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관리자(2010-02-02 13:42:24)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남자들에게
외출에서 돌아오니‘웅녀’라 이름한 강아지가 쫓아온다. 얼른 안아 가슴에 품었다. 품어서는 이름이 따로 있다. ‘도/시/락’이다. 이전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가 있었기에 양쪽으로 품었었다. 그러다 홀로 남았다. 그러고 보니 삼대가 살고 있다. 할머니 개‘단옥이’, 엄마 개‘부여양’그리고 딸강아지‘웅녀’다. 어쩌다 암캐들만 살고 있나 하며 집안에 들어서니 다시 삼대가 나를 맞이한다.장모님, 아내, 그리고 방학이라 집에 와있는 딸애다. 그러고 보니 옹구점에 수컷으로도 남자로도혼자다.마침 군에 간 아들애가 소포를 보내왔다. 책과 음반이다. 저번 전화에 짐을 줄여야 해서 보내겠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중에『남자들에게』라는 책은 두어 권 있었는데 이 애비에게 읽어보라고권하는 책이었다.음반을 보니 기이한 현상이 보인다. 알맹이가 있는 게 있고 어떤 것은 겉 집만 있는 게 있는데겉 집만 있는 것은 부대 안에서 계속 듣겠다는 뜻이겠다. 그러니까 소녀시대 꺼 같은 것은 더는안 듣겠다는 거고, 장기하 밥딜런 꺼 같은 것은 더 듣겠다는 거다. 그 나이에 참 독특한 취향이다싶었다.평소 아들애의 독서 습관이 밑줄을 긋지 않는데 밑줄 친 부분이 있어 먼저 눈이 갔다. 이런, ‘불행한 남자 I’‘불행한 남자 II’‘불행한 남자 III’꼭지에만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옹기집이다 보니 여자 손님이 많다. 더러 남자분이 같이 오기도 하는데 대부분 어색해 한다. 어떤 자리에서는 남자분들이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럴 때면 당장 눈에 띄는 이 남자가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먹고살아야 하니 별 저항을 하지 못한다. 어쩔 때는‘운전기사로 왔을 뿐이에요’하면 동지애로 남자 손님께 어떻게 해 보고 싶지만 서로에게 별 위로가 되지 못한다. 남 이야기만이 아니다. 오래된 차를 바꾼다고 차를 보러갔는데 화물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에게 선택권이 없었다.몇 번 텔레비전에서 하는 개그프로‘남/보/원’을 보면서 웃다가 뭔지 모를 비애 같은 게 있었는데 어쩌면 그 친구들 그저 웃자고 하는 소리였겠지만 땅에 떨어질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친구버전으로 하자면‘믿고 따라와 달라하면 파쇼가 되고, 조곤조곤 설명하면 쫀쫀한 남자가 된다’.아지 웅녀를 멀리 도시근교에서 생활공동체를 꾸리는 선배께 보냈다. 그러면서‘쑥과 마늘을먹여보세요 어엿한 아가씨가 될지 모르니까’하며 실없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오늘날 남자의 처지로 할 소리가 아니었다. 그 옛날 며칠을 못 버티고 뛰쳐나온 호랭이의 어리석음을 반복할 일이아니라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더한 것도 견디며 먼저 인간이 될 일이다. 이 지경에 이르러2010 범띠 해, 이 또한 명쾌하지가 않다. 폐경기가 되면 남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여성화되고 여자는 남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남성화된다고 한 현대과학이 찜찜하다. 달리 생각하면 시대의 변환‘여성 상위시대’의 다른 표현은‘여성성 상위시대’가 아닐까?- ㅎㅎㅎ 이거 62년생 폐경기 범띠가 여성호르몬의 과대 분비로 지위양위에 대한 꼼수일 수도있겠다. (2010. 0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