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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 | [문화가 정보]
생명과 평화의 노래, 그 간절한 비나리 희망의 갯벌 '새만금' 문화제
김회경 기자(2003-09-05 11:31:18)
무대 위는 아직 한산한데, 삼삼오오 대열을 맞춰 모여든 사람들로 무대 주변은 벌써부터 북적인다. '거리의 신부' 문정현 신부와 생명사상의 말없는 전도사 문규현 신부, 낯익은 형제 사제의 얼굴이 반갑다. 그 속에 또 승복을 입은 스님과 수녀복의 여성 사제단이 눈길을 붙잡는다. 삼보일배의 고된 수행을 마친 기도단과 '새만금사업즉각중단을 위한 전북 사람들' '생명평화연대'가 도민들과 만나는 자리. 7월 5일 전북도청 앞 광장에서 펼쳐진 '희망의 갯벌 새만금' 행사는 구호와 선언이 아닌, 음악과 이야기로 잔잔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던 삼보일배의 고행길에 나선 동생 문규현 신부를 지켜보며 단식기도에 들어갔던 문정현 신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무대 위에 오른다. "삼보일배는 눈물의 기도, 거룩한 기도 수행이었습니다. 고행길을 함께 한 여성 성직자들에게서 이 땅과 생명을 품는 위대한 모성을 나는 보았습니다. 계란세례와 야유, 온갖 욕설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삼보일배의 간절한 기도는 계속되었습니다. 훗날 반드시 진실이 드러나리라 확신합니다." 문 신부는 폭포수 같은 사자후를 토해낸다. 수는 적고 연약하나 간절한 기도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노 신부의 일갈이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새만금 갯벌에서 갯벌 체험을 하며 환경운동에 참여했던 대학생 환경농활팀들이 춤과 노래로 미래세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힘차게 발을 구르고 뛰어오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던 무대 밖의 사람들이 손목에 '새만금 사업 반대'의 상징인 노란 천을 두르고 있다. 계화도 어민들도 무대에 올라 서투른 노래실력을 선보인다. '바다는 막아 무엇에 쓰려나, 갯벌을 모두 메워 무엇을 만드나…도요새가 외치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바다여, 갯벌이여…우리가 지킨다' 세련되고 매끄러운 '무대 매너'는 없어도, 그들의 노래는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외침으로 소박한 자장을 만들어낸다. "4공구가 막히면서 우리는 백합이며 도요새의 신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과 바다의 생명을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여기 모인 도민들을 보면서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읽습니다." 바다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노랫말은 이미 논리를 넘어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절박함으로 달려든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디밴드의 선두주자, '스타피쉬'의 무대. 헐렁한 힙합바지와 번쩍이는 액세서리, 듣기에도 숨이 찬 랩과 강한 비트, 신나는 리듬이 무대를 휘어잡는다. "불가사리를 영어로 스타피쉬라고 합니다. 이 불가사리가 바다 세상에서는 굉장히 귀찮은 존재라고 하는데, 오늘 저희 '스타피쉬'는 바다와 갯벌을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썩 괜찮은 밴드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바다를 죽이는 거, 나쁜 일 같아요." 보컬의 '썩 괜찮은' 멘트에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열광하는 10대 20대의 젊은 팬들은 많지 않지만, 손을 번쩍 치켜들거나 연신 바닥을 구르는 어설픈 중년 팬들, 펄쩍펄쩍 뛰어 오르는 꼬마들이 오늘은 그들의 무대를 달구는 '왕 팬' 들이다. 이 땅 중생들의 생명을 담아 경건하면서도 격정적인 '법고 의식'을 치렀던 안동 용수사의 화유스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스타피쉬'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박장대소한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선 저 화유스님을 누가 경박하다 할 것인가. 한바탕 소나기 같은 '스타피쉬'의 무대가 물러가고 오래 기다렸던 소리꾼 장사익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문 신부님이 저녁을 사주셨습니다. 속으로 울면서 그 밥을 염치없이 얻어 먹었습니다. 오늘 두 곡만 부르려고 했는데 다섯곡은 불러야 될 것 같습니다. 밥값은 해야죠. 풀이며 나무, 바다, 자연은 늘 함께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그런데 인간들만 그렇지 못합니다. 사람의 욕심이 자연의 숨통을 막습니다." 소리를 내지르듯 끌어 안 듯 가슴을 울리며 그의 노래 '찔레꽃'이 도청 앞 광장에 가득 울려 퍼진다. '새만금 갯벌과 전북도민을 위한 문화제' - 희망의 갯벌 '새만금' 행사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비방과 대립을 멀리 밀쳐내고, 생명존중을 향한 간절한 비나리로 가득 채워졌다. /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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