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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7 | 칼럼·시평 [문화시평]
무주, 애송나무에서 멋진 ‘숲’이 되어간다
제4회 무주반딧불축제
문상붕 무주 괴목중학교 교사(2003-07-04 15:03:27)

그래, 잔치는 끝났다. 하늘이 구멍 뚫린 듯한 소낙비 속에서 시작하여 불볕 속에서 1년 농사 마무리하듯 그렇게 축제는 끝났다. 빚을 내서라도 오는 손님들에게 말소리 듣지 않으려는 게 우리네 생활 양식 아니던가. 하여 있는 것 없는 것 상을 뻑적지근하게 차려 놓았는데 글쎄 행사 곳곳이 조금 한산한 느낌이 없지 않다. 모름지기 판이 벌어지면 시끌벅적 해야 맛인데 말이다.
무주 반딧불 축제는 4회를 거치는 동안 이제 짜임새가 제법 드러나 보인다. 곁가지 이리저리 치고 다듬어 4년 된 애송나무 이제 제법 멋있게 자랄 수형(樹型)이 잡힌 듯하다. 초창기에는 축제 모형 만드느라 일본으로 어디로 돌아다니며 방송사 PD들처럼 이것 저것 베끼기도 했지만 이제는 꽤나 ‘우리식’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축제란 원래 1년 농사 지어 조상님께, 하늘님께 감사드리고 음복 술과 음식에 저절로 흥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고 장식하였던 것이 기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공동체의 유대감 형성과 단결에 큰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 대부분 축제는 ‘보여주기’와 ‘관광’의 일환으로 변색하고 있다. 무주 반딧불 축제는 그런 우리 나라 지자체 축제들의 유형에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다만 나름 대로 특색을 찾고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무주 반딧불 축제의 특색은 뭐니뭐니해도 ‘아가씨 선발대회’가 없는데 있다. 그 하고 많은 ‘고추 아가씨’나 ‘철쭉 아가씨’가 없다는 데 있다.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애들 데리고 화장발 하나로 이곳 저곳 철새처럼 낯 내비치게 하여 촌놈 가슴 벌렁거리게 할 일 없고 촌 영감 아랫도리 괜히 달달 떨리게 할 일이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개성있는 축제의 시작이다. 
또 하나의 특색은 엿장수네 야바위꾼이네 이 축제 저 난장 기웃거리는 장사꾼이 올해부터는 거의 없어진 데 있다. 말이 환경축제지 남대천변 곳곳에 울려 퍼지는 고성능 앰프의 호객소리, 평소보다 몇십 배 많은 장사꾼의 생활 하수와 쓰레기가 조그만 무주를들 쑤셨으니 어디 다슬기가 살겠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닐 수 있겠는가?
셋째는 축제의 전통 문화와 연관성이다. 솟대를 세우고, 디딜 방아를 만들고 베틀을 설치하고 시연한다고 전통이 계승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구경거리 이상 아니다. 욕심이라면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서 참여하는 주체 모두가 체험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 무엇보다도 각 행정 구역 읍-면 별로 먹거리 촌에서 지역 주민에게 국수 등 간단한 요기거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등이 무형적이지만 전통 문화 정신과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하나 지역주민이 정말 자신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욕 대회’나 ‘사투리 쓰기 대회’등을 열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째는, 축제의 학술적 접근이다. 축제 기획 의도 중 하나가 ‘청정 무주’ 이미지 제고인 만큼 그 이미지를 통해서 관광 활성화와 각종 농 특산물 등의 제값 받기 등 지역경제 부가가치 창출이 목적이었다면 당연한 순서다. 따라서 이번 반딧불축제에서 ‘환경농업 세미나’와 ‘반딧불이 되살리기 세미나’ 등을 배치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이다.
다섯째, 축제 기획과 행사 내용, 공연 등은 수준급이다. 각 날짜별로 반딧불이 생태에 맞춘 테마선정(하늘의 날, 땅의 날, 물의 날, 빛의 날, 자연의 날)이 축제의 기획의도에 맞게 배치되어 있고 많은 행사들이 적재적소, 적기에 잘 배치되어 있는 편이다. 그리고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 팀들이 장식하는 공연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어디 그만한 공연을 무료로, 그것도 의자에 앉아서 여유 작작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리고 현재 돈은 안되지만 패러 글라이딩 대회와 산악 자전거 대회는 대표적인 환경 친화 행사라 할 수 있다. 이야기 하다보니 군수 체면만 한껏 살려주는 셈이 된 것 같다. 축제는 그 무엇보다도 지역 사회의 주체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자주적으로 참여하고 노는 공간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연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구경꾼이 아닌 주인으로 준비단계부터 일반 주민들의 참여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그동안 축제를 위해 준비기간부터 행사가 끝난 후까지 전기간을 통해 공무원들은 밤낮이 없었다. 보는 사람은 휙 지나가기만 하면 되지만 준비하는 사람은 피를 말린다. 공무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언제까지 군 공무원 동원체제에 의존한 축제를 벌일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제전 위원회의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무원들이 지원하게끔 하는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개성적인 축제로 발전시키는데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우선 쓰기 편하다고 관(官)주도에 의지한 축제를 계속한다면 축제뿐만 아니라 군정과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속내도 잘 모르면서 돌멩이 하나 놓지 않은 국외자가 몇 자 적었다. 피땀으로 마련한 축제에 쓴 소리 미안하다. 
여보시오. 온 나라 한량님네들. 무주라 구천동에서 어죽 한 그릇 비우고 동동주 한잔에 느시렁 느시렁 남대천으로 한풍루로 팔자걸음 빈 부채질하며 놀다 가소. 그렇게 서운한 대접은 아닐 것이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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