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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 |
[문화시평] 연극 < 화, 그것은 火또는 花>
관리자(2010-04-01 19:00:13)
연극 < 화, 그것은 火또는 花> (3월 5일~8월 1 일)우듬지 소극장 살아남은 자의 비극 또는 살아남지 못한 자의 희극 - 임형수 극단 T.O.D 랑 예술감독 스산하고 심란한 봄바람과 함께 우듬지 소극장에 일찌감치 도착하였다. 극장을 들어서자 계단 통로에 극장의 공연 연보가 상세한 설명과 함께 벽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시간도 벌 겸해서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나에게는 아직 낯설게 다가오는 단체였기에 공연을 보기 전에 참고할만한 것을 찾으려는 심산도 한 구석에 있었다. 소수의 사람이 모여 열심히 공연을 만드는 단체일거라는 인상이 들었다. <화, 그것은 火또는 花>는‘재인촌 우듬지’의 공연 연보 중 작가와 이 단체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작품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심 기대가 되었다. 현재 속에 녹아 있는 역사를 들추다 공연 시간이 다가와 극장 안으로 들어섰는데, 공연장엔 빈 자리리가 너무도 많아 쓸쓸하기까지 하였다. 내가 본 그날만 날씨 때문에 빈 객석이 많았을 거라 믿고 소수의 관객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였다.병자호란의 패전으로 포로가 되어 청나라에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인조의 용상을 위협하는존재로 성장하여 귀국을 하게 되자 인조는 불안해한다. 그래서 인조는 아들인 소현세자를 독살하고 만다. 그리고 살인을 한 자신을 정당화한다. 한편 독살을 당한 소현세자는 구천을 떠돌다가 인조의 꿈에 나타나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의문과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요리조리핑계를 대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아버지 인조 때문에 마음의 상처만 깊어간다.천륜을 포기하지 않은 소현세자의 집요한 설득과 호소로 결국 인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써 서로 화해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꿈일 뿐, 다시 현실에서 인조는 왕좌 때문에 자신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죽이고 마는 것으로 연극은 끝을 맺는다.보통의 역사극과는 달리 역사적 배경이나, 당시의 사회상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아버지 인조와 아들 소현세자의 갈등이 희곡의 중심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부자간의 내면의 풍경을 세세하게 집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천륜과 권력에 대하여 성찰하게해준다는 점이 이 연극이 장점이자 매력이다.그리고 역사극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구조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직선적 구조가 아닌 반복적 순환 구조를 선택하여 인조와 소현세자 간의 갈등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그림자에도 짙게 배어있음을 암시하고자 하였다.또한 현실과 꿈, 삶과 죽음의 이중적 시·공간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그 장점으로 들수 있겠다. 무당굿의 시·공간을 차용하여 우리의 역사를 전통적인 공연 구조 속에 용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과 그 시·공간 안에서 산자와 죽은 자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무대화 과정의 아쉬움에 대한 단상 하지만 희곡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이 무대화 과정에서 소홀히 다루어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몇 가지만 지적해보자면, 첫 번째가 단순한 무대사용과 조명디자인을 들 수 있겠다. 소극장의 열악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고 평면적인 무대의 사용과 조명 디자인은 희곡의 장점이 가려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부분의 동선과 조명 디자인은 인조와 소현세자간의 갈등에 집중되어져 있고 반복적 순환 구조나, 이중의 시, 공간을 표현하는 데는 그 섬세함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결국은 희곡이 가지고 있는 다층적인 주제의식의표현이 단순화 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두 번째는 의상과 소도구의 문제점이다. 사실적이지도 상징적이지도 못한 채 관객의 시선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고증이 부족하여 사실적 환상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변형도 시도하지 못해 상징성도 획득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물론 제작비와 제작여건의 열악함을 이해 못하는바는 아니다. 하지만 많지 않은 의상과 소도구에 좀 더 치밀한 전략을 세워 무대화 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시적이고 은유적인 공연이 되었을 것이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 특히 그 중 배우들의 화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의 기본 재료인 이 희곡은 대사를중심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때문에 배우들의 화술에 민감한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빈번한 고성(高聲), 빠른 템포의 화술로 인한 발음의 부정확성, 아직 미숙하고 훈련이 부족한 화술 등이 오히려 희곡의 매력을 반감시켰고,관객의 집중을 방해하였다. 특히 인조와 소현세자가 만나는꿈 장면에서 목을 상해가면서 까지 고성을 질러야 하는지는지금도 의문이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역사의 굴레는 오늘도 계속 된다 무대화 과정에서 조금 아쉬움을 남기는 공연이었지만, 역사의 한 조각을 통하여 현재 우리의 삶을 은유하려 했던 시도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가볍고 빠른 것만이 가치가 있는작금의 공연 현실에서 진중한 성찰을 무게감 있게 시도하고있기 때문이다.공연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극장 문을 열었을때, 마음 한 구석에 찾아드는 쓸쓸함과 씁쓸함은 거세진 봄바람 탓만은 아니었다. 아직도 반복되어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몸을 의지하며 살고 있는 존재의 가벼움 또는 고통때문이었을까.봄바람은 어떤 답을 들려주지도, 무거운 마음을 가져가지도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 임형수 전북대, 전주대학교의 외래 교수이자 극단 T.O.D랑 예술감독이다. 극단 여백의 상임연출, 한국극예술학회 회원, 음악극 아카데미 대표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동안 <홍동지는 살아있다>,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이슬털기>등 50여 편이 넘는 연극과 오페라 작품을 연출, 집필했다. 2006년에는 <바다에서 온 여인>으로 전북무용제 대상과 전국무용제 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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