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서울시
관리자(2010-04-01 18:57:40)
서울시
어딜 가는 게 겁나는데다 멀미까지 있어 서울엘 한번 간다는 것은 반죽음이다.그래 나름‘서울 가는 법’이란 게 있다.간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서울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멀미가 나고 정서가 불안해지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느닷없이 가는 것이 제일이다.물론 안 가는 것이 제일 좋지만 꼭 가야한다면 안 갈 것처럼 하다가 순간‘가야지!’하면서 후다닥 나서는 거다. 그리고 차를 안 갈아타는 것이 좋다.그래 진안에서 바로 서울로 간다. 하루 두 번 오전 열시 반하고, 오후 두시 삼십오 분 두 번 있다.일단 차를 타면 잔다. 또 잔다.그러다 대부분 버스가 한번 쉬는 휴게소에 이를 즈음에 어김없이 깬다. 얼른 일어나 바깥공기를 쐰다. 만물상에서 물건들을 구경한다. 대부분 중국산이라지만 새로운 도구들을통해 일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게 재미나다.다시 차에 올라탄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눈을 감지만 더는 잠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차안의 환경이 하나하나 확연해진다.여름이면 에어컨 바람, 겨울이면 히터 바람이 고역이다.엔진소리와 진동, 차선변경에 따른 쏠림, 속도의 완급에 울렁증이 심해진다.별수 없다. 몸에서 힘을 한껏 빼서는 차에다 맡긴다.요금계산소부터 본격적으로 탈이 붙는다.요금정산을 하기 위한 일단 정지와 출발을 통해 크게 휘둘리고 시내에 들어서서는 같은 행위가 자주 반복된다.서울은 그렇다. 그러려니 해야 한다.어떻게 어떻게 해가지고, 어쩌고 어쩌고 해가지고 도착하면, 건물 하나가 또 하나의 도시로 이름 그대로 도시 센트럴시티를 한 두 시간 배회하며 진정한다.이제는 다르다 서울은 서울이다.크리피스 도우넛으로 보상하고, 커피 아메리카노로 의식을깨운다.다시 차를 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에서 난감한 것은 시선이 엉킨다는것이다.시선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 빈속에 마신 커피로 한껏 고양된 맑은 의식이기에 광고카피 정도는 순간이다.시집이 딱이다.마침 터미널 내에 매우 큰 서점이 있다. 거기서 장만을한다.시집이 좋은 것은 일단 가볍다는 것이다. 그래 한 손으로쥐고 서 있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고 거의 펼쳐진 페이지에 시작과 끝이 공존한다는 것이다.한 손에 한 세상이 다 있다는 것이다.그렇게 시 한편이면 서너 정거장을 가고, 시집 한 권이면어디든 간다.서울은 시다. 특 / 별 /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