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 |
[신화이야기] 이해경의 신화로 본 세상
관리자(2010-04-01 18:57:28)
그 많던 신들은 어디로 갔을까?
- 이해경 전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신과 인간의 분리
신화에 의하면 신이 자신의 신적인 씨앗으로 인간을 만들고,“ 인간에게만은위로들린얼굴을주며별들을향하여얼굴을똑바로들고하늘을보라고명령했다”『( 변신이야기』)는 이야기에서 인간들은 신들로부터 총애를 받았음을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맨 처음 인간들은 걱정 없이 평온하고 평화롭게 살았다. 젖과 넥타르는 내를 이루어 흘렀고,경작하지도 않았는데도 땅은 저절로 풍족한 곡식과 열매를맺었으며, 대지는 인간들에게 온갖 것을 제공해주었다. 이러한 소위‘황금시대’의 인간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난폭해지고 심성이 거칠어지면서 인간의 생활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졌다.‘ 은의시대’,‘ 청동의시대’를거치고‘철기시대’에 이르러서는 인간들에게 기만과 계략, 음모와 폭력 및 탐욕이 가득한 불법의 시대가 되면서 신들은 인간들에게서 떠나갔다.다른 신화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는 흙을 물로 반죽하여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창조하고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인간편이 되어 신에 바치는 제물로신을 기만까지 하였다. 심기가 불편해진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로 하여금 판도라라는 여자를 흙으로 빚어 인간에게보내도록 하였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판도라에 반해 그녀와 낳은 퓌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결혼하여 인류가 등장하게 되었다. 신에 반발하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성향과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판도라적인 속성은 인간이 신들로부터 배척받는 요인이 되었다.인간이 순수함으로부터 점차 멀어짐으로써 인간성은 파괴되고, 세상은 점점 험악해진다. 그럼으로써 신들은 인간들의 세상에서 떠나가게 된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낙원에서 인간의 추방이다.
신들의 변환
다신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하나의 신만이 절대적으로 인정되는 사회로 바뀌면, 신들의 지위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떠오른다. 기원전 4세기 말경에 알렉산더 대왕이 지중해지역 전역을 정복하면서 그리스 신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고,로마제국 초기에는 그리스 신화가 수용되고 종교로 공인되었다. 4세기에는 그리스도교가 인정되고 결국에는 국교로 공인되었다. 그리스도교의 국교화는 기존 신들의 지위박탈과 위상추락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리스도교의 신만이유일하게 인정됨을 의미한다. 구약성서의‘신명기’5장7-9절에 따른 우상타파라는 이름하에 신화상의 신들은더 이상 종교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자연과 초자연, 창조와 피조물의 일체의 것은 그리스도교적인 신과 신성으로 대체되었다.하이네는 여기에서 예수의 등장으로 신들이 퇴장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예수의‘최후의 만찬’을 빗대어 그리스·로마 신들은 마지막 만찬을 끝으로 공기, 물, 땅 속으로 숨어들어가는 가련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이제 신들은 때때로 인간의 모습이나 동물의 모습을 하고 인간을유혹하는 정신으로 나타난다. 그리스도교에 의해 이교적인신들은 변환되어버린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리스·로마 신들은 사탄이 되거나 악령이 된 것이다. 비너스신도,예를 들면, 변환되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의 입이나 글에서 회자되고 있다.
비너스의 변환
케사르의 조상으로 숭배되기도 한 비너스는 로마신화에서는 정원의 여신이었다가 점차 그리스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되었다. 파리스의 사과로 사랑과 아름다움의 상징이 된 비너스를 호머는“신들과 인간들에게 달콤한 욕망을일깨워주는”「( 아프로디테찬가」) 힘을가지고있다고노래하고, 시인과 화가, 조각가들은 비너스를 여성미의 상징으로 형상화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의인화하였다.여신 비너스는 독일의‘탄호이저 전설’과, 바그너의『탄호이저와 바르트부르크의 노래 경연 대회』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여인으로 그려진다. 비너스는 자신의 신전이 부서져 더 이상 올림포스에서 살 수 없게 되자 아름다운 정령,요정들과 함께 튀링엔지역의 비너스산에 숨어살면서 인간영웅들을 유혹하여 향락적인 생활을 즐긴다. 중세의 그리스도교 기사 탄호이저는 비너스와 7년간 살고 나서 속죄하기 위해 교황을 찾아가 떨치기 힘든 비너스의 감각적이고성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비너스의 감각적인 것, 성적인 것을 포함하는 헬레네즘적인 아름다움을 금욕적이고 헤브라이즘적인 정신적인 것과대비하면서, 인간들은 내몰리고 저주받고 추방된 신 비너스에 대해 기억한다. 이때 비너스는 감각적인 행복과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 욕구의 표현인 것이다.디드로는『‘부갱빌의 여행’후기』에서 소위 사랑 놀음의비너스와는 다른 타히티식의 비너스를 이야기한다.그곳(서구)에서 미에 속하는 것은 눈부시도록 하얀 피부색, 긴 이마, 큰 눈, 부드럽고, 여린 얼굴 표정, 날씬한 몸매, 작은 입, 조그마한 손, 조그마한 발이다. […] 여기(타히티)에서는 이러한 특징 중 어느 하나도 중시되지 않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며, 욕망에 의해 끊임없이 주목받는 여자란 아이들을, 즉 유용하고, 똑똑하고, 용기 있고, 건강하고, 건장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여자이다. 아테네의비너스와 타히티의 비너스에는 공통적인 것이 거의 없다.한편이 사랑 놀음의 비너스라면 다른 한편은 다산의 비너스이다.비너스 신화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리 이해되고 수용됨으로써 여러 가지 모습과 속성을 지닌 비너스로 변환되었다. 이처럼 신화속의 신들은 신으로서의 지위를 더 이상 누리지 못하지만, 인간의 기억 속에 남아 회상이라는 과정을통하여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건축, 예술, 문학, 음악, 시 등에서 새롭게 창조된다.
신과의 합일을 통해 영생을 꿈꾸다
데메테르와 관련된 제의는 원래 곡물의 풍요를 기원하는자연종교를 기반으로 생겨난 것으로 초기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데메테르가 주재하는 곡식의 순환적인 특성, 페르세포네의 귀환과 재회, 그리고 인간의 영생에 대한 동경이 서로 혼합됨으로써 데메테르 제의는신화와 종교 그리고 농업이 결부된 형태가 된다. 싹터 성장하고 열매를 맺어 거둬들여졌다가 씨앗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곡식이 인간의 운명과 대비되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인인간에게 죽음을 뛰어넘는 영원한 생명이 부여되는 종교적인 의례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간들이 신과 합일을 통해 영생에 대한 동경을 충족시키면서 영혼의 구제를 추구했던 형식이 제의이다.
이해경 전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