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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10-04-01 18:57:52)
만경강 하천에 흐른 눈물, 퉁사리를 부탁해! -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자연 하천의 원형이 잘 유지되어 있는 완주군 고산면 만경강 상류 고산천. 제방과 둔치엔 2~3백년은 족히 된 느티나무와 팽나무, 백년 남짓한이태리 플라타너스가 하천 숲을 이루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논병아리는 자맥질에 바쁘고, 왜가리는 우아한 댕기 깃을 날리며 정중동(靜中動)의찰나를 기다린다. 겨울이면 원앙과 고니가 찾는 곳이다.대아저수지를 빠져나온 고산천과 경천이 만나는 지점이라 하폭이 넓고 수량이 풍부하다. 유속이 완만한 곳엔 만들어진 하중도(河中島)엔 갈대와억새의 사촌쯤 되는 달뿌리풀이 군락을 이루었고, 수변에 가까운 물가엔 가시달린 철퇴를 연상시키는 흑삼릉을 비롯해 왜개연꽃, 창포, 애기부들,줄 등 여러 수생 식물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천천히 느리게 가는 강변의 시간 연초록 잎이 짙어가는 때부터 서늘한강바람에 낙엽이 날릴 때까지 우리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논다. 콘크리트보 위쪽에선 체험학습용 고무보트를 타거나 물놀이를 한다. 2008년에는 아시아 8개국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인‘리틀 람사르’, 2009년엔‘한일 하천에코 캠프’를 연 곳이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콘크리트보는 낮고 낡아서 물이넘치면 물 미끄럼을 타기 좋다. 여름철이면 튜브를 든 아이들과 다슬기를 잡으려고 수경을 든 사람들로 북적댄다. 제방 숲 아래 물가의 평상은 아래쪽 남봉교에비해 두 배나 비싸다. 수백 년 된 노거수가 만든 그늘과 바람 때문일 것이다. 세월의 흐름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강변유원지다. 돌보 아래에 퉁사리가 산다 콘크리트보(읍내보) 아래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하천을 가로질러 쌓여있다. 이돌 더미는 예전의 수리시설, 즉 돌보다. 하천 정비 사업으로 사라진 옛 돌보의 모습이 남아 있어 보존할 필요성이 높다. 읍내보는 예전부터 있던 돌보에 콘크리트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축조한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돌까지 합해보면상당히 큰 돌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또한 돌보는 여울을 만들어 풍부한 산소와 빠른 물 흐름, 돌에 붙어사는 수서 곤충과 부착조류를 풍부하게 해 토종물고기가 살기 좋은 서식 환경과 먹이 환경을 제공한다.이 일대는 자연 경관이 좋은 곳이 생태적으로도 건강하고, 생물종 다양성이높다는 것을 보여 주는 곳이다. 특히 수질오염과 자갈 채취 등 개발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어서 멸종위기종1급으로 보호하고 있는 퉁사리의 최대서식지다. 주변에 돌이 많은데다가 돌보가 여울을 이뤘기 때문이다. 퉁사리는유속이 빠르고 크고 작은 돌과 자갈이겹쳐서 쌓인 곳을 좋아한다. 빠르게 헤엄치며 돌 틈에 은신하고 있다가 야간에수서곤충이나 부착조류를 먹고 산다. 고산천 읍내보 이외에 금강 중류, 웅천천,영산강 상류에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퉁사리 서식지는 공사 중 그런데 읍내보 개축 공사로 인해 멸종위기 1급 퉁사리의 최대 서식지가 훼손될 위험에 놓였다. 보수 공사를 하다보면 하천에 토사가 흘러가는 것은 당연지사. 돌과 하상에 쌓인 토사는 먹잇감인수서곤충과 부착조류가 사라지게 하고, 곧 다가올 산란기에 알을 낳을 장소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공사 중 유입될 시멘트 독성도 서식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사 차량이 지나느라 일부가 파헤쳐진 돌보 역시 마찬가지다.제보를 받고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니 공사를 발주한 농어촌공사 전주·완주지사도, 협의를 해준 익산국토관리청도,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하는 완주군도이 일대가 퉁사리 서식지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축이 아니라는 이유로사전환경성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퉁사리 서식지 보존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은 당초부터 있을 리가 없었다.현장을 둘러본 우리는 단순하게 문제제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근대농업이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만경강엔 노후한 보가 많아 개축 공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어류 전문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개축될 보의 높이, 어도의 형태, 돌보의 보존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번 경우처럼 사전환경성검토대상이 아닌 작은 보수 공사라 하더라도 최소한 하천 생태계를 반영하자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 간담회를 제안했다. 머리를 맞대니 서식지 보존 대책 술술 농어촌공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류학자, 환경단체, 전주지방환경청, 지역주민은 현장에서 자문회의를 갖고 퉁사리 서식지 보존 의견을 나눴다.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고산천 우안(제방숲)에 퉁사리가 밀집해 있다며, 공사 중 물길을 좌안으로 돌리고, 무독성 콘크리트 사용을 권했다. 또한 기존 보의 높이가 낮아서 어도는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법에 의해 꼭 만들어야 한다면 물길을 돌리는방식의 사행성 수로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오문태 만경강민관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돌보 자체가 치수기능도 하면서 어도 기능도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콘크리트보를 새로 만들면 보의 높이가 높아지고 물 사용량이 많아져서 하류로 물이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히며 아예이번 기회에 돌보로 복원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동네 주민으로 고산천에서 많은 추억을 간직하며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식 완주군의원은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일부 구간은 시민들이 물놀이하고, 주민들이 소득을 올릴수 있는 시설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핵심 서식지는 보존하되 그 주변은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퉁사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농어촌공사는 이번 간담회에서 제안된 의견들을 수렴해서 시공에 반영하기로 했다. 물론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하고 예산 변경이 불가능해서 추가적인 시설이 어렵기 때문에 얼마나 반영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농어촌공사는 공사 중 토사 유출을 최소화하고, 밀식하는 곳으로 향하던 물길을 돌리고, 돌보는 원상복구하고, 퉁사리의산란기인 5월이나 6월 이전에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도 역시 주변의 돌보나 하중도의 경관과 어울리도록 해서 퉁사리를 비롯한 토종물고기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한 생물종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다른 종들과 상호 유기적인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먹잇감이 많은 서식 공간이 필요하고, 번식을하기 위한 안전한 산란 장소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주어진 역할과 임무도 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듯이 강물 속에서 살아가는 것들도 각각 제몫에 서로가 기대어 살아간다.따라서 하나의 종이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하는것이자, 거대한 생태계 피라미드에 균열을 불러 온다. 그 어디엔가 사람이 놓여 있다. 사람들이 잘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퉁사리를 지키자고 부탁해야 한다. 아니 꼭 살아남아 달라고 퉁사리에게 부탁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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