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 |
[저널초점] 틀 안의 예술, 틀 밖의 예술 2
관리자(2010-03-03 17:19:57)
지역문화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정명희 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팀 부연구위원
지역의 발전과 경쟁력의 요인으로서 문화력을 포함한 소프트 파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문화수준과 영향력을 의미하는 문화력은 지역과 지역주민이 가지는 문화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생산과문화소비의 상호 연관성을 고려할 때 문화생산(문화를 발산하는 힘)과 문화소비(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힘)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력을 강화시켜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전라북도의 문화공간의 현황을 살펴보고 문화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와 추진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하고자 한다.
전라북도 문화시설 현황과 문화활동 참여율
1990년대 문화분권화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의 거점 문화공간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문화기반시설과 문화예술 공연·전시시설들이 지속적으로 확충되어 왔다. 문화공간이라 하면 문화시설, 문화거리, 문화지구로 구분되는‘협의의 공간’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시민의‘일상적 공간’을 포함하는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전라북도 문화시설 현황을 보면 <표 1>과 같이 2007년 기준 문화기반시설이 100개, 주민자치센터와 공연장이 각각182개와 18개로 문화시설 당 인구수는 타 지역에 비해 낮지않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문화시설이 지역주민들의 문화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문화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시설이용률 및 문화시설의 문화행사 참여율을 보면 문화공간의확충이 지역주민들의 문화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전라북도 전체로 보면 약 절반 정도의 지역주민만이 문화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문화시설에서 개최되는 문화행사 참여경험도 40%를 내외인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방적인 문화시설 건립을 통한 문화향유율 제고정책에 수정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문화전략이 배제된 공급자 위주의 문화공간
지금까지 문화정책에서 주요 관심대상은 협의의 문화공간으로, 우리나라의 문화공간 조성은 대부분 관주도 하에 추진되어 왔으며, 문화공간의 공공적 특성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문화가 지역민의 정서와욕구로부터 표출되고 형성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문화공간 조성은 문화공간의 향유대상자인수요자 측면에서 보면 그 활용성과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문화전략이 배제된 문화공간의 확충은 막대한 예산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문화력 증진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없다. 최근 지역의 문화지원을 목적으로 대규모 공연장, 문화회관 등이 확충되었으나,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유 증진이나 활용도 측면에서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 문화인력의 부족이나 소프트 측면의 투자부족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문화공간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문화전략의 부재에서 찾을 수있다. 문화의 세기를 맞이하여 도시구조가 문화중심으로 재구조화됨에 따라 도시에서 문화시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도시계획이나 도시개발 과정에서도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한 문화전략이 가미되어야 한다.그러나 현재 전라북도 문화정책과 도시계획은 서로 연계되지 못한 채 많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도립미술관, 전주역사박물관 등이 기능적으로 집중·연계되지 못하고 분산되어 개별적으로 발전함으로써 지역의 문화력 증진에는 전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문화공간의 분산은 지역의 문화자산이 지역의 장소이미지 구축과 지역의 매력을 증진하는 장소마케팅에 적극 활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문화공간을 활용한 관련 산업의 접목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보인다.
한옥마을의 사례
전국에 여러 개의 한옥마을이 있지만 전주 한옥마을이 문화공간으로서 매우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전주한옥마을은 주거공간을 바탕으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속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문화시설을 통한 문화향유의 피동자에서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주체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부분적으로 상업화됨에 따라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으나,외부 관광객보다 도시민들의 생활 속 여가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일상생활 속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옥마을은 단일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없으나 최근 일상생활에서 여가문화에 대한 욕구가 확대됨에 따라 생활권에 분포되어 있는 여가공간들을 지역사회와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재생산하는 모델이 된다는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정명희 숭의여대에서 관광경영을 전공한 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관광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농촌자원개발연구소,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전북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