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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 |
이현근의 농촌학교 이야기
관리자(2010-05-03 18:55:31)
이현근의 농촌학교 이야기 지사초등학교 속 다문화가정 아버지의 나라에 온 1학년 상진이 - 이현근 임실지사초등학교 교사 입학식이 있는 날, 지사초등학교에 2010학년도 1학년이 7명 들어 왔다. 입학식장에 엄마,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들어오는 새내기들을보는 언니들의 눈빛이 마냥 신기하다.“너희들도 1학년 때 이리 작았었는데 기억나니?”이 말에 언니 학생들은 웃는다. 웃으면서 자기들은 언제나 지금처럼 의젓했단다.1학년 입학생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학생이 있다. 가방을 내려 벗지 않고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마구 돌아다닌다. 오랫동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닌 경험이 있는 1학년 새내기들은 그래도 의젓하게 앞에서 이끌어 준대로 따라한다. 그러나 이 아이는그렇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다.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며 힘들여 자리에 앉게 했다. 지사초등학교 속 다문화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문화란 무엇일까? 두 달 내내 이 물음에 사로 잡혀 지냈다. 3-4월 내내 눈에 띄는 행동을 보인 이 학생이 보인 현상(現象)을 어떻게해석해야 할까? 어릴 때의 어떤 경험이이런 문화로 나타난 것일까?말(언어가)이 주는 말빛은 상황이나상태를 규정할 때 그 말이 긍정적이냐부정적이냐를 결정한다. 혼혈인이라는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국제결혼 가정을 대상으로 요즘 학교에서 사용하는 말이‘다문화’이다. ‘다문화 가정’‘다문화 지원센터’‘다문화 학생’등의 말이 그것이다. 차별이 들어가 있는 말인‘국제결혼가정, 이중문화가정’이라는 말을 대신하여‘다문화’라는 말이 쓰인다.그렇다면 문화와 다문화는 어떤 차이가 있는 말일까? 내 머릿속에는 문화 옆에다문화라는 말이 새로이 숙제(宿題)하기 시작했다.지사초에는 여느 농촌의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다문화 학생들이 있다. 이 학생들 중 고학년의 경우는 학습 능력도 뒤지지 않으며 언어 이해력도 좋다. 또한또래 관계도 좋아 학교 임원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생활한다. 이들은 무한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앞에 두고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그러나 모든 아이가 그런 것이 아니다. 상진이를 통해 새로운 다문화를 보다 “선생님 상진이가 자꾸 줄을 안서요”,“선생님 상진이가 자기 멋대로 해요”,“선생님 상진이는 반찬을 국에 넣어서먹어요. 그러지 말래도 자꾸 그래요”,“선생님 상진이가 1학년 민형이와 태호만 따라 가려고 해요”, “선생님 상진이가 자꾸 제 곁으로 와서 귀찮게 해요”,“상진이는 다른 1 학년들과 다른 듯해요.”3월 22일에 교장선생님께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1학년선생님, 교감선생님, 행정실장 그리고 수석교사인 내가참석했다. “상진이를 위해 학교에서 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세요”, “새로운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크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하지말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세요”,“ 지금 시기에 필요한 것이 있을 것입니다”,“ 담임에게만 맡기지 않고 학교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숨겨서좋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교육에 임한다. 그래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장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면서 살핀 상황을 바탕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1학년 입학식 때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던 그 아이, 상진이는‘다문화’가정 학생이다. 왜 한국사회는 상진이가 보이는 문화를 다문화라고 구별을 지었을까? 새로운 물음이 생겼다.개인은 서로 다른 삶을 살기에 서로 다른 질 상태를 가지고 있다. 이 질적세계로부터 시작하여 나타나는 문(무늬)은 개인이 각각 다르다. 문화란 무늬 되어 나타나는것을말한다. 여기서말하는무늬는말과행동정서도포함된다.‘ 다문화’라는 말은 결혼이주가정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한국사회에 있었다. 흔히 말하는‘세대차이’는‘문화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각각 체험을 달리하여 살아온 개인은서로 다르게 만든 문화 된 것들로 어울리며 모여서 공동체를 만든다. 문화라는말 속에는 이미 다양성이 존재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마음을 나누다 상진이는 지금 언니들과 날마다 만나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정규 교과시간에는 예쁜 담임선생님의 문화와 만나고, 그 밖의 시간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 방과 후 시간에는 방과후 선생님들, 언어치료 선생님, 교육청 개별화 교육담당 선생님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만난다.특별히 상진이가 만나는 문화 중에는 언니들과의 만남이 있다. 지사초등학교는 전교생이 고학년부터 저학년으로 묶여 뜸을 이루어 서로 배우고 도움을 주는관계로 만들어진 조별 활동이 있다. 상진이가 함께 하는 뜸은 예림뜸이다. 예림이는 아직 학교생활이 서툰 상진이를 친절과 기다림으로 배려해주는 지사초 6학년 맏언니다. 6학년의 눈에 1학년, 더구나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이려는 동생이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언제나 웃으며 천천히 배려하는 모습은 모난 문화를 가진어른들보다 훨씬 났다. 어린이들은 새로운 단어와 개념으로 규정지어 구별하지않기 때문이다.상진이는 요즘 어울리는 것을 배우고 있다. 1학년 친구들과 어울리며, 듬직한4학년 현규와 어울리며, 마음 예쁜 은서와 어울린다. 그러면서 자기 문화를 찾아가고 있다. 4월의 상진이와 5월의 상진이는 다를 것이다. 지사 가족들은 상진이가 많은‘너’들과 어울려 비롯하지 않고 오롯하게 자리를 잡아서 아버지 나라와어머니 나라의 말로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며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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