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 |
[저널초점] 틀 안의 예술, 틀 밖의 예술 6
관리자(2010-03-03 17:21:30)
꽃샘바람에도 새싹은 움튼다
- 전주 대안공간 콩 -
‘너’와‘내’가 아닌‘우리’를 꿈꾸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어우러져 생활하는 곳, 전주동문거리. 이곳에 문화독립을 꿈꾸는 문화독립군이 떴다. 지난 2009년 12월 개관한‘대안공간 콩’이다.‘대안공간 콩’이 만들어지게 된 사연은 길다.2002년부터 지역의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노리’라는 미술교육을 진행해오던 임승한 이영욱 최희경 씨는‘전북의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게됐다. 이후 김민자 노지연 씨가 합류하면서 일명‘독수리 오형제’라 불리는 이들의 유쾌한 날갯짓이시작됐다. 이들은 실험적 공간에 대한 부재와 청년작가의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저마다의 색깔과 개성을 지닌 다섯콩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된 하나의 목표가 있다.‘너’와‘내’가 아닌‘우리’를 위한 공동의 장을 만드는것.‘ 대안공간콩’은그렇게만들어졌다.이들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을 주목했다. 매년 전라북도의 각 대학에서 배출하는 예비전문미술가만 수천 명. 하지만 그 많은 예비 전문미술가 중 실제 전문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는 그야말로‘가뭄에 콩 나듯’하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저도 미술을 하지만 미술하면서 먹고살기가 힘듭니다. 변변한 작업실 하나 마련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전 한 번 열기도 어려운 실정이지요”. 임승한 씨는“청년작가들이 작업하고 전시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콩’은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수 있는 소통의 장”이라고 소개했다.그의 얘기처럼 전주에는 전북예술회관과 전북도립미술관또는 사설 갤러리 등이 곳곳에 존재하지만 작업실조차 마련하기 힘든 청년작가들에게 개인 전시는‘그림의 떡’이다.‘대안공간 콩’은 열악한 청년작가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청년작가 개인전 지원공모전, 타지역 대안공간과의 교류, 기획대관, 전북출신 작가 데이터베이스 구축, 청년작가 큐레이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임 씨는 작가가 작가를 지원하는 동등한 구조로서 단순한 공간 제공뿐만이 아닌 서로 소통하고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콩’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민과 소통하는 예술
얼마 전‘콩’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희귀병인뮤코 다당증을 앓는 이준화 군을 돕기 위한 <2010 희망쌓기전시회 뮤코 다당증 준화이야기 편>. 준화는 뮤코 다당증 환자다. 이 병은 단백질 분해에 필요한 효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희귀질환으로 완치가 어렵다. 우연히 준화 이야기를 듣게된‘콩’의 작가들은 준화 돕기에 나섰다. 전시회의 작품 판매수익금은 모두 준화 군에게 전달할 계획이란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대안공간 콩은 언제나 열려 있다. 그곳에 가면 작가와 함께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나눌 수도 있다. 작가와의만남을통해직접예술과소통할수있는것.“ 예술가개인의가치관이나 마음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가작품을 설명해주고, 팔아주는 것을 기다릴 게 아니라 작가가직접 대중과 소통해야 하지요”. 임 씨는“예술가들은 자신의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지만 시대가 변한만큼 작가들도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고 말했다.‘콩’의 독립운동(?)은 결코 녹록치 않다. 매달 나가는 운영비만 해도 만만치 않다. 공동대표가 다섯 명인 만큼 다섯으로 똑같이 부담해 내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정 안되면 공사판에서 뛸 각오도 돼 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보다 힘든 것은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들이다. ‘대안공간 콩’은 이제 막 싹을 틔운 새싹이다. 새싹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건강한 거름과 자양분이 필요하다.마지막 겨울 햇살을 받으며 싹을 틔운‘대안공간 콩’. 따뜻한 봄을 맞아‘공동체 문화예술’을 위한 잘 여문 다섯 콩의발걸음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