대로 노력한 흔적이 꿈틀댔다. 특히 최우수 작품상을 놓고 마지막까지 겨룬 두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그 실력을 맘껏 뽐냈다. <천상지연>(원광대)과 <오장군의 발톱>(전북대)은 전국 어느 대학연극제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을 훌륭한 무대였다. <오장군의 발톱>이 기성 연극인들 뺨치는 무대장치와 음향효과가 단연 뛰어난 반면, 등·퇴장과 동작선에 약간의 혼선이 눈에 띄었다. 대밭 하나를 놓고 고향과 전쟁터를 함께 설정한 데서 오는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아울러 학생극으로서 지나친 ‘물량공세’가 바람직한가 하는 의아심도 갖게 하는 풍성한 무대였다.
<천상지연>은 공동창작품으로서 희곡의 짜임새와 연기자들의 연기가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프로 냄새가 풍긴다는 지적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대학생다운 기발한 아이디어(저승사자를 붙들어놓는다든가 하는 등)가 번뜩이고,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한 데다가 앙상블 또한 좋았다. 최우수 작품상을 차지하는 데 이런 요인들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무쪼록 이 두 작품은 대회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큰 수확이라고 본다.
이번에 전반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른 게 먼저 작품선택이다. 각 팀이 자기 몸에 맞는 옷, 즉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희곡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수필 같은 습작품을 창작극이라는 이름으로 서둘러 무대에 올리다 보니,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하고 재단을 하다 만 옷처럼 엉성한 경우가 더러 눈에 거슬렸다. <빈 의자>(군산대)는 새로운 양식의 시도라 바짝 긴장해서 보았지만, ‘나의 주장 발표회’ 같은 무리들의 독백극이 너무 늘어져서 지루했다. 관객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거침없는 형식이 대학생 특유의 실험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관객을 너무 짜증스럽게 해서는 곤란하다. 관객은 연극의 3요소가 아닌가.<집>(예수간호대)을 비롯한 <나? 여기 있어>(전주대), <문디>(우석대), <세상 밖으로>(한일장신대)에서 발견된 공통적인 취약점은 암전의 효과적인 활용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암전 속에서 연결음악과 함께 장면전환이 다 이뤄져 무대에 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다음 장면의 동작이 막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불이 들어오면 그때야 배우가 등장하여 연기를 하는 답답함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장면과 장면의 연결고리가 느슨하고 번번이 토막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암전처리의 미숙함과 연극적인 생략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기술상의 산만함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은 덧마루와 박스, 신문지로 무대장치를 꾸린 아이디어가 나름대로 신선했고, <나? 여기 있어>는 연예인 납치사건을 다룸으로써 요즘 젊은이들의 현장감을 맛보게 했다. <문디>와 <세상 밖으로> 팀도 몸에 맞는 희곡을 잘 골라서 충분한 연습량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튼튼한 연극 동아리로 성장하리라 믿는다.오석(전북대, 오장군 역)군과 정혜경(예수간호대, 여자 역)양의 연기가 돋보였고, 장우성(우석대, 달수 역)군과 정진영(원광대,진영 역)양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했다.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은 TV극에서 흉내낸 듯한 연극문법의 거부감이다.
무대 위의 몸짓이라기보다 카메라를 의식한 듯한 그 공허한 표현의 엇박자가 자주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젊은이다운 실험성은 좋은데 그 의욕만 왕성할 뿐 개연성이나 전달 방법이 혼란스러워 아쉬웠다. 기본기와 앙상블은 대학 연극의 덕목이다. 인생살이도 그렇듯이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의 미학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예술 본래의 정신일 것이다. 또 당장의 완성도보다 내일에의 가능성이다. 수업의 연장인 대학 연극은 상업연극과 달리 조금은 서툴지만 풋풋한 열의와 진솔한 열정에 그 아마추어적 순수함이 빛난다.
연극을 통해 삶과 인생을 배우고 살아가는 맛을 터득할 때 우리 사회는 보다 밝고 희망차리라 확신한다. 그 때문에 KBS 군산 방송국이 새천년을 맞아 이런 행사도 부활시켰으리라.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극작가로서 연기자들의 몸짓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보았다.
예술에 등위를 매기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도 없을 것이다.
이제 막은 내렸다.
심사결과의 성패를 떠나 이번 행사에 참여한, 새천년을 꿈꾸는 젊은 광대 여러분 모두가 전북 대학연극의 진정한 승리자이다.
대체적으로 팀 간의 실력차가 많이 났지만, 그런대로 노력한 흔적이 꿈틀댔다. 특히 최우수 작품상을 놓고 마지막까지 겨룬 두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그 실력을 맘껏 뽐냈다. <천상지연>(원광대)과 <오장군의 발톱>(전북대)은 전국 어느 대학연극제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을 훌륭한 무대였다. <오장군의 발톱>이 기성 연극인들 뺨치는 무대장치와 음향효과가 단연 뛰어난 반면, 등·퇴장과 동작선에 약간의 혼선이 눈에 띄었다. 대밭 하나를 놓고 고향과 전쟁터를 함께 설정한 데서 오는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아울러 학생극으로서 지나친 ‘물량공세’가 바람직한가 하는 의아심도 갖게 하는 풍성한 무대였다.
<천상지연>은 공동창작품으로서 희곡의 짜임새와 연기자들의 연기가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프로 냄새가 풍긴다는 지적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대학생다운 기발한 아이디어(저승사자를 붙들어놓는다든가 하는 등)가 번뜩이고,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한 데다가 앙상블 또한 좋았다. 최우수 작품상을 차지하는 데 이런 요인들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무쪼록 이 두 작품은 대회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큰 수확이라고 본다.
이번에 전반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른 게 먼저 작품선택이다. 각 팀이 자기 몸에 맞는 옷, 즉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희곡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수필 같은 습작품을 창작극이라는 이름으로 서둘러 무대에 올리다 보니,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하고 재단을 하다 만 옷처럼 엉성한 경우가 더러 눈에 거슬렸다. <빈 의자>(군산대)는 새로운 양식의 시도라 바짝 긴장해서 보았지만, ‘나의 주장 발표회’ 같은 무리들의 독백극이 너무 늘어져서 지루했다. 관객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거침없는 형식이 대학생 특유의 실험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관객을 너무 짜증스럽게 해서는 곤란하다. 관객은 연극의 3요소가 아닌가.<집>(예수간호대)을 비롯한 <나? 여기 있어>(전주대), <문디>(우석대), <세상 밖으로>(한일장신대)에서 발견된 공통적인 취약점은 암전의 효과적인 활용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암전 속에서 연결음악과 함께 장면전환이 다 이뤄져 무대에 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다음 장면의 동작이 막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불이 들어오면 그때야 배우가 등장하여 연기를 하는 답답함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장면과 장면의 연결고리가 느슨하고 번번이 토막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암전처리의 미숙함과 연극적인 생략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기술상의 산만함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은 덧마루와 박스, 신문지로 무대장치를 꾸린 아이디어가 나름대로 신선했고, <나? 여기 있어>는 연예인 납치사건을 다룸으로써 요즘 젊은이들의 현장감을 맛보게 했다. <문디>와 <세상 밖으로> 팀도 몸에 맞는 희곡을 잘 골라서 충분한 연습량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튼튼한 연극 동아리로 성장하리라 믿는다.오석(전북대, 오장군 역)군과 정혜경(예수간호대, 여자 역)양의 연기가 돋보였고, 장우성(우석대, 달수 역)군과 정진영(원광대,진영 역)양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했다.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은 TV극에서 흉내낸 듯한 연극문법의 거부감이다.
무대 위의 몸짓이라기보다 카메라를 의식한 듯한 그 공허한 표현의 엇박자가 자주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젊은이다운 실험성은 좋은데 그 의욕만 왕성할 뿐 개연성이나 전달 방법이 혼란스러워 아쉬웠다. 기본기와 앙상블은 대학 연극의 덕목이다. 인생살이도 그렇듯이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의 미학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예술 본래의 정신일 것이다. 또 당장의 완성도보다 내일에의 가능성이다. 수업의 연장인 대학 연극은 상업연극과 달리 조금은 서툴지만 풋풋한 열의와 진솔한 열정에 그 아마추어적 순수함이 빛난다.
연극을 통해 삶과 인생을 배우고 살아가는 맛을 터득할 때 우리 사회는 보다 밝고 희망차리라 확신한다. 그 때문에 KBS 군산 방송국이 새천년을 맞아 이런 행사도 부활시켰으리라.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극작가로서 연기자들의 몸짓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보았다.
예술에 등위를 매기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도 없을 것이다.
이제 막은 내렸다.
심사결과의 성패를 떠나 이번 행사에 참여한, 새천년을 꿈꾸는 젊은 광대 여러분 모두가 전북 대학연극의 진정한 승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