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 |
[저널초점] 틀 안의 예술, 틀 밖의 예술 4
관리자(2010-03-03 17:21:06)
재뜸마을에 웃음꽃이 피는 이유
- 전주 문화공간 싹 -
생활 속 문화찾기
전주시 서신동의 구도심 재뜸마을. 오래된 건물과 주택 등7~80년대 지역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고층빌딩과 대형마트, 백화점으로 구성돼 있는 주변 풍경과 사뭇 대조된다. 재뜸마을은 서신동 서신초등학교 정면에 위치한 마을로 얼마 전만 해도 주변마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지역이었다. 하지만 재뜸마을과 몇몇 곳을 제외한 서신동 인근지역이 개발되면서 재뜸마을은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개발소외지역의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생각보다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문화공간 싹’은 양적 성장대신 질적 성장에 주목했다. 그 결과 지난해인 2009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최했던 <2009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시범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뜸마을에 문화예술이 꽃피우기까지 그 곁에는 언제나‘문화공간 싹’이 있었다.
대중과 문화예술의 거리 좁히기
재뜸마을에는 5년이 넘도록 지역주민들과 동거동락(同居同樂)해온사람이있다.‘ 문화공간싹’의채성태대표. 고향이 전라남도 무안인 그는 전북대 미대를 졸업한 뒤 전주에정착했다. 그는 문화예술을 대중에게 알리고 쉽게 전달하기위해 1994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해 왔다. ‘문화예술은 누구나 다 평등하게 누려야 된다’는게 채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생활속에서 함께 하는 문화예술 공간을 꿈꿨다. 그렇게 2005년‘문화공간 싹’이 움텄다.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문화예술이란 특정계층, 특정인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문화공간 싹’은 주민들과의 거리 좁히기부터 시작했다. ‘주민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이름으로 매주편지를 쓰며 일주일에 200통 이상 주민들에게 전달, 무관심하던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온라인으로 지속적인 편지를 보내며 재뜸마을에 관한 이야기와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을 알리고 있다. 채 대표는“예술은문화의 범주에 속해 있고, 문화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내는 것인데 문화예술은어렵다고 생각한다”며“그러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 힘들고 오래 걸렸다”고 토로했다.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생활문화공간
‘문화공간 싹’은 그동안 지역문화자원환경, 자연환경, 다문화예술교육,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등을 진행하며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끊임없이 이끌어왔다. 그 결과 이제 이곳의 대부분의 사업들은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이루어지고 있다. 특히‘우리마을 꿈꾸는 도서관’과‘문화다방’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함께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우리마을 꿈꾸는 도서관’은 대부분의 문화공간들이 성인 위주의 공간이라는점을 주목,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9월부터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시작한 책 모으기 운동이 전국으로 퍼지며 그 결실을 맺은 것. 채 대표는“재뜸마을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아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곳에 지역아동센터가 없어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우리마을 꿈꾸는 도서관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우리마을 꿈꾸는 도서관’과 함께 만들어진 4~60대 어른들을 위한‘문화다방’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7~80년대 먹고 살기 위해 바빴던 기성세대들의 문화욕구를 되살리고자 만든 문화공간이다. 작가들과 함께전시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각 기관과 연계해 노년층의 소일거리활동 장소로 사용될 예정이다.채 대표는“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문화공간 운영이라는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며“어려워도 애초의 취지를 잃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재뜸마을에 문화의 싹을 틔운 지도 5년. 동네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대학생이 돼 그의 곁으로 돌아와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 아이들 덕에 힘이 나 어려운 세월을 버텼을까. 그의 거친 손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투박하지만 따뜻한그의 손길이 재뜸마을 문화의 꽃을 피운다. 웃음꽃도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