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5 |
[문화칼럼] 트렌드 창조할 것인가, 기획을 할 것인가
관리자(2010-05-03 18:49:35)
트렌드 창조할 것인가, 기획을 할 것인가
-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현대사회에서 문화기획은 작게는 예술을 매개하는 기획부터크게는 도시계획과 국가 브랜드 전략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핵심 축으로 기능하게 된다. 다양한 문화기획의 기능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보다 입체적이고 편견 없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의 일차적 결과물이 바로 기획서가 될 것이다.
기획과 관련한 최근의 경향을 살펴보면‘잘 쓰는 기획서 팁(Tip)’이나‘기획서 한 장으로 100억원을 모은다’류의 강좌나 책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획의 본질인‘어떠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가치추구와 그 방법론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현실적 팁과 노하우에 매몰되어가는 현실은 생각보다 많은 피해를 낳게 된다. 소위 트렌디(Trendy)한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가치의 중심에 서는 한, 제대로 된 문화기획을 기대하기는어려울 것이다.
문화기획, 유행을 쫓다
프랑스 정부건축사이며 도시계획가, 사회도시학자인 떼오도르 폴 김은 그의 저서『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에서‘오늘날 도시가 예술적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사실은 이제 전 세계 도시의 공통된 목표가되었다. 그에 따라 건축과 도시의 예술성을올바르게 이해하고 정의하기 위해 미학이필요하게 되었다. 도시의 예술성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보편적 원칙이 존재해야올바른 가치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보편적 미학원칙은 몇몇 미학자의이론에서 충족될 수 있는게 아니라 문화와사고영역을 형성하는 인문과학, 사회과학부문의 지식을 종합하여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현실로 돌아와 보면 이러한 문화기획 영역의 다변화는 이미 시대의 흐름이 되었으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됨을 볼 수가있다.
예전엔 미술가들의 고유영역이라 생각했던 거리벽화의 경우 도시 디자인, 원도심 활성화 등다양한 이해를 전제로 한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아트로 발전하고 있다. 미술분야 하나의 트렌드가 생겨난 셈이다.이러한 철학적, 사회적, 도시문화적 관점에서 시작되고 형성되어온 문화기획 분야의 트렌드를제대로 읽지 못하고 마치 하나의 유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트렌드를 읽고 창조해내기 보다는 트렌디한 문화기획을 하려는 얄팍한 기획이 낳은 결과는 참담하기까지 하다.경남 통영의 한 마을이 벽화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기사 한 줄에 전국적으로 너나없이 온 도시를 벽화로 치장하고 이는 곧 도시의 흉물이 되어버리는 사례가 벌써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왜 도시에서 벽화가 필요한지 인문과학적, 사회과학적 고민은 멀리하고 커뮤니티 아트의 본질을 외면한 채 돈벌이의 수단이나 개인 창작자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는 결코 성공할수가 없다.
트렌디한 유행보다는 트렌드를 읽는 시각을 키워야
사전을 찾아보면 트렌드(Trend)는‘동향, 추세, 경향’이라고 하며 트렌디(Trendy)는‘최신 유행의, 유행의 첨단을 걷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문화기획에서 필요한 것은 이러한 트렌드즉 경향과 추세 동향을 읽어 내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시대의 유행만을 쫓는 트렌디한 문화기획이 아닌 트렌드를 읽고 만들어 가는 문화기획을 하기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과 교류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떼오도르 폴 김의 보편적 미학의 가치를 찾기 위해 문화, 사회과학 인문과학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과 일치되는 지점이다.최근의 문화분야 공공지원 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어떤 지원은 정책의 사업방향을따르라 종용하는 경우도 있고 어떠한 지원은 새로운 시대상을 만들라 요구하기도 한다.중요한 것은 현시대를 조명할 수 있는 역사관과 미래에 대한 예측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민과함께하는 그래서 가치를 가지는 문화기획을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문화기획자의열린 마음과 오랜 고민 끝에 형성된 문화적 가치 추구이자 철학일 것이다.문화기획은 결국 트렌드를 읽어내고 그것에 예술가의 창의력을 보태는 창조적인 작업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와 (주)메타컨텐츠 대표를 맡고있으며 춘천마임축제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