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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 |
장미영·전흥남의‘꿈꾸는 노년’
관리자(2010-02-02 13:42:17)
장미영·전흥남의‘꿈꾸는 노년’ 살아남는 노년, 존재로서의 노년을 꿈꾸며 -시몬 드 보부아르의『노년』, 나이 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장미영 전주대학교 교수 노년의 발견 『노년(La Vieillesse)』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1970년에 출판한 철학적이면서 과학적, 역사적, 사회학적인 에세이다. 62세에 이 책을 집필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노인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노년이 단지 생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부아르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년을 마치 일종의 수치스러운 비밀처럼 여기고 그것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나는 일로 간주하는것은 진상을 왜곡시키는 부르주아 문화의 상투적인 사고(pp.8~9)라는 것이다.보부아르의 비판처럼‘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기전에는 단지 다른 사람들의 일로 생각한다.(p.14) 사람들은 노인들도 다른 인간들과 똑같이 여러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인간들과 똑같은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인들에게 얼마안 되는 보잘것없는 적선을 하고는 스스로 그들에 대한 의무를 충분히 다했다고 느낀다. 편리한 환상이다.’(p.10) 노인 문제는 사람들이 노인에 대해 품고 있는 이 편리한 환상을 옳다고믿게 한 데서 시작한다.보부아르의 말대로 노년은 우리를 기다리고있는 미래이자 우리 인생의 방향이다. 오늘 우리가 노인에게 설정하는 조건이 우리가 맞이할내일의 인간 조건이다.(p.14) 미래에 우리가 어떤 인간일 것인가를 모른다면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마치 자기는 절대로 늙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지만, 늙는다는것보다 더 자명하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없다.(p.12) 늙은 남자, 늙은 여자, 이들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단번에 우리는 만년의 불행을 더 이상 무관심하게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p.14) 부여되는 노년 『노년(La Vieillesse)』은 한국어 번역판으로775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노년 연구서이기도 하다. 보부아르는 생물학적인 노화로부터시작하여 심리적, 사회적 차원의 노년을 연구하는데 프랑스를 비롯하여 미국, 유럽, 아프리카,아시아 곳곳의 실증적인 자료에 토대를 두고 있다.이 책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노인들의 지위가 스스로 획득되지않고 부여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1960년대 여성해방문학의 고전이었던『제2의 성』에서‘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테제와 일맥상통한다.노인들의 위신이 계속해서 확고하게 남아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집단 전체가 그들의 전통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단은 그들의 가능성과 이해관계에 따라 노인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에 노인들은 스스로가 최고의 강자라고 믿고 있을 때조차도 집단이 결정하는 운명을 감수한다.(pp.116~117) 노인의 조건은 사회적 상황을 피해갈 수 없기때문이다.연로한 예이츠는 나이 그 자체에 분노를 표했다. “내가 늙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나는 피곤하고 미칠 듯 화가 난다. 지금의 나는 과거보다 못한것이 없다. 오히려 더 낫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떤 적이 나를 꽁꽁 묶어놓고 심한 고통을 가한다. 그래서 나는 이전보다 더 나은 사고를 하고 계획들을 세울 수는 있지만,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것을 더 이상 실천할 수가없다”(p.415)고 말이다.사람들은 노인들이 사회가 노인들에게 품고 있는 이미지에 복종하기를바란다. 그리하여 노인은 특정한 방식으로 옷을 입고, 단정하게 예의를 갖추며, 외모에 주의하도록 강요받는다. 특히 성적인 면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억압은 그 무엇보다 완강하다.(p.307) 이에 노년의 우울한 수동성을물리치는 것은 오로지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나이가 초래하는 어떤 결함들은 쉽게 완화될 수 있다. 즉 노동자에게 안경을 제공하고, 서 있지 않고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의자들을 설치하는것만으로도 때로 노인들로 하여금 자기 일에 재적응할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것을 실천하려는 사회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기계화나 실업률의 증가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면 고령자들은 가장 먼저 실업선고를 받는다.(p.325) 노동시장에서 일찍 탈락한 퇴직자들은 이익을 기초로 하는 사회가 인색하게 떠맡는 짐일 뿐이다.(p.316) 이렇게 노인들에게 강요된 무위 상태는 숙명적인 것이 아니라사회적인 선택의 결과이다.(p.325)점차 고령 인력은 줄어들고 있고 노인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무위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생활이 넉넉한 노인들조차도 자신이 무용지물임을 괴로워한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포기는 노인들에게 심리적 쇼크를 주고 공포와불안을 야기한다. 헤밍웨이의 주장처럼‘우리를 현재의 우리로 만들어주는 일을 포기한다는 것, 그것은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최악의 죽음은 자기 삶의 중심, 진실로 그를 현재의 그로 만들어주는 것을 상실하는 것이다. 노인들에게 그들이 살아 있는 이유를 주어야만 한다. 동물적인 생존, 그것은 죽음보다못하다’.(p.382) 정신주의적 객설들 현실에 비교하면, 노년에 대한 예찬들은 물질적,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특권을 누리는 노인들만이 자신의 체험을 증언할 시간적 여유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당신이 젊다고 느끼는 한 당신은 젊은 거예요’이것은 노년의 복잡한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다. 싫든 좋든, 우리는 타인의 관점에 굴복하기 마련이다.(p.403) 나는 나의 생각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에게 보여지는 객관적인 나로 살아갈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16세기 베네치아의 귀족 코르나로는‘매우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에대한 개론서를 써서 후대에 본보기로 남겼는데, 그는“비록 나이를 많이먹기는 했지만, 나는 지금의 내 나이를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유쾌한시절로 여긴다. 나는 지금의 생활과 나이를 가장 풍요로운 젊은 시절과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사실 그는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고,굉장한 정원이 딸린 어마어마한 저택에서 살았다.(p.425)정치적 동기에서든, 이념적 동기에서든 노년의 입장을 변호했던 모럴리스트들은 노년이 인간을 육체로부터 해방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일종의 균형 감각이 작용하여 육체가 잃은 것을 정신이 얻게 된다는 것이다.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정신의 눈은 육신의 눈이 감퇴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 비로소 뜨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세네카의 말을 인용하면‘정신은 한창 젊어, 더 이상 신체와 큰 관계를 갖지 않게 된 것을 기뻐한다.주베르는‘긴 노년을 누리는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정화된 사람들이다’라고 썼다. 톨스토이는 스스로를 위안하면서‘인류의 정신적인 진보는 노인들 덕분에 이루어졌다. 노인들은 보다 선량하고 보다 지혜롭다’고 주장했다.(p.440)대다수의 노인들이 겪는 실제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이런 정신주의적인객설들은 터무니없는 것들이라고 보부아르는 강변한다. 노년의 정신은 노년의 자질구레한 모든 신체장애들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육체의 존재를 망각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노년은 자명하게도 육체가 장애로 작용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노년의 해결책 노년이 우리의 이전 삶의 우스꽝스러운 하찮은 모방이 되지 않게 하기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보부아르의 답은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목표들을 계속하여 추구하라는 것이다. 노년의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그 무엇에 헌신하는 길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든, 집단이든, 대의명분이든,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일이든, 지적이고 창조적인 일이든, 헌신할 때, 사랑을통하여, 우정을 통하여, 분노를 통하여, 연민을 통하여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며, 그 덕분에 삶은 가치를 보존한다는 것이다.(p.758) 장미영 전주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이며, 전북여성연구회 회장과 문화원형콘텐츠 연구회대표이사를맡고있다. 저서로는『스토리텔링과문화산업』,『 글쓰기나침반-탈경계시대의컨버전스경쟁력』『, 여원연구-여성, 교양, 매체』외다수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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