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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 새만금 깃발축제
관리자(2010-05-03 18:55:05)
새만금 깃발축제 노스텔지아의 깃발은 소리없이 나부끼고… -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오월, 축제의 계절이다. 일회성 행사에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축제는 끊이지 않는다.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고 선심을 베푸는데 축제만한 것이 없다는 자치단체장의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새만금 한복판에서 만난 깃발 이 와중에 새로운 축제가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새만금방조제 도로 개통을축하하기 위한 새만금깃발축제다. 열흘간의 깃발축제 예산은 21억 5천만 원.전주세계소리축제 예산과 맞먹고, 10년이 넘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버금간다. 당초 제일기획이 행사 기획안을 제안했고,도청 홍보과장이 축제를 제안한 기획사에 근무한 적이 있다 보니 짜고 치는 것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주관사와 총감독 선정이 늦어졌다.국제행사 치고는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졸속 추진이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삭막한 방조제에 깃발을 꼽겠다는발상은 나름 신선했다. 새만금 연안 아름다운 경관의 한 가운데 바람이 있기때문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반영한 관광의 스토리나 아이템으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최대(最大), 최장(最長), 최고(最高)가 불러올 최악(最惡)의 상황 새만금 연안의 바람은 평균 초속 6.5m, 그 바람을 타고 칠산 바다에 조기떼가밀려왔고, 밀물을 탄 고깃배들이 만선 깃발을 달고 포구로 귀환했다. 바람에 펄럭이는 갯골가의 대나무기를 따라 그레를 멘 어민들이 길을 잡았다. 송홧가루가바닷바람에 날리면 염전에서는 햇볕 아래 소금을 구웠다. 그 바람에 갈대는 목놓아 울기도 하고, 연인의 몸을 더듬듯 사부작사부작 몸을 바스락거렸다. 멀리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날아온 도요물떼새들이 그 바람 냄새를 맡고, 긴 비행의 여정에서 단 한번 휴식을 위해 날개를 접는다. 한겨울 살을 에는 격포의 바람은 연인과 헤어진 상실의 아픔이었다. 필자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만금을 꿈꾸며 화포의 염습지에서, 황량한 방조제에서, 망해사 높은 언덕에서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바람모퉁이 옆 해창 갯벌에서 깃발을 들었고 매향제를 지냈다.장승을 심고, 솟대를 세워, 오방색 천을 둘렀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었다. 아직은 황량하기만한 방조제다기능 부지에 6만장의 깃발로 12층 높이의 조형물을 만들겠다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최대에 최장이라는 수식어만큼 부풀려지고 부풀려진 새만금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고라는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새만금은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계속 달려야하는 자전거처럼 위태롭고불안하다.전라북도는 환경파괴라는 논란을 뒤로 하고, 약속의 땅 새만금, 세계적인 관광 명소 새만금을 알리기 위해서라며,교통 대책을 마련한다, 새만금 관광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호들갑이다. 그냥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는 체류형 관광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만금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만 관심이 있어 백만이 넘게다녀갔다는 관광객 숫자에 연연하던 때에 비해선 사뭇 다른 태도다. 그냥, 거기, 냅두는게, 가장 좋다 관광의 핵심은 자연경관이다. 만경과동진강이 만들어낸 기수역의 자연환경과 고군산의 해양 환경의 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지역 주민의 살림과 문화가 사람을 끌어들여야 한다. 갯벌 체험과 생태 관광은머무르는 관광의 핵심 요소다. 방조제는 방조제도로일 뿐이다. 그 옛날 남해대교도 진도대교도 서해대교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이라는 배후를 갖고 있는 시화호방조제도로도 마찬가지다. 스쳐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조건에선 더욱 그렇다.방조제 자체가 명품관광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해수유통을 통한 갯벌과 염습지조성까지를 염두에 둔 파격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작가 김훈이 헌사를 바친 만경강 하구의 갈대군락과 칠면초 염습지, 법적보호종만 29종, 전체 100여종의 넘는 철새와 도요물떼새, 갯벌과 물때에 맞춘 갯살림, 새만금을 둘러싼 찬반 갈등 모두 새만금의 관광자산이다. 새롭게 억지로 하지 만들 필요는 없다. 아직까지 새만금이 갖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시화호생태관광의 거점인 갈대습지공원 7만㎡ 조성비가 330억원이다. 지금 있는 만경강 하구의 염습지는 이보다 열배는 높다. 바닷물만 좀 끌어들이면 되니 적은 예산으로 관광과 수질정화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염습지를 방수제를 쌓아 농지로 만들고, 다시 그 밖에 습지를 만든다고 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보이지 않는 신기루에 저당 잡힌 행복 새만금 관광 전략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방조제를 막은 후바닷물 속도가 느려지고 조류방향이 바뀌면서 죽펄이 쌓이는 등 환경 훼손으로주꾸미를 비롯한 어족자원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주꾸미 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는 부안이나 군산의 현지 판매 가격이 kg당 3만 5천원까지치솟았다. 1만 5천원 ~ 1만 7천원 선에서 거래되던 2년 전에 비하면 무려 2배가까이 오른 셈이다. 횟감으로 인기 있는 물고기나 수산물도 비슷한 상황이다.시민환경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2006년 기준 새만금 연안의 연평균 수산물 생산액은 2,400억원.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개도 만원 지폐를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경기가 좋았다고 한다. 돈이 잘 도니 지역공동체도 함께 넉넉했다. 하지만 수산물 생산액이당시의 3/1 수준으로 줄다보니 격포나부안의 상인들도 울상이다. 관광객은 늘었으나, 어획량이 줄어 주꾸미나 싱싱한횟감 등 수산물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출어비는 늘고 소득은 줄어든 어민들이지역에 쓰는 돈도 줄어들어 지역 경제의 순환이 예전만 못하다. 주꾸미를 탓할수도 없고 참 답답한 일이다. 어민들의 바다와 바꾼 새만금 사업이 얼마나 많은경제적 효과를 안겨 올 수는 있을지, 그리고 그 때가 언제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그 수혜 대상에 새만금의 어민들과 상인들은 제외되어 있는 듯하다. 싱싱한 수산물을 값 싸게 먹을 수 있는 우리들의 행복 역시 잡히지 않는 새만금 신기루와 맞바꿔졌다. 소리 없는 아우성, 수만리 울려 퍼지니 청마 유치환은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 했다. 깃발축제의 구호처럼 새만금이‘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이 되기’위해서는 밀물을 따라 만선 깃발 펄럭이며 포구로 돌아오고 싶은 어민들의 아우성과 새만금에 기댄 도요물떼새와 저서생물의 아우성과, 고이면 썩는다는 강물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깃발축제에 쏟는 예산과 열정의 단 10/1만이라도 바다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영향이 어떻게 도민들에게 미치고 있는지 한번 짚어봤으면 좋겠다. 이제 주꾸미 철이 지나고 갑오징어가 제철이란다. 혹시나 깃발축제에 가시거들랑 왁자한 부안 수산시장, 격포 어판장에 한번 꼭 들러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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