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5 |
[저널초점] 전주한지, 새로운 천년을 꿈꾸다 5
관리자(2010-05-03 18:51:52)
전주한지, 새로운 천년을 꿈꾸다_미래영상
우연히 맺은 인연이 필연되어 돌아오더라
- 김석란 대표
“모든 일에는 기본이 중요한데, 현재 한지는 종이로서의 기본기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지속적인 한지 산업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지의 제 역할 찾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종이’로서의 한지에 주목하다
한지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몇 해전부터‘한스타일’사업의 일환으로 한지산업을 육성해 왔으며, 각 지자체는 여러 단체와 기관을 통해 한지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지공예와 한지응용사업은 상품의 심미적 요소와 실용성을 결합해 대중들에게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한지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본다면,영상매체에 밀려 종이매체가 쇠락할 것이라는 예측들은 지나친 기우가 아닐까 싶다.하지만 정작 문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한지산업은 공예와 응용사업처럼 쉽게 인기를 끌 수 있는콘텐츠에만 집중해왔다. 한지가 가진 종이로서의 가치에는주목하지 않은채 산업화에만 골몰하는 형국이었던 셈이다.그렇다보니 한지는 종이로서의 그 본래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물론 일반 용지보다 가격이 높은 한지 수급에 대한 부담감그리고 한지인쇄기술이 첫번째 문제였다.전주시는 이러한 한지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좀더 전략적인 한지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인‘조선왕조실록’을 전주한지에 재현, 중요 기록문서의 복본사업을 통해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태조~세종실록 206책을 복본한 상태다.
미래영상,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전주시가 추진한‘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이 순조롭게추진될 수 있었던 데는 (주)미래영상 김석란 대표의 역할이컸다. 본래 전통한지는 글씨가 종이에 바로 흡수되지 않아인쇄가 불가능했었다. 김 대표는‘덧씌움’이라는 특허기술을통해 전통한지를 인쇄용지로 개발해내는데 성공한 벤처사업가다. 그는 전주시에 한지를 활용한‘복본화 사업’을 줄기차게, 그리고적극적으로 제안했다.“예전에 규장각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전주사고본을 알게 됐고, 그 가능성에 천착해 시에 적극적으로 제안해왔다”는 김대표에게‘직접 실록을 복본하는 일’은 남다른 감회다. 미래영상은 지난 2008년‘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에 공모, 3대 1의 경쟁을 뚫고 복본화 사업에 참여하게됐다.하지만 이 사업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여러 번. 두께가 얇은 이합 한지는 인쇄하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고문서의경우 이미지 보정작업이 까다로워 실록 한 페이지를 보정하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기도 했다.김 대표는“실록을 원형 그대로 복본하기 위해 지난 1년간은 제책부터 선장하는 방법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복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표지, 제본작업, 이미지 보정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도록 온 신경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복본화 작업’은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고난은‘복본화 사업’추진 전부터시작됐다. 그는“복본화 사업을 제안하고 수많은 반대에 부딪쳤다. ‘조선왕조실록’얘기만 나와도 민감한 반응뿐이었다”며“다행히 한국고전문화연구원 홍성덕 박사의 도움을 받아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복본 작업이 시작한 후에도 주위의 반응은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이 사업을 시작하자 주변에서 제대로 만들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우려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잘 한 일이라고 격려한다.어렵게 시작한 작업인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싶었다는 김대표는 지금도 1주일에 몇 번씩 전주와 서울을왕복하고, 복본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 나선다.
한지와 꼭 닮은 이가 있다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 생활을 하며 우연히 접하게 된 한지. 이후 그는 한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 사진을 전공하고, 인쇄프린트용 인화지에 관심을 갖게 되고,인쇄용 한지를 만들기 까지. 그에게 그 모든 일들은‘한지’라는 굴레 속에서 숙명처럼 이뤄졌다.이제 그는‘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의 2차 사업을 준비중이다. 그는 앞으로 복본 작업이 완료되면 마케팅을 통해세계 곳곳의 기록문서를 미래영상의 종이로 보존하는 작업을추진하겠다고 한다.부드럽지만 당당한 그 모습이 꼭 한지와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